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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과 던컨, 신구 모범생의 운명적 만남

조아라유 0

트윈 타워, 강팀 도약의 유리한 조건

 

 



‘트윈 타워’가 무서운 점은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 있다. 수준급 빅맨의 존재여부에 따라 팀 디펜스 자체가 바뀔 수 있는데 둘다 국가대표급인 4~5번이 함께 골밑을 지키고있다고 상상해보라. 그것도 평균 신장이 210cm을 넘어가는데다 잘달리고 잘뛰기까지 한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막히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국내에서도 더블포스트를 통해 자신들이 속한 리그를 장악한 ‘트윈타워’는 존재했다. 중앙대 시절 김주성과 함께 트윈타워로 호흡을 맞췄던 송영진 KT 코치와 중앙대, 기아자동차에서 한기범과 함께 '쌍돛대'로 명성을 떨친 김유택 중앙대 농구부 전감독이 ‘농구人터뷰’와의 인터뷰 당시 비슷한 내용으로 얘기한게 있다.

“확실한 빅맨이 둘이나 골밑을 지켜주면 동료들이 수비하기 엄청 편해져요. 구태여 골밑까지 악착같이 따라가지않고 포스트 인근으로 몰아주는 수비만해도 되기 때문이죠. 일정구역으로 들어오게되면 돌파든 슛이든 블록슛으로 쳐낼 자신이 있었습니다. 상대들도 부담스러워서 쉽게 공격을 시도하지 못합니다. 동료들은 거기서 아낀 체력을 앞선 수비에 더욱 쏟아부을 수 있어 일석이조죠. 상대팀 입장에서는 앞선부터 골밑까지 굉장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요”

그러한 더블포스트 시스템의 완성형 실사판이 바로 ‘해군 제독’ 데이비드 로빈슨(57‧216cm)과 '빅 펀더멘털' 팀 던컨(46‧211cm)의 ‘트윈타워’였다. 트윈타워의 원조는 휴스턴 로키츠 시절 팀을 NBA 파이널까지 올려놓았던 랄프 샘슨과 하킴 올라주원이었겠지만 둘은 함께한 시절이 길지못했다. 패트릭 유잉과 빌 카트라이트의 트윈타워는 전혀 융화하지 못하고 62승 102패에 그쳤다. 무조건 수준급 빅맨 두명을 세워놓는다고해서 바로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로빈슨과 던컨은 함께 우승을 합작한 것을 비롯 프랜차이즈 계보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역대 가장 완성된 트윈타워로 불린다. 당시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더블포스트를 앞세워 우승을 만들어내자 NBA내 다른 팀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우리도 트윈타워 한번 만들어보자’는 열풍이 불기도 했다.

KBL에서는 신선우 당시 현대(현 KCC) 감독이 대표적이다. 신감독은 이조추(이상민, 추승균, 조성원) 트리오에 더해 센터 재키 존스(55‧202cm)와 파워포워드 조니 맥도웰(52‧194cm) 외국인 콤비를 통해 현대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다들 한창 나이였던지라 멤버 변화만 없다면 향후 몇시즌은 적수가 없을 것이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샌안토니오 트윈타워에 매료된(?) 신감독은 베스트5에 변화를 가져가는 악수를 두고만다. 우승 멤버 존스를 SK에 주고 그들이 가지고있던 지명권으로 트라이아웃 당시부터 눈여겨본 로렌조 홀(50‧200cm)을 데려온다. 내외곽을 오가는 존스보다 좀더 골밑에서 파워풀한 플레이를 펼치는 홀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SK의 전력을 완성시켜주는 결과로 작용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시고만다. 그해 KBL 최고의 트윈타워는 신감독이 구성했던 맥도웰-홀이 아닌 서장훈-존스였던 것이다. 맥도웰과 홀의 파워콤비도 위력적이었지만 조합과 시너지적인 측면에서 서장훈, 존스를 당해내지 못했다.

로빈슨과 던컨의 '트윈타워'가 성공을 거둘수있었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두선수가 영리하고 빨랐던 이유가 크다. 상황에 따라 내외곽을 오가는 케이스도 있기는하지만 빅맨의 동선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자칫 동선에서 자꾸 겹치게되면 공수에서의 시너지효과는 커녕 서로가 서로의 플레이를 막아서게되어 좋지못한 쪽으로 경기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른바 빡빡해진다고 하는데 그렇게되면 다른 동료들 역시 플레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한 부분을 최소화하려면 기본적으로 두선수 다 BQ가 좋아야 한다. 감독이 정해준 여러가지 움직임을 숙지하고 이해하는 한편 응용까지 해야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소 느리지는 않아야 알고 있는바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로빈슨과 던컨은 그런점에서 약점이 전혀 없었다.



 



거기에 더불어 두선수의 성향 역시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하더라도 둘중 한명이라도 이기적인 성향을 띄게되면 자칫 삐걱거릴 수도 있다. ‘내가 좀 덜 돋보이더라도 팀이 이기는게 먼저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둘다 모범생 스타일로 구성된 로빈슨과 던컨이 딱 그랬다.

나름대로 한시대를 풍미했음에도 이전까지 무관에 그쳤던 로빈슨은 던컨이라는 대형 신인이 팀에 들어오자 에이스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철저하게 후배를 밀어주는 조력자를 자청했다. 이미 전성기가 저물어가고 있기도 하거니와 던컨이라는 후배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빈슨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던 던컨 또한 충실하게 이를 따랐고 노하우를 배웠다. 샌안토니오가 본격적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도약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앞서 언급한데로 트윈타워의 가장 강력한 무기중 하나는 둘외 다른 동료들에게까지 끼치는 경기 영향력이다. 로빈슨과 던컨은 골밑 플레이 뿐만 아니라 중거리슛, 패싱플레이 등에 고루 능했다. 단연히 이들이 포스트 인근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따라붙지 않을 수 없다. 둘다 더블팀을 요하는 수준의 선수인지라 최소 3명의 수비수는 끌고다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둘을 신경쓰다가 다른 선수에게 외곽슛을 얻어맞거나 돌파를 허용하는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는 경우도 적지않았다. 에이브리 존슨, 숀 엘리엇, 재런 잭슨, 마리오 엘리, 대니 페리, 스티브 커, 테리 포터 등 다수의 선수들이 그러한 효과를 봤다. 수시로 오픈찬스를 제공해주는데다 질좋은 스크린을 걸어주고 거기에 리바운드까지 든든하게 잡아주니 이것저것 신경쓸 것 없이 자신들이 잘하는 플레이만해도 충분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션 엘리엇이다. 한창때 엘리엇은 빠르고 간결한 퍼스트 스텝을 바탕으로 좌우 베이스라인을 타고들어가 빠르게 올려놓는 언더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좋을 때의 운동능력을 상당부분 상실하고 무릎부상까지 겹치면서 특유의 폭발적인 돌파능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윈타워와 함께하던 시절 거짓말처럼 부활했다.

본래도 중장거리 슛에 강점이 있는데다 배짱까지 두둑했던지라 과감한 공격에 일가견이 있었는데 로빈슨, 던컨이 도와주자 클러치 능력에 불이 붙었다. 정규리그에서도 강했지만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존재감이 상당했고 여러차례 결정적인 공격을 성공시키며 첫 우승 당시 높은 공헌도를 뽐냈다.

트윈타워에 온통 신경이 쏠려있던 상대팀 입장에서 비교적 덜 신경쓰고 있던 엘리엇이 터져버리면 충격을 넘어 허탈감을 느껴야 했다. 엘리엇 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샌안토니오 백코트진과 윙들 중에도 이전보다 더 활약이 좋아지거나 원툴스킬을 잘 써먹은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트윈타워가 팀 전체 전력에 끼친 영향력이 어떠했는지를 새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로빈슨과 던컨은 1999년과 2003년에 걸쳐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고 샌안토니오는 명실상부한 명문의 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로빈슨의 조용하고 듬직한 리더십은 그대로 던컨에게 전해졌다. 로빈슨 은퇴 후에도 던컨은 팀의 오랜 기간 대들보로 활약하며 마누 지노빌리, 토니 파커 등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트리오를 이루어 끈끈하고 강한 팀 색깔을 꾸준히 만들어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데이비드 로빈슨 트위터 캡쳐, 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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