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반전이었다. 정말 극적으로 항저우행 막차에 탑승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22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좌완투수 이의리(21·KIA)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의리는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 중이나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의리는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복귀전을 치렀으나 1⅓이닝 2피안타 3사사구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마침 이날 경기장을 찾은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이의리의 피칭을 지켜봤고 이의리가 강판을 당하자 주저하지 않고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앞서 구창모(26·NC)도 대표팀에서 낙마한 마당에 유일한 왼손 선발 자원이었던 이의리마저 '탈락'하면서 과연 누가 그 빈 자리를 대신할지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의외의 이름이 나왔다. 바로 롯데 외야수 윤동희(20)가 이의리의 대체 선수로 대표팀에 합류한 것. KBO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전력강화위원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전문 외야수와 우타자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논의 끝에 윤동희를 최종 선발하기로 했다"라고 윤동희를 선발한 이유를 밝혔다.
당초 대표팀은 이정후(25·키움)가 부상으로 아시안게임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이정후를 대체할 외야 자원이 필요했고 그 후보로 윤동희를 비롯해 여러 선수들이 언급이 되기도 했다. 대표팀의 선택은 이정후 대신 김성윤(24·삼성)을 뽑는 것이었다. 따라서 더이상 외야수가 추가될 일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대반전이 있을 줄이야. 대표팀은 최지훈(26·SSG), 최원준(26·KIA), 김성윤 등 좌타 일색인 외야진에 우타 외야수 윤동희를 보강하면서 짜임새를 더했다.
윤동희는 올해 100경기에 나와 타율 .296, 출루율 .338, 장타율 .363에 2홈런 39타점으로 순조롭게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
롯데에 치열한 외야 경쟁이 펼쳐지면서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윤동희는 2군에서 맹타를 휘둘렀고 4월 말부터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2군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어느덧 아시안게임 대체 외야수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로 성장한 윤동희는 이달 초만 해도 "아시안게임에 가고 싶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운명에 맡기겠다는 말을 남겼는데 대표팀 공식 소집일 하루를 앞두고 극적으로 합류했으니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로써 롯데는 기존에 항저우행 티켓을 손에 거머쥔 '와일드카드' 박세웅(28)과 '투수 전향 성공신화' 나균안(24)과 더불어 윤동희까지 국가대표 3명을 배출하는 '경사'를 맞았다. 만약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낸다면 '초대박'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들 모두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종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28세와 24세 투수, 그리고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한 20세 외야수까지 군 문제를 해결한다면? 롯데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을 것이다.
대표팀에 뽑힌 3명 모두 '미필'인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당초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를 두고 "팀당 병역 미필 선수는 최대 2명만 선발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KBO는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병역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선발이 이뤄졌고 와일드카드를 제외하고 연령·연차 제한(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차 이하), 팀당 최대 3명(와일드카드 포함) 선발 원칙 하에 선발했다"라고 밝혔다.
마침 이들은 컨디션도 예열을 마친 상태다.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다녀온 박세웅은 시즌 초반 부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며 8승 7패 평균자책점 3.41로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대표팀 소집 하루 전날인 22일 인천 SSG전에서 선발로 나온 박세웅은 6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면서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 쾌조의 컨디션으로 대표팀에 합류한다.
올해 6승 7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고 있는 나균안은 햄스트링 부상 복귀 후 5경기에 등판, 3패를 거둔 것이 전부였지만 평균자책점은 3.10으로 안정적이었고 29이닝 동안 홈런 1개만 맞을 정도로 구위도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인다. 무엇보다 투수 전향 후 선발, 롱릴리프, 추격조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대표팀에서도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윤동희 또한 대표팀 합류 소식에 힘을 얻었는지 22일 인천 SSG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면서 항저우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갈 각오임을 보여줬다.
물론 롯데는 여전히 5강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이고 5위 KIA를 4.5경기차로 따라 붙고 있어 당장 23일 인천 SSG전부터 주축 선수 3명의 공백 속에 힘겨운 레이스를 펼쳐야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의 결과가 팀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윤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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