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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SNS 파문, 야구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들

조아라유 0

[주장] 감정 절제하고 표현에 신중한 것도 프로의 자기관리


 

▲  한화 신인 김서현
ⓒ 한화 이글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신인 투수 김서현이 부적절한 SNS 게시글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야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중인 한화 구단 측은 지난 2월 8일 (한국시간) SNS를 통해 팬에 대한 결례 등 부적절한 글을 게시한 김서현을 3일간 단체 훈련에서 제외하고 자체 내규에 따라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야구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서현의 것으로 추정되는 SNS에서 한화 코치에 대한 험담, 등번호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듯한 글들이 퍼져나간 바 있다. 결국 한화 구단은 진상조사에 나섰고, 관련 글들이 김서현의 부계정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를 내리게 된 것.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김서현을 비판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고 출신의 김서현은 청소년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지난해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순위 지명의 영광을 안으며 한화에 입단한 특급 신인이다. 또한 김서현은 야구예능인 JTBC <최강야구>에도 출연하여 은퇴한 프로 레전드 출신 선배들을 압도하는 투구로 인지도를 크게 높이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김서현은 공식 최고 구속 159km에 이르는 강속구를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는 무려 5억에 이르는 계약금을 안겨주며 김서현의 잠재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김서현은 아직 1군 무대에 정식 데뷔도 하기 전에 큰 '사고'를 치면서 팬들 앞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기고 말았다. 올해는 꼴찌 탈출을 위하여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던 한화 선수단의 팀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한화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어린 선수가 이번 실수를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뼈있는 충고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선배들의 반면교사 사례 보고 교훈 얻어야

한 프로야구 유망주가 저지른 행위의 파장과, 그에 따른 책임은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 일단 김서현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 자체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만 당사자 입장에서 보자면, SNS는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고 심지어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닌 비공개 부계정에 올린 글이라는 점. 김서현이 아직 19세의 어린 선수에 불과하다는 점. 성인으로서 첫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불만을 느끼는 일은 누구에게라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 등은 어느 정도 참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철없는 어린 선수가 잠시 SNS에서 개인적으로 투정을 부린 글이 무단으로 공개되면서 문제가 더 커진 것일뿐, 그 내용이나 수위 면에서 심각한 논란에 해당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한화 구단도 3일 훈련정지와 엄중 경고 정도의 경징계로 사건을 마무리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김서현이 이번 사건을 통하여 '주목받는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를 공인(公人)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이견의 여지가 있겠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영향력이 큰 '사회 유명인사'임은 분명하기에 어느 정도는 공인에 가깝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스포츠 선수들, 특히 주목도가 높은 스타들일수록 자신이 미치는 사회적인 영향력을 감안하여 그에 맞는 언행과 책임감을 요구받고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서현의 한화 선배인 김원석은 육성선수 출신과 한화 재입단을 거친 감동적인 인생역전 스토리로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지만 2017년 SNS 파문으로 하루아침에 퇴출됐다. 당시 김원석은 개인 SNS에서 구단은 물론 한화 연고지역인 충청도와 팬, 치어리더뿐만 아니라 정치인까지 비하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지며 구단으로부터 방출 조치를 받았고 야구계에서도 완전히 사라졌다.
 
김서현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주고 받은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에 동의 없이 유포한 것도 엄연히 책임이 있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애초에 부적절한 발언으로 원인을 제공한 김원석에게 비판의 초점이 맞춰졌다.
 
또한 2020년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신인 내야수이던 신동수가 SNS에서 구단과 야구 관계자는 물론, 연고 지역과 장애인, 미성년자를 비하하는 막말이 담긴 비공개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렸다는 내용이 밝혀지며 역시 방출조치를 받았다. 이외에도 SNS나 사생활 문제 등으로 크고 작은 도마에 오른 사례는 김서현 이전에도 숱하게 많다.
 
물론 김서현의 경우에는, 야구계와 팬들, 민감한 정치와 사회적 이슈에 걸쳐 가히 전방위적이고 패륜적인 막말을 일삼은 김원석-신동수 등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의 팬들이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실력만큼이나 '인성과 매너'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미 선배들의 반면교사 사례들을 지켜보고도 교훈을 얻지 못 했다는 것은 아쉬움을 준다.

프로야구 선수는 항상 대중의 주목을 받는 직업이다. 사람이기에 때로는 불편도 불만도 있을 수 있지만, 감정을 절제하고 표현에 신중한 것도 프로로서 자기관리의 덕목이다. 오늘날에는 유명인의 SNS 또한 개인적인 공간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설사 아무리 개인적인 글이라고 해도 일단 어떤 식으로 세상에 노출된 이후로는, 그 안에 담긴 '표현과 진심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당사자 본인이 져야 할 몫'이 된다는게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어쩌면 김서현에게는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도 있다. 만일 이번 해프닝이 아니었다면 김서현은 SNS를 통하여 계속해서 비슷한 잘못을 반복했을 것이다. 또한 문제의식 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보면 점점 수위는 높아지고 더 큰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다가 김원석이나 신동수처럼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상황까지 치달았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나마 이번엔  일찍 사실이 밝혀져서 호되게 야단 한 번 맞고 잠깐의 반성으로 그칠 수 있었다는 것을 김서현은 차라리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이제는 자신이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니라 엄연히 대중의 주목을 받는 성인 프로야구 선수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는 프로선수는 언제든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 있다는 무한한 책임감과 위기의식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김서현에게는 야구 실력보다 성숙한 인성을 배우는 게 더 우선이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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