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반야 부키리치. 한국도로공사 제공
반야 부키리치(24)가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의 ‘외국인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부키리치는 3일 일본 시가현 오쓰시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매 경기 많은 점수를 내려고 노력하고, 많이 이겨서 챔피언결정전까지 갔으면 좋겠다”라며 “팀에는 70% 정도 녹아든 것 같다. 100%를 채워야 하므로 만족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한국도로공사는 7순위 지명권을 받아 지난 5월 열린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부키리치를 선택했다. 당시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공격력보다는 좀 길게 봤다. 당장 차기 시즌 아닌 그 다음 시즌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서 선택했다”고 했다.
부키리치는 이번이 첫 프로 도전이다. 한국도로공사에 합류한 지는 이제 막 한 달이 지났다. 김종민 감독이 현재보다는 미래의 관점에서 부키리치를 바라본 이유다. 그간 드래프트에서 처음에 뽑았던 외국인 선수들이 다소 부진했다는 점에서 팀 내부적으로 ‘너무 기대하지 말자’는 분위기도 있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과 반야 부키리치. 한국배구연맹 제공
그러나 부키리치는 짧은 시간 동안 기대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먼저 성격이 강점으로 꼽힌다. 선수단이 입을 모아 적극성과 적응력을 칭찬한다. 일반적인 외국인 선수보다 눈에 띄게 책임감이 크다는 평가다. 부키리치는 “나는 긍정적인 성격이고, 긍정적이려고 노력한다”라며 “원래도 에너지가 넘치고, 어딜 가든 잘 적응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유쾌한 성격은 전지훈련 기간에도 드러났다. 부키리치는 8월30일 도레이 선수단과 만찬에서 한국어로 자기소개해 웃음과 박수를 자아내기도 했다. 세터 이윤정(26)과 매일 한국어-영어 단어를 하나씩 공유하며 공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나는 낙관적인 데다 똑똑하기까지 하다”라며 웃던 부키리치는 “원래 농담도 많이 하는데, 언어 문제가 있어서 많이 하지 못해 조금 아쉽다”고 했다.
부키리치는 ‘2∼3년 뒤를 본다는 건, 1년 차에는 그만큼 기대가 없다는 뜻 아니냐’고 묻자 “오히려 부담이 없어서 좋다”라며 “2∼3년 뒤는 당연히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100% 활약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웃사이드 히터를 맡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포짓 스파이커 쪽이 더 익숙하긴 하지만, 둘 다 부담은 없다”고 했다.
배구 실력도 기대보다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아직 적응기이기 때문에 동선이 다소 겹치고 범실이 많긴 하지만, 배우려는 의지와 책임감이 커서 성장이 빠르게 이뤄진다는 평가다. 김종민 감독은 “다른 선수가 잘못하든 본인이 잘못하든 스스로 처리를 하면 된다는 그런 마인드가 있다”라며 “배우려는 의지가 좋고, 적응력도 굉장히 빠르다”고 했다.
일본 전지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반야 부키리치. 한국도로공사 제공
미국에서 도시공학 전공으로 오하이오주립대(학사)를 졸업하고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석사)에서 수학한 부키리치는 대학 공부를 통해 사고력을 키운 점이 “배구에도 도움이 된다”라며 “공격할 때 플랜 A, B, C를 만들어 옵션을 가지고 생각하면서 한다”고 했다. 그는 “공이 넘어오기 전 먼저 계획을 생각하고, 공이 잘 오면 A를 실행하고 그게 아니면 B, C 옵션을 쓰는 식”이라고 했다.
한국 배구를 보면서 “한국의 빠른 배구가 저에게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론 기회이고, 한편으로 걱정이었다”고 했던 부키리치. 그는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사제공 한겨레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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