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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대표도 월급 못 받았다... 데이원 '4년 플랜'은 공염불, 최악 9구단 체제 '우려'

조아라유 0

[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허재 데이원 스포츠 총괄 대표. /사진=KBL 제공

허재 데이원 스포츠 총괄 대표가 지난해 7월 열린 데이원 창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계획을 밝히고 있다.

김희옥 KBL 총재. 그 뒤로 고양 데이원 구단 로고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KBL 고양 데이원 점퍼스가 사상 초유의 '리그 제명'을 당하고 말았다. 자신감을 드러내며 프로농구에 발을 들였던 이들은 무책임하게 리그를 떠나고 말았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6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이사회와 총회를 열고 "고양 데이원 스포츠를 회원사에서 제명했다"고 발표했다.

KBL은 " 데이원이 정상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데이원이 선수 연봉 체불 등을 해소하기는커녕 거짓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리그의 신뢰와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제명 사유를 밝혔다.

 

"월급 4~5개월 못 받아, 밥도 알아서 해결했다" 데이원 상황은

 

데이원 주장 김강선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농구단 임금 체불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재 데이원은 선수단에 지급해야 할 올해 2월분 급여부터 주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주장 김강선(37)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월급을 4~5개월 못 받아 신발도 사서 신었고, 밥도 알아서 해결했다"며 "구단에서 제공해 주는 집세도 밀렸다. 결혼을 준비하는 선수들도 돈이 없어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구단의 '얼굴마담' 허재(58) 스포츠 총괄 대표마저도 '무급'으로 한 시즌을 보냈다고 한다. 이날 사퇴의사를 밝힌 박노하 재무 총괄 대표는 입장문에서 "(허재 대표에게는) 자금난으로 약속한 연봉도 거의 지급해 드리지 못했고, (허 대표가) '본인 급여 줄 돈 있으면 선수 관련 비용에 쓰라'고 하면서 한 시즌을 무급봉사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KBL은 지난 5월 31일 데이원을 향해 최후통첩을 날렸다. 당시 KBL은 "데이원이 연봉 체불과 추후 구단 운영 방안에 대한 구체적 조치를 6월 15일까지 이행하지 못할 경우, 16일 임시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데이원 구단 자격을 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제명'의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데이원이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자 결국 1997년 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구단 제명'이라는 철퇴를 내리게 됐다.



김희옥 KBL 총재가 16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고양 데이원의 회원자격을 박탈(제명)하기로 한 임시총회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농구대통령·명장·특급슈터 영입하며 야심차게 창단, 그러나 불안요소는 있었다

 

허재(왼쪽) 데이원 스포츠 총괄 대표이사와 김승기 감독이 지난해 7월 데이원 창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로써 데이원스포츠의 프로농구단 운영은 1년 만에 마무리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관계사인 데이원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말 고양 오리온 농구단을 인수할 뜻을 내비쳤다. 당시 데이원자산운용 측은 "농구단뿐 아니라 축구단, 배구단, E-스포츠단, 탁구단 등 여러 종목의 프로리그에도 진출할 예정"이라며 "프로스포츠는 광고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산업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지난해 5월 데이원은 KBL로부터 리그 가입이 한 차례 반려됐다. 데이원이 연맹에 제출한 구단 운영 계획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 달 뒤인 6월 24일 임시총회에서 데이원의 KBL 가입이 승인됐다. 단 15억 원의 특별회비를 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데이원은 가입 승인 전부터 과감한 움직임을 보였다. '농구대통령' 허재 감독을 구단주 자리에 앉혔고, 안양 KGC에서 2차례 우승을 이끈 김승기(51) 감독을 데려왔다. 여기에 김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특급 슈터' 전성현(32)도 영입했다. 당시 데이원은 "전성현 영입을 필두로 신생 농구단의 전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며 최고의 라인업을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성현. /사진=KBL 제공

 

 

"파이낸셜 플랜 4년까지는 잡아놨다"던 데이원, 가입금 납부도 힘겨웠다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지난해 8월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캐롯 점퍼스 창단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하지만 데이원은 리그 참가 전부터 우려를 자아냈다. 데이원자산운용은 물론이고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데이원의 가입이 한 차례 반려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에 지난해 7월 창단 기자회견에서 박노하 대표는 "파이낸셜(재정) 플랜은 4년까지는 잡아놨다"고 밝히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허재 대표 역시 "액수를 오픈하긴 곤란한 점도 있다"면서도 "타 구단보다는 운영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걱정 안 하셔도 좋을 거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데이원은 이후 캐롯손해보험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고양 캐롯 점퍼스'라는 명칭으로 2022~2023시즌에 참가했다.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처럼 뚜렷한 모기업 없이도 스폰서를 통한 구단 운영을 시도한 것이다. 허 대표는 "새로운 방식의 구단 운용으로 한국 농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공언했다.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 후 취재진과 만나 고양 캐롯 구단의 가입비 미납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성헌 데이원 사무국장.

/사진=스타뉴스 DB

 

 

하지만 데이원의 이후 행보는 여전히 의문을 자아내게 했다.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도 가입금 전액은커녕 1차분 5억 원도 납부하지 못했다. 결국 KBL은 미납 시 정규리그 참가 불허 방침을 밝혔고, 데이원은 부랴부랴 5억 원을 내면서 리그 파행은 막게 됐다. 이후로도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자금난이 겹치면서 올해 초부터는 선수단을 포함한 관계자들의 급여도 제대로 주지 못했고, 가입비 잔금 10억 원을 3월 말까지도 내지 못했다.

KBL은 다시 한 번 경고를 날렸다. 3월 말까지 가입비를 완납하지 못한다면 플레이오프 참가를 불허한다는 것이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리그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선수들을 힘빠지게 하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캐롯손해보험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도 한 시즌을 가지 못하고 종료됐다. 데이원은 이번에도 어렵게 10억 원을 납부한 후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무리한 자금 투입이 이어지며 구단은 치명타를 맞았다.

 

'사태 해결' 공언은 '공염불', 결국 선수들 국회로 갔다

 

16일 사퇴 의사를 밝힌 박노하 데이원 재무 총괄 대표. /사진=뉴시스

 

 

시즌 종료 후에도 데이원은 뚜렷한 구단 운영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능력조차 없었다. 박 대표는 '미숙한 운영'으로 팀에 피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농구단 운영에 지급 보증을 했던 대우조선해양건설 김용빈 회장의 자금 단절"을 언급하며 "선수단 임금 체불 및 업체 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계속 강구했으나 영업직 대표로서의 한계를 재차 절실히 느꼈다"고 고백했다.

데이원의 운명을 결정할 이사회를 이틀 앞두고 지난 14일 주장 김강선을 비롯해 한호빈, 전성현, 이정현 등 데이원 선수단은 데이원의 연고지인 경기도 고양시를 지역구로 한 홍정민, 이용우, 한준호 국회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고양 데이원 점퍼스 농구단 팬들과 소속 선수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농구단 임금 체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팬 일동' 명의로 발표된 성명문에서 데이원 팬들은 "그동안 KBL로부터 데이원 농구단의 안정적인 운영과 선수들의 임금 지급, 계약 기간 보장 등의 기본적인 선수 생활 유지를 지원할 수 있기를 기다려 왔다"면서 "축구단 인수가 점수 미달로 거절될 정도로 가입비조차 제때 낼 수 없던 데이원스포츠라는 부실 기업의 오리온 구단 인수를 승인한 KBL의 기준을 공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끝내 사태 해결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KBL은 데이원의 제명을 결정했다.

 

초유의 '제명 사태', KBL-데이원 향후 계획은

 

김희옥 KBL(프로농구연맹) 총재가 16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고양 데이원의 회원자격을 박탈(제명)하기로 한 임시총회 결정을 발표 후 브리핑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KBL은 우선 데이원 선수 18명을 보호할 계획이다. 6월 1일 이후 선수들 연봉은 KBL이 우선 지급하고, 추후 적절한 방법으로 환수한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의 상황을 감안해 긴급생활자금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KBL은 "리그를 훼손하고 팬들을 실망시킨 박노하, 허재 공동대표에게 이번 사태에 상응한 행정적, 법률적 책임을 적극 물을 방침이다"고 말했다.

현재 KBL은 KT 소닉붐이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 남자농구단이 없는 부산광역시와 새로운 인수 기업 물색을 포함한 후속 방안을 적극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9구단 체제로 갈 수도 있다. KBL은 "7월 21일(잠정) 데이원 소속 선수 18명 전원을 대상으로 특별드래프트를 실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특별드래프트는 동일한 확률로, 구단별 2명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며, 2023~2024시즌에 한해 샐러리캡, 등록정원 등에서 예외 적용된다.

김희옥 KBL 총재는 데이원 구단 제명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프로농구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 튀어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상황을 맞게 돼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데이원스포츠를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신 고양 팬들은 물론 모든 농구팬들과 관계인들에게도 유감스럽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후속조치를 상황에 맞게 성실히 진행하겠다"며 "리그의 안정성과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정진하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데이원은 우선 사태 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박 대표는 "비록 대표직에서 사퇴하나 데이원스포츠의 지분 구조 및 법적인 시시비비를 떠나 그 동안의 임금 체불에 대해서 시일이 좀 걸리더라도 지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고양 데이원 점퍼스 로고. /사진=KBL 제공

 

허재 데이원 스포츠 총괄 대표. /사진=KBL 제공

 

고양 데이원 점퍼스가 2022~2023시즌 KBL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패배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기사제공 스타뉴스

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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