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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이네요. 우승해야죠" 프로 23년차 한송이가 돌아본 봄배구 이야기 [인터뷰]

조아라유 0

인터뷰에 임한 한송이(오른쪽)와 김세인. 김영록 기자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나이의 앞자리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뽐냈다. 노련함과 안정감은 베테랑의 무기다.

정관장은 24일 흥국생명과의 도드람 V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했다.

많은 의미가 담긴 승리였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의 사령탑 데뷔 후 봄배구 첫승, 정관장에겐 2017년 3월 20일 IBK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세트스코어 3대2 승) 이후 2561일만의 봄배구 승리다.

'대전의 봄'은 2016~2017년 이후 7년만이었지만, 한송이(40)의 봄배구는 GS칼텍스 시절인 2013~2014시즌 이후 10년만이다. 경기 후 만난 한송이는 "(이)소영이랑 (이)숙자 코치님이랑 우승했었죠"라며 10년전을 정확히 기억했다.

2002년 도로공사에서 데뷔했다. 2005년 출범한 V리그의 원년 멤버다.

우승 당시에도 이미 베테랑으로 불리던 그다. 10년이 지났건만 데뷔 23년차 노장은 여전히 코트 위에 건재하다.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 정관장 지아가 공격을 성공한 후 한송이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특히 이날 한송이의 역할은 중요했다. 주전 미들블로커 정호영이 부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 한송이는 후배 박은진과 호흡을 맞춰 풀타임을 소화했다.

흥국생명을 이끄는 '배구황제' 김연경은 연신 불꽃 같은 세리머니와 포효로 팀을 이끌었다. 한송이는 후배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다정하게 격려하며 맞섰다.

베테랑이 함께 하는 정관장은 1차전과 달리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2세트 24-19에서 연속 4실점하는 위기를 버텨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한송이가 들어오면 팀에 안정감이 생긴다. 오랜만에 풀타임 뛰었는데도 차분하게 잘해줬다. 우리팀이 실수가 많은데, 송이가 연결 하나 여유있게 해주면 모두가 편안해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뒷받침하는 선수"라며 찬사를 보냈다.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 정관장이 3대1로 승리했다. 경기장을 찾은 세븐틴 부승관과 도겸이 정관장 염혜선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이날 현장에는 정관장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한 그룹 세븐틴의 부승관과 도겸이 찾아왔다. 한송이는 세븐틴이 선물한 꽃다발을 품에 안은채 활짝 웃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다. 공격이나 블로킹이 안 좋았던 만큼 연결에 신경썼다. 다른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에 조용히 묻어갔다. 지난 패배가 우리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는지, 오늘 집중력이 더 좋았다. '무조건 인천 간다'는 마음이었다."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 정관장이 3대1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정관장 선수들의 모습. 대전=허상욱 기자

 

 

한송이는 정규시즌 막판 플레이오프 직행이 확정되자 말 그대로 오열해 동료들을 한꺼번에 울렸다. 정호영은 "경기 끝나고 보니 이미 언니가 울고 계셔서 다들 휩쓸렸다"고 설명했다. 한송이는 "갑자기 눈물이 막 나더라. 동료들을 향한 고마움, 그동안 (봄배구에)못 갔던 아쉬움이 담긴 눈물이었다"고 돌아봤다.

정관장에 온 뒤론 첫 봄배구다. 올시즌을 준비하는 마음은 특히 남달랐다고. 한송이는 "처음부터 챔피언을 꿈꿨다. 위기가 왔을 때도 우린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송이는 이날 경기의 MVP로 뽑힌 김세인이 인터뷰에 익숙지 못한 모습을 보이자 팀사정을 설명하고 속내를 전하는 통역사 역할까지 맡았다.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 정관장이 3대1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정관장 선수들의 모습. 대전=허상욱 기자

 

 

김세인은 1m73 작은 키의 아웃사이드 히터지만, 리시브보다는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이날은 수비에서도 64.7%의 리시브 효율로 맹활약하는 한편, 공격에서도 9득점을 올리며 주포 메가-지아를 돕는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다.

김세인은 "준비는 했지만 진짜 선발로 나갈지는 몰랐다. 현장 와서 정확히 알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한송이는 "네가 선발로 나갈 거라고 다들 눈치껏 알고 있었는데?"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인터뷰에 임한 한송이. 김영록 기자

 

 

이어 "(이)소영이 빠진 자리를 누군가는 메꿔야한다. 세인이는 공격 리시브 다 좋은데 키가 작다보니 블로킹이 어려워 투입이 안됐던 것 같다. 그래도 탄력이 좋고, 기술도 좋고, 배포가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또 "자기가 생각하는 거보다 훨씬 재능이 많은 선수다. 플레이오프 2차전이 올해 첫 선발 출전인데 이만큼 뛴다는게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김세인은 "많이 긴장되고 떨렸다. 언니 칭찬 감사하다"며 미소지었다.

정관장은 오는 26일 흥국생명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통해 현대건설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을 상대를 가린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김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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