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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배구가 비참하고 불명예스런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스페인)이 이끄는 여자배구대표팀은 6일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끝난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선수권대회 5·6위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에 세트스코어 0-3(24-26 23-25 23-25)으로 졌다. 한 수 아래의 중앙아시아 국가, 변방 중의 변방을 상대로 내내 고전하다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무너진 것은 실력과 몸값이 정확히 반비례하는 한국여자배구의 참담한 현주소를 대변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자르 감독은 “4강 진출이 목표”라고 호언했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베트남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2-3으로 패했고, 대만과 2차전에선 3-2로 간신히 이겼다. 8강전에선 개최국 태국에 0-3으로 완패해 순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한국여자배구가 아시아선수권대회 4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75년 대회 출범 이후 처음이다.
세상에 영원한 영광은 없지만 2012런던올림픽 4강,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8강, 2020도쿄올림픽 4강을 달성한 한국여자배구는 너무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한 세트를 얻고, 승점 1만 챙겨도 감지덕지한 무대가 된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년 연속 전패도 모자라 아시아선수권대회마저 참사로 마쳐 충격을 더했다.
만족스러운 인프라에서 넉넉한 대우를 받으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들은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베테랑들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자리를 대체하지 못할 만큼 실력이 떨어졌다. 재정적 이유로 대표팀 감독을 ‘파트타임’으로 뽑은 대한배구협회의 무책임, 철학도 비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세자르 감독의 무능이 빚어낸 결과다.
이제 한국여자배구는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밀렸다. 베트남은 여자배구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고, 태국은 한때 우리 V리그 시스템과 인프라를 배우려 했던 곳이다. 카자흐스탄도 과거 대한체육회가 개발도상국 합동훈련을 추진했던 팀이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몰락은 거듭될 수도 있다. 이달 중순 진행될 2024파리올림픽 세계 예선이다. 개최국 폴란드와 독일,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미국, 콜롬비아, 태국 등 8개국이 경쟁하는 이 대회에서 2위 안에 들어야 파리로 갈 수 있다.
이달 말 2022항저우아시안게임도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한때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중국과 일본의 아성을 지금의 우리로선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분위기다. 2006년 도하대회 이후 17년 만에 노메달로 항저우 여정을 끝낸다면, ‘세자르호’는 역대 최악의 오명만을 남긴 채 사라질 수도 있다.
기사제공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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