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빛난 류현진, 아웃카운트 1개 남기고 승리투수 무산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AP PHOTO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존 슈나이더 감독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눈부신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지만 아웃카운트 1개 모자라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을 6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승리투수 요건을 눈앞에 두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토론토가 1-0으로 앞서 5회초 2사 1, 2루에 몰리자 구원투수 이미 가르시아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수는 83개였고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54개였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고 복귀한 류현진은 이번 시즌 투구수 90개를 넘긴 적이 없다.

류현진은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아쉬운 듯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류현진이 올 시즌 5회를 채우지 못한 것은 타구에 맞아 교체된 지난 달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 이어 두 번째다.

구원투수로 올라온 가르시아는 위기를 실점없이 막아냈다. 류현진은 이날 투구로 시즌 성적 3승 3패를 유지했다. 시즌 평균 자책점은 2.93에서 2.62로 떨어졌다.

이날 류현진의 패스트볼(37개) 최고 구속은 시속 91.1(146.61㎞)마일, 평균 구속은 89.1마일(143.39㎞)을 찍었다. 구속이 조금씩 올라가는 모습이다. 아울러 체인지업(19개), 커브(13개), 커터(12개), 싱커(2개) 등 다양한 구질을 활용했다.

사실 투구 내용은 불안했다. 피안타를 많이 허용했고 실점 위기도 여러번 몰렸다.

류현진은 1회초를 삼자 범퇴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선두 타자 세단 라파엘라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한데 이어 2번타자인 한국계 롭 레프스나이더(한국명 김정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LA다저스 소속 시절 팀동료였던 저스틴 터너 마저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2회부터 매 이닝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2회초 라파엘 디버스에게 유격수 쪽 깊은 내야안타를 허용한데 이어 다음 타자 애덤 듀발에게 좌측 외야 담장을 원바운드로 넘기는 인정 2루타를 내줘 무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파블로 레예스에게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냈다. 토론토 유격수 보 비셋은 침착하게 홈으로 송구해 3루 주자 디버스를 아웃시켰다. 1사 1, 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트레버 스토리, 보비 달벡을 잇따라 외야 뜬공으로 잡고 실점없이 2회초 위기를 벗어났다.

토론토 타선이 2회말 공격에서 케빈 키어마이어의 희생타로 선취점을 뽑은 가운데 류현진은 3회초 다시 흔들렸다. 상대 선두타자이자 과거 토론토 동료였던 리즈 맥과이어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이어 후속 타자 라파엘라에게도 3루 파울 라인을 스치듯 빠지는 2루타를 내줘 다시 무사 2, 3루 위기에 처했다.

이번에도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레프스나이더에게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져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류현진은 터너마저 3루 땅볼로 잡고 2아웃을 만들었다. 디버스에게 볼넷을 내줘 2사 만루가 된 상황에서 듀발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1-0으로 앞선 4회초 다시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선두 타자 레예스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가볍게 처리했다. 이어 다음 타자 스토리도 3루 땅볼을 유도했다. 하지만 토론토 3루수 채프먼이 평범한 타구를 놓치면서 1사 1루가 됐다.

류현진은 이어 달벡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고 1루 주자 스토리가 3루까지 진루해 1사 1, 3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역시 맥과이어를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잡고 실점없이 상황을 종료했다.

2회부터 세 이닝 연속 실점 위기를 넘긴 류현진은 5회초에도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1사 후 레프스나이더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빗맞은 타구를 류현진이 직접 잡았지만 바운드가 크게 튀는 바람에 그 사이 타자가 1루에서 살았다.

류현진은 1사 1루에서 터너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디버스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 2루가 됐다. 투구수가 83개가 되자 결국 존 슈나이더 감독이 나와 교체를 결정했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가르시아는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했고 류현진도 실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토론토는 2-1로 앞선 9회초 2사에서 불펜 투수 에릭 스완슨이 디버스에게 좌월 동점 솔로 홈런을 얻어맞고 승리를 날릴 뻔 했다. 하지만 9회말 1사 1루에서 나온 채프먼의 끝내기 적시타에 힘입어 극적인 3-2 승리를 거뒀다.

3연승을 내달린 토론토는 시즌 83승 67패를 기록, 이날 패한 텍사스 레인저스를 끌어내리고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에 올랐다.
 

기사제공 이데일리

이석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