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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형이야” 퇴출 위기에서 X 팩터 반전…마이클 에릭, kt에 17년 만에 챔프전 선물했다 [KBL PO]

조아라유 0

“어 형이야.”

수원 kt는 지난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75-65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kt는 이로써 2006-07시즌 이후 무려 17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왔다. 수원 연고지 이전 이후 첫 챔피언결정전이다.

 



‘퇴출 1순위’ 외국선수가 봄 농구 ‘X 팩터’가 됐다. 사진=KBL

 

 

제공마지막 무대까지 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는 매 경기 터프했고 신경전도 대단했다. LG와 치른 4강 플레이오프 역시 데스 매치를 치러야 했을 정도로 치열했다.

그럼에도 최종 승자는 kt였다. 그들은 옛 친정이었던 부산에서 KCC와 최후의 결전을 치른다.

kt가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포인트는 하나만 꼽기 어렵다. 패리스 배스의 괴력, 문성곤·문정현 듀오의 수비, 리바운드, 그리고 허슬이 힘이 됐다. kt 벤치가 적재적소 투입한 롤 플레이어들의 지원 사격도 뛰어났다. 그러나 최대 변수는 마이클 에릭의 활약이었다. 전혀 기대받지 못했던 외국선수의 존재감은 매우 컸다.

에릭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9경기 출전, 평균 10분 1초 동안 5.9점 4.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리 화려한 기록은 아니다. 하나, 현대모비스와 LG가 자랑하는 외국선수들을 완벽히 제어했다.

특히 ‘파라오’ 아셈 마레이와의 4강 매치업은 든든함 그 자체였다. 마레이는 배스, 하윤기와의 매치업에서 앞섰고 또 즐겼다. 그러나 에릭이 투입됐을 때는 자신의 높이, 파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마레이가 흔들리자 LG 역시 그들이 자랑하는 공수 밸런스가 흔들렸다. 고 투 가이가 없는 LG 입장에선 공격과 수비의 핵 마레이가 막히자 답이 없었다. 에릭이 코트 위에 서는 10분여의 시간 동안 LG는 고전했고 kt는 반등할 수 있었다. 그렇게 흐름을 되찾고 또 승리할 수 있었던 kt다.

정규리그에선 좀처럼 통하지 않았던 공격도 플레이오프에선 쏠쏠했다. 특히 kt 국내선수들은 에릭의 피지컬을 적극 활용, 고공 농구를 선보였다.

현대모비스와 LG 입장에선 에릭의 이와 같은 활약은 계산에 없었다. 정규리그 내내 존재감이 없었던 만큼 이처럼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충격은 2배였고 효과도 2배였다.

 



마이클 에릭은 과거 전성기 라건아를 상대로 압도했던 괴물이었다. 사진=FIBA 제공

 

 

사실 에릭은 올 시즌 ‘퇴출 1순위’로 꼽힌 외국선수였다. 이름값이 있어 기대치가 높았으나 오프 시즌 내내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고 비자 발급이 되지 않아 일본 전지훈련도 소화하지 못했다. 이후 배스가 맹활약하며 단숨에 KBL 최고의 외국선수로 올라서자 뛸 기회마저 줄었다.

전성기 시절의 에릭은 유럽에서도 스페인, 러시아, 튀르키예 등 최상위 리그에서만 뛰는 정상급 빅맨이었다.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농구월드컵에선 대한민국을 상대로 17분 50초 동안 17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전성기 라건아와 이승현이 골밑을 지켰으나 에릭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러나 에릭은 2022년 1월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당했고 이후 하락세를 겪었다. 이후 자유의 몸이 된 그를 kt가 영입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에릭은 전성기 시절 KBL 올 선수가 아니었다. 그런 거물이 ‘퇴출 1순위’가 될 정도로 망가졌다는 건 kt에도 큰 문제였다. 배스의 원맨쇼에 리그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에릭의 부진은 눈에 보이는 위험 요소였다.

kt도 에릭 교체를 수차례 고민했으나 확실한 대체 카드가 없었다. 더불어 출전 시간 욕심이 많은 배스를 생각하면 180도 다른 성향의 에릭을 굳이 외면할 이유가 없었다. 새로운 외국선수가 왔을 때 배스와 여러 부분에서 충돌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했다.

 



마이클 에릭의 벤치 리더십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또 에릭은 벤치 내 리더십이 있었고 이는 내부에서도 높은 점수를 준 부분이었다. 6강, 4강 시리즈 내내 상대 외국선수들과 트래시 토킹, 신경전이 있었던 배스를 달래고 또 중재했던 것 역시 에릭이었다. 실제로 4강 플레이오프 종료 후 배스와 마레이가 제대로 붙기 위해 코트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에릭, 그리고 단테 커닝햄이 말려 주먹다짐까지 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경기력에 있어 반전 계기는 후반기였다. 배스가 ‘사춘기’를 겪고 있었던 시점에 에릭이 큰형 노릇을 제대로 했다. 배스에게 적극 조언하면서도 늘어난 출전 시간을 문제없이 소화, 모범이 됐다. 정상 컨디션은 여전히 아니었으나 수비 중심의 플레이는 kt에 큰 도움이 됐다. 송영진 감독도 배스의 ‘사춘기’가 심해질 때마다 에릭을 찾았다.

또 에릭은 고양 소노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35분 동안 33점 15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 3블록슛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확실히 찾았다. 그동안 제한된 시간 동안 ‘제한된’ 플레이만 했던 그가 봄 농구 직전 본인의 퍼포먼스를 일정 수준 회복한 것이다. 그렇게 에릭의 활약은 예고된 일이었다.

다가올 KCC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에릭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다. 현재 라건아는 ‘킹 라틀리프’ 모드가 되어 자밀 워니, 디드릭 로슨을 넘어섰다. 더불어 KCC는 배스를 저격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 등이 버티고 있다.

다만 과거의 kt는 배스가 흔들릴 때 무기력하게 무너졌다면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에릭이 분위기를 전환, 배스가 재정비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KCC 입장에선 지난 4, 5, 6라운드 kt를 생각해선 안 된다.

에릭의 깜짝 활약은 kt와 KCC의 챔피언결정전을 더욱 재밌게 해줄 관전 포인트가 됐다. 올 시즌 내내 퇴출 위기 평가를 받았던 노장의 반전 드라마는 이제 마지막 화를 앞두고 있다.

 



마이클 에릭의 부활은 챔피언결정전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다. 사진=KBL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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