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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발리볼] IBK기업은행 김희진 무릎 수술 뒤에 숨겨진 많은 얘기들

조아라유 0

시즌 도중에 수술을 선택한 팀내 최고 연봉 선수, 다가올 FA계약과 구단의 선택은

 

 



지난 2월 27일 IBK기업은행 김희진이 시즌 도중에 무릎 수술을 받았다. 구단의 공식 발표문에는 이례적인 표현이 많다. 요약하면 “이번 시즌 초부터 무릎 통증이 있었다. 병원 진료 결과를 토대로 근력 보강과 재활 등 구단의 관리하에 운동을 지속하며 이번 시즌 28경기에 출전했다. 팀 동료와 팬을 위해 통증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다. 부상 부위 확대 방지 및 차기 시즌 준비를 위해 구단과 협의해서 조기 수술을 결정했다. 우측 무릎 반월상 연골판 수술을 받았으며, 재활 기간은 1년가량 걸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김희진을 최대한 배려한 점이 우선 가장 눈에 띈다. 부상에도 28경기에 출전했고 통증에도 최선을 다했다는 부분이 그렇다. 김희진은 이번 시즌 내내 부진했다. 그 바람에 높은 인기만큼이나 많은 비난도 받고 있다. 이번 시즌 선수의 성적이 추락한 이유를 구단이 앞장서서 설명하는 모양새다. 구단의 관리와 김희진과의 협의도 이례적인 표현이다. 구단이 김희진의 몸을 잘 관리해왔고 수술도 구단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





 

김희진은 이번 시즌 뒤 3번째 FA 선수가 된다. 이미 자격은 확보했다.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구단과 선수가 협의해서 수술했다는 사실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 김호철 감독은 “팀과 선수를 위해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했다. 김희진은 5라운드 시작 무렵 구단에 먼저 수술을 받겠다고 얘기했다. FA계약을 앞두고 IBK기업은행에 잔류하겠다고 사실상 속내를 밝힌 것이다. 구단은 이를 고마워할까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할까.

 

요즘 V-리그 여자부는 몇몇 특급 선수들에 의해 구단이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들을 대신한 선수가 없다 보니 구단은 당장 눈앞의 성적을 위해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은 선수가 슈퍼 갑의 위치다. 감독은 어디서라도 데려올 수 있지만, 선수는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구단은 감독보다 선수의 말을 더 듣는다. IBK기업은행도 김희진의 뜻을 받아들였으니까 수술이 결정됐을 것이다.



 


 

김희진은 2020도쿄올림픽 4강 이후 국제적인 스타가 됐다. 하루아침에 SNS 팔로워가 몇십만명 늘었을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해외의 팬들도 몰려들었다. 도쿄올림픽 4강의 후광 효과가 만든 벼락 인기는 김희진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그를 보려고 팬들이 모였다. 챔피언결정전이 벌어져도 관중석이 텅텅 비던 화성체육관이었다. 오직 김희진을 보러온 팬들이 교통이 불편한 화성체육관을 채우자 구단은 놀랐다. 열성적인 지지자들도 생겼다. 문제는 실력이었다. 김희진은 이번 시즌 IBK기업은행의 계륵이었다. 높아진 인기만큼 실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를 좋게 보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대표팀의 차출되는 등 누적된 혹사가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2012런던올림픽을 시작으로 3번이나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그 결과 두 번의 4강과 한 번의 8강을 달성했다. 10년 이상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강행군을 해왔던 사실은 인정해줘야 한다. 반면 폄훼하는 사람들은 자기 관리의 아쉬움을 지적한다. 시즌을 앞두고 했던 방송 출연은 상징적이다. 배구선수는 체중 관리가 필수적이다. 대중에게 어떻게 비쳐질 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염혜선(KGC인삼공사)과 먹방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IBK기업은행은 시즌 6위로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됐다. 팀 최고인 6억원(연봉 4억5000만원+옵션 1억5000만원)을 받는 김희진은 팀 성적의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그가 코트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와 기록은 낙제점에 가깝다. 김호철 감독은 그를 아포짓으로 고정하고 아웃사이드 히터(OH)를 뽑았다. 처음 선택했던 아나스타시야 구르바노바는 기량이 떨어졌다. 서둘러 달리 산타나로 교체했다. 산타나는 표승주와 함께 팀 내 최고 공헌도(36경기, 132세트, 606득점, 공격성공률 39.69%)를 기록했다.

김희진은 시즌 28경기 90세트에 출전해 251득점을 기록했다. 2019-2020시즌과 2020-2021시즌 각각 203, 200득점을 기록한 이후 최소득점이다. 공격성공률 32.48%는 개인 역대 최저다. 공격효율 20.66%도 마찬가지다. 서브도 고작 3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 또한 역대 최저다.

득점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고 7개 구단의 아포짓 가운데 최소득점이다. 참고로 2년 전 기량 미달로 시즌 도중 떠났던 레베카 라셈은 14경기 47세트에서 199점(공격성공률 34.82%. 공격효율 18.96%)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때의 모습이었다. 공을 강하게 때리지 못했다. 대포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가 이런 공격을 거듭하면 팀에는 답이 없다. 결국 웜업존으로 밀려갔다. 시즌 중반 이후로는 아예 주전에서 제외됐다. 김희진의 부진에 IBK기업은행의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팀에 남은 유일한 프랜차이즈 선수다. 인기와 그동안의 공헌도로 보자면 FA 재계약 때 붙잡아야 하지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기량만 놓고 봤을 때 선수 김희진의 효용가치는 급격히 떨어졌다. 다른 팀에서 그를 데려가려면 9억 원과 보상선수를 내줘야 한다.

 

IBK기업은행이 먼저 김희진을 포기할 수도 없다. 극성스러운 팬들의 눈이 두렵다. IBK기업은행은 2년 전 내분 사건의 트라우마로 여론을 많이 의식한다. 어떻게든 잡아야 하지만 절정기를 넘어선 부상 선수를 놓고 구단이 택할 방법은 많지 않다. 3년 전 도로공사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배유나는 도로공사와의 FA 재계약을 앞두고 어깨 부상이 발견됐다. 구단은 재계약을 미뤘지만, 김종민 감독이 강력하게 나서서 도장을 찍었다. 일단 배유나는 부상 치료를 위해 수술부터 받기로 했다. 이 바람에 배유나의 FA 첫해 연봉은 대폭 깎였다. 한 발 뒤로 물러선 그 결정 덕분에 배유나는 부활에 성공했고 지금 가장 뜨거운 FA선수다.



 



 
시즌 뒤 김희진과 IBK기업은행은 FA 재계약 조건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IBK기업은행은 다음 시즌을 위해 미들블로커와 아웃사이드 히터를 보강하려고 한다. 원하는 시나리오는 많은 팀이 탐내는 배유나와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봄고 김세빈을 동시에 품는 것이다. 몸값이 치솟는 배유나 영입전에 뛰어들려면 샐러리캡 여유분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김세빈을 품기 위해서 GS칼텍스와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했다. 18일 페퍼저축은행에게 2-3으로 패하면서 간신히 6위 자리를 확보했다. GS칼텍스와 같은 승점(48)이지만 승수에서 밀렸다. 6위의 신인 드래프트 구슬은 30개, 5위는 20개다.

 

김희진의 수술로 대표팀 복귀도 물 건너갔다. 2022년 VNL을 마친 뒤부터 대표팀 세자르 감독은 그를 부르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은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로 아포짓 포지션을 생각한다. 라자레바, 켈시, 디우프, 러츠 등 V-리그에서 기량을 검증 받은 선수들이 트라이아웃에 지원한다는 소문은 나돌고 있다. 허리 부상을 당한  야스민까지 건강한 몸으로 도전한다면 IBK기업은행은 선택할 카드가 많아진다. 6위를 한 덕분이다. IBK기업은행이 아포짓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면 김희진은 포지션을 바꿔야 한다. 물론 재활을 잘 마치고 건강한 몸으로 빨리 돌아온다는 가정 아래서다.

사진 KOVO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김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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