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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인정한다, 선수들이 사랑한다… SSG의 소금에는 특별한 맛이 있다

조아라유 0
▲ SSG와 3년 다년 계약을 하고 종신 인천맨의 길을 걷는 김성현 ⓒSSG랜더스
▲ 김성현은 경력이 그렇게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왔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성현이형은 야구를 참 잘하시는 것 같아요"

올해 SSG의 새로운 주전 2루수를 놓고 경쟁을 벌일 안상현(27‧SSG)은 오랜 기간 팀의 내야를 지킨 김성현(37‧SSG)에 대해 "야구를 너무 잘하시는 선배"라고 치켜세운다. 안상현도 1군 경력이 꽤 되는 선수인 만큼 단순한 립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같이 훈련하고 같이 경기에서 뛰며 자연히 느낀 점을 숨김없이 말했다고 봐야 한다. 안상현만 그랬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도 않다. 최준우 등 팀의 중앙 내야 자원들이 매번 경외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선수가 바로 김성현이다.

팬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다. 현장, 그리고 상대 팀 선수들까지 두루 인정하는 선수가 바로 김성현이다. 선수들이 다 인정한다는 것은,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사실 경력에서 그렇게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그랬다. 투수로 나서면 시속 140㎞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천부적인 어깨를 가졌지만 체격이 작다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프로 지명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는 게 당시 스카우트들의 회고다. 한 스카우트는 "당시 고교 감독님이 '어깨가 굉장히 좋다. 신고 선수라도 뽑아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고교 3학년 때 좋은 활약을 펼쳐 많은 구단들의 눈에 들어온 선수"라고 떠올린다.

불과 2년 사이에 지명도 장담할 수 없는 선수에서 당당히 3라운드(2006년 SK 2차 3라운드 20순위) 지명 선수가 된 김성현은 데뷔 후 1군에서는 많은 경기에 뛰지 못하고 군에 갔다. 유망주였을 뿐 실적은 없었고,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뛰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였다. 당시 SK는 왕조의 끝자락을 향해 가던 상황이었다. 유격수 및 중앙 내야수들은 점차 노쇠화되고 있었다. 김성현은 그 자리를 메울 후보로 손꼽혔다.

물론 경력이 계속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팀 선배였던 박진만 현 삼성 감독이 인정할 정도의 수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잦은 실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말도 안 되는 슈퍼 플레이를 하다가도, 너무나도 평범한 공을 놓치는 일상이 반복됐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마지막 플레이가 된 그 뜬공 실책은, 김성현의 빠른 판단력과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줌과 동시에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그의 경력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스스로의 말대로 '가늘고 길게' 갔다. 장타가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콘택트 능력에서 인정을 받았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 시즌 100경기 이상에 나갔다.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는 수비 활용성, 그리고 잘 다치지 않는 몸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됐기 때문이다. 지명도 장담할 수 없었던 작은 키의 그 어린 선수는, 어느덧 1군 통산 1492경기 출전 경력을 가진 베테랑 중의 베테랑으로 성장했다.

좋은 기량과 더불어 클럽하우스를 이끄는 리더 중 하나이기도 했다. 대중 앞에서는 다소 수줍은 성격이지만, 팀 내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분위기 메이커다. 김성현의 곁에는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그만큼 후배들이 잘 따르는 것은 물론, 선배들까지 그에게 의지한다. 선수들이 인정하고, 또 선수들이 사랑하는 선수다. 오랜 기간 김성현을 본 SSG가 이런 가치를 지나칠 수는 없었다. SSG는 좋은 선수이자, 좋은 사람인 김성현의 가치를 정확히 보고 있었다.


 

▲ 내야 리빌딩에 돌입하는 SSG는 김성현의 유틸리티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SSG랜더스
▲ 후배들의 멘토이자 가교인 김성현은 리더십 측면에서도 큰 몫이 기대를 받고 있다 ⓒSSG랜더스
 
 



SSG는 1월 20일 김성현과 3년 총액 6억 원의 다년 계약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성현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당시 2+1년 총액 11억 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이 계약은 2023년으로 끝났다. FA 자격 재취득은 4년을 뛰어야 해 김성현은 2024년은 일반 연봉 계약을 하고 시즌 뒤 다시 FA 시장에 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SSG는 그에 앞서 3년 총액 6억 원의 제안을 내민 끝에 도장을 받아냈다.

김성현도 비FA 다년 계약에 대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3년이라는 계약 기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게 재보지 않고 도장을 찍은 이유다. 나이를 고려하면 자신의 모든 경력을 이 팀을 위해 바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항상 계약에서 크게 욕심을 낸 적이 없었던 김성현은 "오랫동안 함께한 SSG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히며 팀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했다.

SSG는 팀 내야 리빌딩에 돌입하고 있다. 그런데 37세가 되는 김성현을 3년 계약으로 잡았다. 얼핏 봐서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뜯어보면 다 이유가 있다. SSG의 어린 내야수들은 아직 풀타임 경력이 없다.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그때 누군가는 소방수로 나서 무게감을 잡아줘야 한다. 여기서 김성현만한 선수가 없다. 2루와 유격수, 때로는 3루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김성현이 팀 내야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한편으로 후배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모습에서도 3년 계약에 대한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잠깐 불꽃을 화려하게 태우다 사라진 선수들과 다른 '맛'이 SSG의 소금을 정의하고 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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