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과의 임대 계약을 앞두고 있는 티모 베르너. 사진=게티이미지
RB 라이프치히(독일) 공격수 티모 베르너(27)가 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유력 행선지는 첼시가 아닌, 같은 연고지 토트넘이다.
영국 매체 BBC는 7일 오전(한국시간) “토트넘은 라이프치히에서 베르너를 임대 영입했다”면서 “베르너는 메디컬 검사를 위해 런던으로 향할 것이다. 토트넘은 남은 시즌 동안 그의 임금을 부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임대 계약에는 선택적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토트넘의 의사에 따라 그를 완전히 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베르너는 라이프치히와 2026년까지 계약돼 있다. 임대료와, 완전 이적 시 이적료는 전해지지 않았다.
매체에 따르면 마르코 로즈 라이프치히 감독은 스카이스포츠 독일판을 통해 “베르너는 유럽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임대를 원하고 있다. 우리는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즉, 베르너의 이번 임대 요청은 출전 시간 확보가 최우선인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국가대표 출신인 베르너는 최근 국가대표팀 소집에서 연이어 빠졌다. 대신 독일은 세르쥬 나브리(바이에른 뮌헨) 니클라스 퓔크루크(도르트문트)를 전방에 배치했다. 베르너는 A매치 57경기 24골을 터뜨리며 요하임 뢰브 감독 아래서 맹활약했지만, 이후에는 연이어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그의 마지막 A매치 출전은 지난해 3월 벨기에와의 평가전이었다.
첼시 시절 티모 베르너. 사진=게티이미지
그만큼 최근 베르너의 폼이 좋지 않다. 올 시즌 베르너는 공식전 14경기 2골에 그쳤다. 총 출전 시간은 386분으로, 경기당 30분도 채 되지 않는다. 라이프치히에는 이미 15골을 터뜨린 로이스 오펜다가 있고, 벤야민 세슈코·사비 시몬스 등 공격 자원이 차고 넘친다. 로즈 감독은 후보 공격수로도 유수프 폴센을 더 중용했다. 베르너는 말 그대로 ‘4옵션 공격수’인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베르너는 국가대표팀 승선을 위해 출전 시간을 늘리려 한다. 마침 올해 6월에는 독일에서 2024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24)가 열린다.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 대회인 만큼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베르너는 유로 2020 본선에 참가했으나, 3경기서 0득점에 그친 바 있다.
토트넘 역시 공격진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토트넘은 ‘주장’ 손흥민이 최대 2월 중순까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다. 히샤를리송이 최근 준수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지만, 중앙 공격수 한 명 만으로 시즌을 치를 수 없다. 백업 공격수 알레호 벨리즈도 무릎 부상 탓에 이탈한 상황이다. 브레넌 존슨이 중앙으로 뛸 수 있으나,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다.
반면 베르너가 EPL 무대를 밟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2020~21시즌을 앞두고 첼시 유니폼을 입고 2시즌 간 EPL 무대를 누볐다. 직전 시즌 베르너는 라이프치히에서 공식전 45경기 34골 13어시스트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리그에서만 28골을 몰아쳤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4골을 넣으며 팀의 8강행을 이끌었다. 당시 베르너는 토트넘과의 UCL 16강전에서 1·2차전 합계 1골 1도움을 올린 좋은 기억이 있다. 이후 코로나19 여파 탓에 단판전으로 열렸는데, 베르너는 8강과 4강에서 모두 결장했다. 팀은 4강에서 파리 생제르맹(PSG)과 만나 0-3으로 졌다.
첼시는 베르너를 영입하기 위해 5300만 유로를 투자했으나, 2시즌 만에 판매했다. 당시 투자한 금액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해당 시즌 놀라운 활약을 펼친 베르너를 영입하기 위해 첼시는 무려 5300만 유로(약 763억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베르너는 EPL에서 오랜 적응기를 가졌다. 당초 주목받은 뛰어난 침투 능력과 스피드는 여전했지만, 골 결정력이 문제였다. 하지만 부상 없이 꾸준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팀에 도움이 되는 움직임이 더 많았다. 당시 첼시는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UCL 우승을 거머쥐며 베르너 영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의 데뷔 시즌 공식전 성적은 52경기 12골 15도움. 기대치에 걸맞은 성적이었다.
문제는 2번째 시즌이었다. 베르너의 골 결정력 부재가 더욱 두드러졌다. 발목 부상에 이어, 코로나19 감염 등 악재도 겹쳤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의 UCL 8강 2차전에서는 1골 1도움 깜짝 활약을 펼쳤으나, 팀은 연장 접전 끝에 짐을 쌌다. 첼시는 리그 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베르너는 37경기 11골 6도움으로 다소 하락세를 겪었다.
이에 첼시는 베르너와의 결별을 택했다. 친정팀 라이프치히가 베르너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적료는 2000만 유로(약 287억원). 첼시가 투자한 돈의 반도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친정팀으로 돌아간 베르너는 40경기 16골 6도움으로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듬해 완전히 입지가 좁아졌다. 유럽 축구 통계 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한 때 8000만 유로(약 1150억원)에 달했던 그의 몸값은 1700만 유로(약 244억원)까지 추락했다.
2년 만에 EPL 무대로 돌아오는 베르너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가 관전 요소다. 최전방이 아닌, 측면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베르너는 첼시 시절 왼쪽 윙 포워드로 활약하며 그의 장점을 살린 기억이 있다. 특히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올 시즌 공격수들의 높은 전방 압박을 요구하는 데, 베르너는 이미 그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관건은 여전히 골 결정력. 그리고 손흥민의 공백을 어디까지 메워줄 수 있을지다.
토트넘이 번리를 꺾고 FA컵 32강에 진출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은 국가대표 합류 전까지 올 시즌 공식전 21경기 12골 5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득점 부문 팀 내 최다 기록. EPL에서만 12골을 몰아쳐 리그 득점 공동 2위에 오른 상태이기도 하다.
손흥민의 부재를 느끼기엔 1경기면 충분했다. 토트넘은 지난 6일 번리와의 2023~24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3라운드에서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7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지만, 골망을 흔든 건 수비수 페드로 포로였다. 존슨이 해당 경기에만 유효슈팅 4개를 기록했지만, 모두 골키퍼 선방에 막힌 바 있다. 토트넘의 전담 기자 중 한 명인 댄 킬패트릭은 “손흥민이 그리운 경기였다”라고 고개를 젓기도 했다.
한편 베르너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당장 오는 1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21라운드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김우중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
김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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