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꼴찌 앞둔 페퍼저축은행… 외국인 제도까지 변경

작전 지시하는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연합뉴스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이 창단 3년차에도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까 외국인 선수 제도까지 변경할 정도다.

페퍼저축은행은 9일 현재 2승 19패(승점 7)로 최하위다. 창단 첫 해인 2021~22시즌(3승 28패)와 지난 시즌(5승 31패)과 비교해 나아진 게 없다. 자유계약선수(FA) 박정아와 채선아를 데려왔지만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승률이 떨어졌다. 6위 도로공사(6승 15패·승점 19)를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기 내용도 실망스럽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7일 광주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홈 경기에서 1세트를 먼저 따냈다. 2세트에서도 22-14로 앞서갔다. 하지만 듀스 접전 끝에 2세트에서 역전패했고, 이후 3·4세트를 힘없이 내줬다. 안방에서 홈 팬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14연패에 빠졌다. 팀 최다인 17연패에도 다가섰다.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고군분투하며 선수들의 선전을 독려했지만 역부족이다.

페퍼저축은행은 모기업의 지원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장매튜 구단주는 틈 나는대로 경기장을 찾는다. 전용체육관은 없지만 페퍼스타디움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연고지 광주로 이동한 선수단 숙소도 훌륭하다. 선수단 구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비시즌 자유계약선수(FA) 박정아와 채선아를 영입했다.

배구계에선 준비 부족을 지적한다. 2010년 '제6구단'으로 합류한 IBK기업은행은 김희진, 박정아 등 유망주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 맞춰 팀을 만들었다. 급하게 리그에 합류하지 않고 선수단을 정비한 뒤 2011년 창단해 11~12시즌부터 참가했다. 덕분에 2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곧바로 리그에 참가하느라 팀을 제대로 만들 시간이 없었다.

구단 운영도 매끄럽지 않았다. 창단 감독인 김형실 감독은 2년차였던 2012~13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고 물러났다. 아헨 킴 감독과 계약했으나 잔여 경기를 지휘하지 않고 대행체제로 꾸렸다. 그리고 시즌 준비에 한창이었던 6월에 팀을 떠났다. 이어 이고은 재영입 과정에서 1순위 지명권을 내주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 트린지 감독도 급하게 팀을 맡아 원하는 대로 훈련시킬 시간이 부족했다. 선수들도 트린지 감독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했다.

압도적인 최하위 팀이 발생하는 건 리그 전체 흥행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8일 열린 단장 간담회를 통해 여자부 아시아쿼터 선발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기존 7개 팀 동일 확률 추첨(남자부는 유지)에서 차등 확률 추첨으로 변경한 거다. 하위 3팀(구슬수 7위 팀 30개, 6위 팀 25개, 5위 팀 20개) 순서를 1차 추첨한 뒤 상위 4개 팀을 추후에 추첨하기로 했다. 지난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엠제이 필립스를 선발했던 페퍼저축은행으로선 다음 시즌 최소 3순위 이내 지명권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기사제공 중앙일보

김효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