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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즌째 철벽 봉쇄…정대영 "마흔세 살 중 내가 최고" 배유나 "맞아 언니"

조아라유 0

정대영(오른쪽)과 배유나는 14년째 함께 뛰며 현재는 한국도로공사의 높이를 책임지고 있다. 두 선수가 환하게 웃으며 블로킹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블로킹은 욕심부리면 안 돼." 
"우리 정말 오래 했네."

14년을 함께한 두 선수는 인터뷰 내내 서로 맞장구를 쳤다. 정대영(42)이 얘기하면, 옆에 있던 배유나(34)가 "맞아 언니"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정대영과 배유나의 첫 만남은 2006년 배구 국가대표팀에서였다. 정대영은 "당시 유나는 고교 2학년 학생이었다. 김사니(은퇴)와 함께 '쟤는 나중에 배구 잘할 거다"라고 입을 모았다"고 회상했다. 

'배구 천재'로 통한 배유나는 2007~08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GS칼텍스에 입단했다. V리그 원년(2005년) 득점·블로킹 1위의 정대영도 GS칼텍스 소속이었다. 배유나는 "입단 전부터 '대영 선배님은 무섭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하자, 정대영이 웃으며 "(2008년) 결혼 후 많이 달라졌다"고 인정했다.  

 


GS칼텍스 시절 정대영(왼쪽)과 배유나(가운데). 사진=KOVO

 

 


정대영은 2014~15시즌 FA(자유계약선수)가 돼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다. 배유나 역시 FA 계약을 통해 2016~17시즌 도로공사에 합류했다. 프로에서 함께 뛴 시즌만 무려 14년. 프로 16년차 배유나는 "언니, 엄청 같이 오래 했다. 이럴 줄 몰랐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항상 같이 연습하고 뛰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정대영과 배유나는 도로공사의 버팀목이다. 3위 도로공사는 지난달 31일 열린 KGC인삼공사전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 승점 41을 기록하며 중위권 경쟁에서 치고 나갔다. 정대영이 7점(블로킹 4개) 배유나가 11점(블로킹 5개)을 올렸다. 블로킹 싸움에서 12-4로 우위를 점한 덕분이다. 

도로공사는 2020~21시즌부터 3년 연속 팀 블로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정대영이 세트당 블로킹 0.747개로 3위, 배유나가 0.740개로 4위에 올라 있다.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게다가 주포 박정아가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도 현대건설, 흥국생명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두 선수가 '센터'를 지킨 덕분이다. 

정대영은 "블로킹 1등 팀이어서인지 블로킹이 나오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흥이 나지 않는 것 같다"며 "성적이 나려면 공격수보다 센터진이 뒷받침이 중요하다. 나랑 유나가 가운데서 잘 버텨주고 있다"라며 뿌듯해했다. 

둘 다 "블로킹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커 늘 고민한다"고 털어놓았다. 팀 훈련 후에도 서로의 손 모양을 봐주거나, 추가 훈련을 한다. 멘털도 서로 챙긴다. 정대영은 "블로킹이 잘 되지 않을 때 서로 물어보고, 알려준다. 20대 후배에게 물어볼 순 없지 않나"라며 "같은 포지션의 베테랑이고 워낙 오랫동안 같이 뛰었다. 흔들리다가도 서로 도우며 빨리 페이스를 찾는다"고 했다. 

정대영은 2020~21시즌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한송이(0.699개)에게 블로킹 타이틀을 빼앗긴 바 있다. 마지막 순간 정대영이 최종 2위(0.697개)로 내려앉았을 때 배유나가 곁에서 "언니, 많이 속상하지?"라며 위로했다.  

인터뷰 도중 정대영은 "예전에는 대표팀에서 (센터로 뛰며) 후위 공격도 하고, 리시브도 했다. 그때는 전문 리베로가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자 배유나가 "언니, 배구 오래 하셨네요"라며 깔깔 웃었다.


정대영

 

 

 

정대영은 V리그 최고령 선수이다. 한국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여자 선수 중 나이가 가장 많다. 정대영은 "가끔 힘들다. '(기량이)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겁날 때도 있다"면서 "(우리 나이로) 마흔세 살 중에서는 '내가 제일 잘해'라는 위안으로 이겨낸다"고 말했다. 

배유나는 "체력이 떨어진 날에도 언니의 블로킹은 한결같다. 초반에 안 좋아도 2~3세트에 빨리 감각을 찾는다. 대단하다"며 "난 언니 나이까지 뛰지 못할 것 같다. 정말 쉽지 않다"라고 인정했다. 

정대영은 "하나뿐인 딸(보민)에게 '엄마 언제까지 뛸까?'라고 물으면, '계속 선수로 뛰어도 좋고, 힘들면 나랑 같이 살아도 좋아. 엄마가 원하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한다"고 기특해했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보민 양도 배구를 하고 있다.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다.  

정대영에게 후배 배유나는 더 없이 든든하다. 그는 "유나가 부상으로 빠진 2019~20시즌에는 팀 블로킹 꼴찌였다. 그때 부담감이 너무 컸다"라고 했다. 그러자 배유나가 "왜? 나 없다고?"라며 선배의 손을 붙잡았다. 정대영은 "2018~19시즌 생애 첫 베스트7에 뽑혔는데 그때 나랑 스타일이 다른 유나의 외발 공격을 보고 배웠다"라며 고마워했다. 정대영은 또 "(미들 블로커 중) 기본기와 센스를 모두 갖춘 선수가 거의 없다. 유나는 천재"라고 했다. 

배유나는 "키가 작아서다. 1m90㎝(배유나 1m82㎝) 정도 됐으면 안 그랬을 텐데,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4라운드를 마친 현재 배유나는 294점(13위, 미들 블로커 중 2위)을 기록, 개인 역대 한 시즌 최다 득점(371점, 2016~17시즌) 경신이 유력하다. 


정대영(오른쪽)과 배유나는 경기를 읽는 능력이 더해지고, 기술적인 조언뿐만 아니라 정신력까지 서로 챙겨주고 있다. 두 선수가 손 하트를 그리고 있다. 김민규 기자 

 

 

 


올 시즌 정대영은 개인 통산 세 번째 타이틀에 도전한다. 블로킹 2위에 오른 시즌은 5차례나 했다. 배유나는 2020~21시즌 블로킹 3위(0.61개)가 최고 성적이다. 정대영은 "김종민 감독님이 '이번에는 꼭 한 번 (타이틀을) 획득해봐'라고 하신다. (2007~08시즌이 블로킹 1위 마지막이어서) 솔직히 너무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대영은 "정말 쉽지 않다. 욕심내는 순간 내려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이번 시즌에도 딱 한 번 1위에 올랐다"며 "블로킹이 가장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다. 배유나도 맞장구를 쳤다. 1라운드 블로킹 1위였던 배유나는 "부담스러운 자리"라면서도 "5위 안에 드는 선수 가운데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알 수 없다. 한 경기에서 블로킹 4~5개 하면 순위가 바뀐다. 모든 미들 블로커가 (타이틀에) 욕심내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정대영은 "(은퇴 시기가) 이번 시즌이 될 수도 있고, 더 뛸 수도 있다. 마지막까지 코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천=이형석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

이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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