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 (C)히메지(일본)=홍성욱 기자
9월 초순이지만 후텁지근한 날씨가 위용을 부리는 일본 효고현 남부 히메지(姬路)시에서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전지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토레이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대학리그의 강호 신와대에 이어 세 번째 상대인 빅토리나 히메지와의 경기가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다.
도로공사를 지난 시즌 우승으로 이끈 이윤정 세터의 얼굴은 땀이 마를 사이가 없다. 뛰어다니고 또 뛰어다닌다. 세트를 거듭할수록 행동반경이 확연히 줄어들 정도로 체력소모도 심하다. 국내 훈련 때나 경기 때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강행군의 후폭풍이기도 하다.
5일 빅토리나 히메지와의 첫 경기를 마친 이윤정 세터는 "저 개인적으로는 일본 전지훈련이 처음입니다. 와서 직접 상대해보니 일본은 생각했던 것보다 플레이가 정교하고 정말 빨라요. 상대하기 힘들지만 배울점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대결하는 배구는 두 팀 세터 사이의 신경전 속에 공방전이 이어진다. 이윤정 세터의 눈에 비친 상대 세터들은 어떠했을까.
이윤정은 "여러 세터를 겪어보는 중입니다. 그런데 일본 세터들의 스타일은 비슷하네요. 한국은 토스를 튕기는 게 빠르다면 일본은 한 번 잡았다가 나가는 게 진짜 빨라요. 그런 플레이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시아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일본이나 태국 세터들의 유형은 볼을 쥐는 듯한 촌음의 순간에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을 쓴다. 우리 선수들이 이 부분에 대한 대처가 늦다보니 쉽게 이기기 힘든 상황이다. 오픈 공격 말고는 답이 없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윤정 세터는 비시즌 일정의 정점인 일본전지훈련에서 상대의 상황에 대응하며 힘겨운 상황에서 이겨내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중요한 경험이다.
이윤정은 "솔직히 힘들어요. 일정도 빡빡하고요. 한국에서 오전과 오후 훈련을 하는 리듬과 달리 일정 변화가 많다보니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경기를 계속하니 힘든 부분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빅토리나 히메지와의 연습경기에서 활약하는 이윤정. [한국도로공사 제공]
신와대학과의 경기 후에는 강도 높은 훈련까지 받았다. 선수들이 데드포인트 상황을 오랜만에 접할 정도로 순간 강도가 상당했다.
어렵사리 이겨낸 이윤정은 "솔직히 경기도 힘들고 훈련도 힘들어요(웃음). 그래도 이겨내야죠. 힘든 건 발전이겠죠"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모습 속에 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이 들게 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팀이 갑자기 범실이 많아지면서 힘든 경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흐름을 바꾸며 잡아야 하는 건 세터라고 생각합니다. 김종민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하세요. 제가 더 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도로공사는 확실한 공격루트를 확인했다. 이윤정의 패스를 받은 반야 부키리치의 강타는 일본 코트를 초토화 시켰다.
이윤정은 "부키(팀에서 부르는 이름)는 우선 성격이 정말 좋아요. 그리고 타점이 높죠. 공을 잘 세워주면 위에서 때려냅니다. 지금까지 함께 한 외국인선수 가운데 가장 맞추기 편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부키리치가 오른쪽에 있을 때 구사하는 공격은 완성도가 높다. 왼쪽에서 하는 공격은 호흡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윤정은 "부키도 오른쪽이 편한가봐요. 많이 대화하면서 왼쪽에서의 호흡을 끌어올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윤정은 토레이와의 초반 두 차례 경기에서는 배유나와 최가은을 활용한 속공을 많이 구사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오픈 공격 위주로 변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그는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안정적으로 가려고 높은 공격을 많이 하게 됩니다. 속공을 적절하게 섞어 운영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실업무대를 주름잡다 2021-2022시즌 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이후 2022-2023시즌은 혼자서 팀을 조율했고, 정상등극에 큰 기여를 했다.
그의 세 번째 시즌은 새롭게 다가온다. 이윤정은 "시즌을 앞두고 해마다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우리 팀은 리시브와 수비를 잘하는 팀입니다. 우승팀이기도 합니다. 올 시즌에는 제가 세트 성공률을 더 끌어올리고 싶어요.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하는 시즌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눈은 이미 2023-2024 시즌을 겨냥하고 있었다.
기사제공 스포츠타임스
히메지(일본)=홍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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