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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보르달라스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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뮐러와 보르달라스로 본 새 감독의 조건
 

▲ 질의 답하는 미하엘 뮐러 신임 축협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미하엘 뮐러 신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 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식적으로 언론이 이름이 공개된 첫 후보는 스페인 출신의 호세 보르달라스다.
 
한국축구는 지난 4년간 대표팀을 이끌어온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의 계약이 2022 카타르월드컵을 끝으로 종료되면서 상호 합의하에 계약연장없이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했다. 벤투 감독과의 결별 직후만 해도 이번에는 국내파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최근에는 다시 외국인 감독으로 방향이 기우는 분위기다.
 
축구협회가 최근 독일 출신 미하엘 뮐러를 신임 국가대표 감독선임 및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선임한 것도 외국인 감독 영입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4년 전 이 자리에 있던 김판곤 전 위원장(현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이 바로 벤투 영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당시 여러 외국인 감독과 접촉했던 김판곤 위원장은 국내 팬들의 눈높이에 걸맞는 명장급 지도자의 영입이 각종 조건이나 비용 면에서 쉽지 않았던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축구협회가 행정분야 분과 위원장에 외국인을 선임한 것은 뮐러가 최초였다. 뮐러 위원장은 모국인 독일축구연맹에서 유소년 전임지도자로 연령별 코치(U-15, U-18) 및 스카우터(U-21)을 역임했으며 2018년부터 대한축구협회에서 기술위원장을 포함하여 전력강화위원장에 선임됐다. 유럽축구 사정에 밝은 현지 출신 전문가를 통하여 축구협회가 외국인 감독 영입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이고, 축구협회가 추구하는 철학에 맞는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포석이다.
 
뮐러 체제의 감독선임 위원회에서 첫 후보로 떠오른 보르달라스는 스페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감독이다. 스페인 라디오 카데나 SER 등 현지 언론들은 "한국이 보르달라스 감독과 접촉했다. 한국은 최근 몇 주 동안 보르달라스 감독을 신임 감독 후보로 두고 선임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대기만성형' 감독 보르달라스

보르달라스의 선수 시절은 평범했다. 공격수 출신으로 스페인 클럽 에스쿨레스에서 유소년을 거쳐 프로에 데뷔했지만 1992년 은퇴할 때까지 커리어 대부분을 하부리그에서 보낸 무명선수에 가까웠다.
 
대신 지도자 생활을 빨리 시작한 보르달라스는 은퇴 이듬해인 1993년, 불과 29세의 나이에 바로 스페인 3부리그 알리칸테 2군팀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여, 알리칸테, 에르쿨레스,엘체, 데포르티보 등 무려 30년 가까이 10여 팀 이상의 클럽을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해왔다. 감독직 역시 선수시절과 비슷하게 초중반까지는 대부분이 스페인 하부리그인 2-4부였다.
 
보르달라스가 '대기만성형' 감독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50대에 맡게 된 헤타페 CF에서였다. 보르달라스는 부임 첫해인 2016-2017시즌 당시 2부리그에 있던 헤타페를 승강플레이오프를 거쳐 1부에 승격시키는 데 성공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승격 이후에도 꾸준히 1부리그에 잔류시켰고 2018-2019 시즌에는 5위를 기록하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까지 진출시키는 언더독의 반란을 이뤄내기도 했다. 2019-2020 시즌에는 헤타페를 유로파 16강으로 이끌었다.
 
보르달라스는 2020-2021시즌을 끝으로 5년 만에 헤타페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자주 팀을 옮겨다니는 저니맨 감독이었던 보르달라스가 단일 재임기간으로 한 팀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휘봉을 잡은 기록이었다. 보르달라스는 스페인의 평범한 중하위권 클럽이었던 헤타페의 역대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보르달라스에게도 지도자 커리어의 최전성기로 꼽힌다.
 
보르달라스는 2021~2022 시즌에는 스페인의 명문이자 국내 팬들에게는 이강인의 친정팀으로 친숙한 발렌시아CF의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마요르카로 팀을 옮기면서 보르달라스 감독과의 인연은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강인이 발렌시아에서 나가자 보르달라스 감독은 이강인의 선택을 지지하고 오히려 구단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하여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호감을 사기도 했다.
 
발렌시아는 지난 시즌 코파 델레이 준우승을 기록했으나 리그에서 9위에 그치면서 보르달라스는 한 시즌 만에 경질당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보르달라스의 능력보다는 제대로 지원을 해주지 않은 발렌시아 구단을 비판하는 반응이 훨씬 높았다.
 
차근차근 성과 만들어낸 '언더독' 기질

보르달라스는 왜 한국 감독직 후보로 물망에 올랐을까. 팀을 맡아서 자기만의 확실한 전술적 색깔을 입히는 소신, 오랜기간 하부리그를 거치며 차근차근 1부리그 감독까지 올라와 기어코 성과를 만들어낸 '언더독' 기질 등이 현재 한국축구가 필요로 하는 가치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한국축구와 그리 맞지 않아 보이는 부분도 있다. 일단 보르달라스는 커리어를 모두 자국 클럽팀 지도자로 보냈고 해외리그나 대표팀을 맡은 경험이 아예 전무하다.
 
또한 보르달라스는 흔히 스페인 출신 축구인들에게서 연상하는 점유율과 짧은 패스 위주의 축구와 달리, 측면과 롱볼 위주의 역습 축구를 선호하는 스타일에 더 가깝다. 즐겨쓰는 포메이션도 4-4-2를 기반으로 한 두 줄 수비에 가깝다. 전임 벤투 감독 체제하에서 점유율 축구를 꾸준히 시도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이것은 보르달라스가 맡아온 팀들이 대부분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이었다는 것도 고려해야한다. 보르달라스는 헤타페나 발렌시아 시절에는 상황에 따라 전술과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는 유연한 모습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실적으로 보르달라스가 한국에 올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히딩크나 벤투같은 정상급 커리어의 감독들을 이미 경험했던 축구팬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겠지만, 보르달라스는 최근까지도 유럽 빅리그 1부에서 감독직을 영입했고 성과까지 낸 인물이라 유럽에서도 아직 주가가 그리 낮지 않다.
 
보르달라스는 친정팀 헤타페 사령탑 재부임설도 거론되고 있는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아시아 최강팀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축구계 주류와는 거리가 있고 금전적인 이점도 크지 않은 한국축구 대표팀을 맡는다는 것은, 보르달라스 입장에서는 딱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보르달라스의 이름이 눈길을 끄는 것은 당장 그가 유력한 후보라서기보다는, 앞으로 한국축구대표팀 차기사령탑 영입조건의 '기준점'을 보여준다는 데 더 주목할 만하다. 한국축구가 어느 정도의 커리어와 위상을 지닌 외국인 감독을 원하는지, 추구하는 축구철학은 무엇인지, 몸값은 어느 수준에서 책정될지, 전반적인 노선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는 그동안 네덜란드, 포르투갈, 독일 등 다양한 국적과 축구철학을 지닌 외국인 지도자들을 경험했다. 감독의 능력과 이름값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영입가능한 몸값과 제반 비용, 추구하는 방향성, 최근의 커리어와 위상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전임자인 벤투의 경우, 당시 축구협회는 '경기를 지배하고 점유하는 능동적인 축구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지도자에 초점을 맞췄다. 벤투가 그리스와 중국 클럽에서 경질되는 등 다소 하락세를 타고 있는 시점이라 연봉협상이 그나마 유럽 A급 감독중에서는 수월했다는 것도 축구협회에는 행운이었다.
 
새 감독 후보군 1호인 보르달라스는 스페인 출신이고 그가 활동한 라 리가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함께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꼽힌다. 우수한 지도자들도 많이 배출했고 전술적으로도 세계 축구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리그이기도 하다.
 
한국축구는 과거에도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키케 플로레스 등 스페인 출신 지도자들이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른 적은 있지만 아직 감독으로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플로레스와 보르달라스의 공통점은 스페인 출신이라는 것 외에, 초일류의 명장급까지는 아니지만 유럽에서도 자기만의 색깔과 전술적 능력을 인정받은 노련한 베테랑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등장할 또다른 감독 후보군들도 이들과 비슷한 레벨에서 기준이 정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으로 외국인 위원장-감독의 영입을 통한 축구협회의 노력은, 축구대표팀의 선진 시스템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대변한다. 이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유럽 빅 리그까지 경험한 해외파들이 늘어나며 다양한 선진축구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한 욕구가 크게 늘어났다. 선수들이 기존 한국축구 체제에서 벗어나 전술-체력-훈련-선수관리에 이르기까지 대표팀에서 더 수준높고 디테일한 시스템과 방향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외국인 감독의 영입도 그 과정의 일부로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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