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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가 한국 축구 대표팀을 맡는다고? 현실은 ‘홍명보·황선홍’만 바라보잖습니까

조아라유 0

조세 무리뉴 감독(61·포르투갈)은 FC 포르투, 인터 밀란에서 트레블을 일군 지도자다. 첼시 시절엔 팀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대표 클럽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무리뉴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난 뒤 구단 최고 성적을 일궜으며,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징크스를 깨고 명성을 되찾는 데도 이바지했다.

무리뉴 감독은 맨유에서 연봉만 약 400억 원을 수령했다. 축구계가 ‘전성기에서 내려왔다’는 평가를 내린 토트넘 시절 연봉은 약 250억 원이었다. 무리뉴 감독이 AS 로마에서 받은 연봉은 약 100억 원으로 알려진다.

무리뉴 감독은 현재 무직이다. 새 직장을 찾는다. 무리뉴 감독은 유럽 축구 이적 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국가대표팀을 맡는 게 목표”라고 했다. 무리뉴는 올여름 현장 복귀를 꿈꾼다.

 



조세 무리뉴. 사진=AFPBBNews=News1

 

 

 

무리뉴 감독이 새 수장을 찾는 한국 축구 대표팀과 인연을 맺을 가능성은 없다.

대한축구협회(KFA)는 K리그 구단 한 해 예산에 버금가는 무리뉴 감독의 연봉을 감당할 수 없다. 당장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지급해야 할 위약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KFA가 클린스만 감독, 코치진에게 지급해야 할 위약금은 약 1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진다.

KFA 사정을 잘 아는 한 축구인은 “천안축구센터 건립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때 클린스만 감독의 위약금 문제가 겹쳤다”고 전했다.

“무리뉴, 위르겐 클롭 같은 명장이 대표팀을 맡는다면 얼마나 좋겠나.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세계적인 명장을 모셔 올 돈이 없다. 세계 최고 리그에서 여전히 경쟁력 있는 감독에게 줄 동기부여도 부족하다. 아시아는 여전히 변방이다. 명장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매일 일하길 바라기도 한다. 국가대표팀은 그런 이들에게 매력이 떨어진다.” 앞의 관계자의 말이다.

KFA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정해져 있다는 게 축구인의 공통된 생각이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이 끝나자마자 현실론이 대세였다. 새 대표팀 수장, 코치진에게 지급할 비용을 최대한 줄여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 저비용 고효율 전략이다.

 



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3살 이강인이 카타르 아시안컵 실패의 모든 책임을 졌다. 밥 먹고 탁구 치러 갔다가 발생한 대표팀 내 불화가 세계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대회 기간 숙소를 이탈해 룸살롱을 가거나 병역기피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강인을 향한 비난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축구계 선배들 못지않았다.

국가대표 출신 한 축구 원로는 “우리 땐 ‘선배는 하느님과 동격이다’란 말이 있었다”면서 “‘선배의 말은 곧 법’이란 게 당연시됐던 시대”라고 말했다. 이 원로는 이어 목소릴 높였다.

“이유 없이 매일 맞았던 때다. 그런 시절에도 팀에서의 문제는 팀에서 해결했다. 팀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시 어른들은 책임이란 걸 졌다. 이강인의 잘잘못을 외부에서 논했다는 게 정말 큰 문제다. 이강인은 손흥민이 있는 영국으로 날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손흥민이 이를 받아줬다. 그런데 이강인은 ‘대국민 사과’란 명목으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대표팀 선수를 보호해 줘야 할 어른들은 끝까지 자취를 감췄다.”

 



한국 U-23 축구 대표팀 황선홍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24년 3월. 대표팀은 2경기를 소화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 4차전이었다.

이 경기를 앞두고 복수의 축구 관계자는 “당장 태국과의 2연전이 정말 중요하다”면서 “태국전에서 삐끗하면 한국의 북중미 월드컵 도전이 매우 험난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태국과의 2연전 중 1경기라도 패하면 3차 예선에서 시드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한국이 일본, 이란, 호주와 한 조에 속하는 거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빠르게 새 감독을 선임하려고 했던 이유”라고 했다.

한국은 태국과의 2연전을 1승 1무로 마쳤다. 한국은 6월 6일 싱가포르 원정, 11일 중국과의 홈경기를 모두 이기면 3차 예선에서 시드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이 위기를 극복한 데는 한국 U-23 대표팀 황선홍 감독의 희생이 있었다. 황 감독은 4월 15일부터 5월 3일까지 카타르에서 열리는 AFC U-23 챔피언십에 나선다.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걸린 대회다. 한국은 이 대회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한다. 4위를 차지하면 아프리카 지역 예선 4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본선행을 결정한다.

U-23 대표팀은 3월 A매치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2024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본고사를 앞둔 마지막 모의고사. 한국은 수장 없이 이 대회에 나섰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황 감독은 3월 모든 걸 내려놓고 한국 축구를 위해 희생했다”면서 “아무런 보상 없이 자신의 축구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선택을 감행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황 감독의 목표는 대표팀을 향한 신뢰를 되찾는 것 하나였다. 이후엔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데만 집중한다는 게 황 감독의 계획이었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회위원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KFA는 4월 2일 제5차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대표팀을 이끌 새 감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무리뉴는 물론이고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여러 차례 관심을 보인 세뇰 귀네슈 감독의 선임 가능성은 매우 낮다.

KFA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4년 6개월간 일군 시스템을 완전히 뭉개버렸다.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명확했던 방향성이 사라졌다. 20세기 한국 축구의 색깔이었던 투혼, 투지가 다시 등장했다.한국 축구계가 카타르 아시안컵 실패 원흉으로 낙인찍은 이강인을 핑계 삼아 ‘대표팀 내 위계질서를 바로잡고 원 팀을 만들 수 있는 지도자’를 찾는다.

답은 정해져 있다.

축구계 어른들은 누구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하는 척한다. 후배들의 앞길을 터 줄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데 외국인 감독은 정당한 비용을 지급하고 데려올 순 없지만 ‘우리 후배’들은 제값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활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울산 현대는 2024시즌 평균 2만 관중에 도전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인물은 울산 HD FC 홍명보 감독이다.

울산은 2023시즌 19차례 홈경기에서 34만 5천990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평균 1만 8천210명이었다. 올 시즌 2차례 홈경기에선 평균 2만 1천958명의 관중이 울산의 K리그1 3연패를 응원하고 있다.

KFA가 새 감독을 선정하는 데 한국 축구의 근간이라고 불리는 K리그를 향한 배려는 없다. 1983년 K리그가 출범했을 때부터 쭉 없었다. 울산과 함께 뛰는 팬도 외면한다. 늘 그래왔듯이 K리그의 희생만 강요한다.

홍명보 감독만 바라보는 건 아니다. U-23 축구 대표팀 황선홍 감독이 3월 A매치 2연전을 잘 마치면서 파리 올림픽 성과를 지켜본 뒤 새 사령탑을 선정하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순서에 따라서 일을 진행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한 뒤 그에 맞는 인력과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은 그렇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처음 16강 진출의 성과를 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수많은 이가 우려했던 대로 실패했다. 그런데 책임져야 할 이들의 책임은 없다. 오직 23살 대표팀 막내급인 이강인의 반복된 사과만 있었을 뿐이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및 경질의 책임이 있는 자가 새 감독 선임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모든 일엔 순서가 있다. 주먹구구식 행정, 투혼, 투지를 앞세운 20세기 방식은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역사를 보면 확실히 안다. 20세기 한국 축구는 월드컵에 다섯 차례 나섰지만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우물 안 개구리였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기사제공 MK스포츠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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