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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안보위협" 말레이서 협정파기요구 쇄도

난라다리 0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김정일 암살사건에 북한의 조직적 개입 정황이 드러나는데도 북한이 경찰수사에 불만을 제기하자, 말레이시아에서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관계 고위 인사들은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이 자국 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불순한 세력에 활동 무대를 제공해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23일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쿠알라 셀랑고르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르모히잠 이브라힘은 "말레이시아의 안보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과 외교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권리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시점"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그들(북한)에게 신호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국제연구소의 수피안 주소 부소장도 신뢰를 저버린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전혀 없다"며 "범행 후 도주한 북한 국적자들은 간첩이었다"고 말했다.

수피안 부소장은 이어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만큼 이제 비자면제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북한 주민의 왕래가 뜸한 만큼 협정은 유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인민정의당(PKR) 부대표인 티안 추아 의원은 자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 출신 근로자 문제를 제기해온 바 있다"며 "이제 정부가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산업 분야를 공개해야 한다. 북한은 세계 최악의 노동 인권 침해 국가"라고 비난했다.

티안 의원은 이어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업주가 임금을 북한 정부에 주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각계 인사들의 주장은 김정남 암살에 다수의 북한 국적 용의자가 개입한 사실이 경찰수사를 통해 드러난 데다, 북한을 대변하는 현지 북한대사관이 경찰수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북측의 움직임에 대해 샤히단 카심 총리실 장관은 "여긴 우리나라이지 그들의 나라가 아니다. 수사 관할권은 우리에게 있다. 우리가 무능하다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말레이 경찰은 전날 김정남 살해 용의자로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을 추가로 지목하고, 장난인줄 알고 범행했다는 외국인 여성 용의자들의 주장도 거짓이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찰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북한 국적자는 모두 8명이다. 

그러나 북한대사관은 지난 17일 강철 북한대사의 한밤중 회견을 시작으로 2차례의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해 경찰의 부검 및 수사 진행 상황을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지난 1973년 외교 관계를 수립했고 2003년에는 평양에 대사관도 설립했다.

또 말레이시아는 지난 2009년 북한과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광산 등에서 1천 명 가량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이들이 송금하는 임금은 북한의 수입원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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