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관련 질문에 "토씨 하나 건드리지 말고 써달라. 월드클래스 아니다"
기본기 교육만 하던 SON축구아카데미, 중등리그 도전…"승패 연연 안 해"
춘천 출신 한국 축구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부친 손웅정(61)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은 64년 만의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전망에 대해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해 이번에 우승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갑진년 새해를 맞아 서울의 한 호텔 카페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축구 실력, 축구계의 투자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은 일본에 뒤진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승해버리면 한국 축구가 병 들까 봐 걱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64년 동안 한 번도 우승 못 한 것에 대해 나는 물론이고 모든 축구인이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면서도 1956년 제1회 대회와 1960년 제2회 대회에서 2연패를 이룬 뒤로는 단 한 번도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다만 현재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 만큼은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오른 손흥민의 기량이 농익은 데다 창의적인 패스를 구사하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명문'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주전 센터백 김민재 등 전 포지션에 걸쳐 특급 선수들이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를 키워낸 손 감독의 시각은 우승을 '못 할 것'이라기보다는 '해서는 안 된다'는 쪽에 가까웠다.
한국과 '숙적' 일본 중 어느 팀이 더 우승 가능성이 높아 보이냐는 질문에 손 감독은 "(선수 개인 기량의 총합을 놓고 볼 때) 한국은 일본에 게임도 안 된다. 우리 축구인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들이 대표팀 캡틴인데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느냐'고 묻자 손 감독은 "당연히 한국이 우승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승해버리면 그 결과만 가지고 얼마나 또 우려먹겠느냐"라면서 "그러다가 한국 축구가 병 들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텅 빈 실력으로 어떻게 속여서 일본 한 번 앞섰다고 해도, 그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래서)우승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손 감독은 어린 나이부터 승패의 결과에 매몰돼 기본기를 닦는 데에 소홀한 한국 축구 지도 방식을 비판해왔다.
그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SON축구아카데미'에서는 그간 볼 리프팅 등 기본기 교육만 해왔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강원권역 중등부 축구리그에 출전하기로 했다. SON축구아카데미서 기본기만 수년간 갈고 닦은 중 1, 2학년 선수들이 3학년이 주축이 된 팀들과 경쟁하게 된 것이다.
손 감독은 지금까지 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승패에는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키 크고 덩치 큰 애들 상대로 우리 애들이 영리하게 볼 잘 차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편, 손 감독은 손흥민이 여전히 월드클래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토씨 하나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써달라. 월드클래스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기사제공 강원일보
권순찬기자,조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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