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고승민. 스포츠조선DB
김민호 롯데 수비코치. 김영록 기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불안한 예감이 현실로 나타났다. 롯데 자이언츠 2루에 공백이 생겼다.
'캡틴' 안치홍이 떠났다. 2번째 FA를 맞이한 안치홍은 20일 한화 이글스와 4+2년 총액 72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안치홍은 2019년 겨울 롯데에 2+2년 총액 56억원의 FA 계약으로 합류한 이래 4년간 타율 2할9푼2리 40홈런 2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1을 기록했다.
매년 큰 기복 없이 꾸준했다. 지난해까진 이대호의 뒤를 받치는 타선의 한 축이었고, 올해는 전준우와 함께 팀을 이끌었다.
특히 이대호 우산 효과가 사라진 올해도 안치홍의 활약은 흔들림이 없었다. 타율(2할9푼2리) 안타(124개) 타점(63개) 볼넷(49개) 출루율(3할7푼4리) 장타율(4할) 등 홈런과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전준우의 뒤를 이어 팀내 2위였다. 주장으로서 묵묵히 팀을 이끈 리더십은 덤.
안치홍.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불안감이 감돌았다. 롯데는 2019년 성민규 전 단장 부임 이래 샐러리캡을 꾸준히 비웠지만, 이를 지난해 노진혁 유강남 한현희 FA 3명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쏟아부었다.
감독부터 단장까지 수뇌부가 송두리째 바뀌는 혼란도 있었다. 야구계에선 "샐러리캡을 감안하면 롯데가 둘다 잡진 못할 것"이란 예상이 팽배했다.
그리고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롯데는 FA 전준우에게 4년 총액 47억원의 계약을 제시했다. 이미 50억원대 계약을 제시한 타 팀이 있었다.
다만 에이전트에게 계약 총액을 제시한 선에서 논의가 끝났다. 세부적인 옵션이나 인센티브까지 논의하진 않았다.
큰 차이가 아니라면 롯데 원클럽맨으로 남고자 했던 전준우의 의지가 강했다. 지난 계약(4년 34억원)과 달리 구단 측에서도 적지 않은 성의를 보였다. 계약 총액 뿐 아니라 2년간의 코치 연수까지 약속해 전준우의 마음을 부산에 붙들어놓았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안치홍까지 잡긴 어려웠다. 롯데 2루는 주인이 마땅치 않다. 안치홍이 뛴 4년간, 그 자리를 메울 만한 선수를 육성하지 못했다.
가장 안정적인 선택은 박승욱이다. 2022년 방출 선수로 합류한 그는 올해 빠른발과 준수한 수비, 매서운 타격을 과시하며 내야 멀티 요원으로 맹활약했다. 올시즌 타격에서 한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였고, 한때 주전 유격수로 뛰었을 만큼 푸트워크가 준수하다. 다만 올시즌 병살 플레이 등 수비 집중력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2회말 2사 만루 롯데 박승욱이 선취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기대치만 본다면 고승민이 압도적이다. 고승민은 시즌 종료 후 마무리캠프부터 2루 자리에서 펑고를 받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 시켜보는 거다. 내년 2루 이동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안치홍의 이적이 유력한 상황에서 그 대안이기도 했다.
원래 2루수 출신이긴 하지만, 군제대 후 외야와 1루로만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타격 부진(OPS 0.651)을 감안하면 당장 자신의 자리가 마땅찮다. 향후 외국인 타자의 포지션에 따라 입지가 불안하다. 반면 일정 수준 이상 2루가 가능하다면 바로 주전을 노크할 수 있다. 반대로 수비 면에선 가장 염려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2루는 1루와 달리 포구 외에도 잦은 의사소통을 통해 온갖 연계플레이에 참여하는데, 여기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수비를 펼치는 롯데 정대선. 부산=허상욱 기자
신예 정대선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 5라운드로 입단한 세광고 출신 내야수다. 18세 이하(U-18) 국가대표팀 때 홈런 포함 타율 6할2푼5리(16타수 10안타)를 기록하는 등 타격 자질이 뛰어난 3루수로 평가됐지만, 프로 입단 후 유격수와 2루로 포지션을 옮겼다. 수비도 많이 향상됐다는 평. 특히 마무리캠프에선 김민호 코치의 폭풍 같은 지도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1루와 3루 요원으로 평가되는 김민수 역시 2루 자리에 도전할 수 있다. 과거 유격수와 2루수로 1군에서 뛴 경험도 있다. 다만 지난해 2할대 초반에 그친 타격을 끌어올린다는 전제다.
지난해 시범경기 때 2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학주 역시 타격이 약점이다. 상무 시절 내야 전포지션을 연습했던 나승엽도 입후보할만하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김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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