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시즌 첫 조기강판을 경험한 안우진.
안우진을 끌어내린 난적은 부상도 강타자도 아닌 '손가락 물집'이었다.
투수들의 '공공의 적' 손가락 물집, 예방책과 해결 방법은 없는 걸까.
피묻은 안우진의 유니폼(사진=키움)
[스포츠춘추=인천]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은 1일 인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조기 강판당했다. 2.2이닝 동안 58구만 던지고 내려가 올 시즌 첫 조기 강판을 경험했다.
이날 전까지 안우진은 정규시즌, 포스트시즌 33경기에서 한번도 5회 이전에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런 안우진을 끌어내린 건 빅리그 출신 강타자 추신수도, 거포 최정도 한유섬도 아니었다. 오른손 중지 끝에 생긴 작은 물집이 벗겨져 에이스의 강판으로 이어졌다. 안우진의 손은 껍질이 벗겨져 피가 나고 속살까지 보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유니폼에 묻은 핏자국이 중계방송 화면에도 선명하게 보였다.
안우진이 손가락 물집으로 고생한 건 처음이 아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때도 6회까지 2실점으로 잘 던지다 갑자기 물러나 의문을 자아냈다. 투구수는 88구에 불과했다. 알고보니 검지와 중지 끝에 생긴 물집이 원인이었다. 이후 안우진은 준플레이오프 5차전 6이닝 2실점, 플레이오프 3차전 6이닝 2실점으로 건재를 과시했지만 한국시리즈 첫 경기에서 다시 손가락이 말썽을 일으켰다.
이전에도 몇 차례 투구 중 물집이 벗겨져 어려움을 겪었던 안우진이다. 올해는 시즌 내내 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해 물집과 작별하는가 했지만, 중요한 가을야구에서 물집이라는 귀찮은 적이 안우진을 괴롭히고 있다. 팔꿈치나 어깨 부상도 아닌 작은 물집 때문에 던지고 싶어도 던지지 못한다는 게 더 기막히다.
안우진의 피칭 동작(사진=키움)
안우진 외에도 많은 투수가 물집 문제로 곤란을 겪는다. 현재 SSG 소속인 김택형, 신재영도 한때 물집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선수들. 김택형은 어릴 때부터 자주 물집이 생겨 고생했고 이 악연이 프로 데뷔 초기까지 이어졌다. 신재영도 키움 시절 손가락 끝이 벗겨지는 증세로 애를 먹었다. 잘 던지다가도 물집 때문에 갑자기 내려가 승리를 놓치는 게 다반사였다.
투수의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손가락의 땀이다. 땀으로 축축해진 손에 로진을 바르면 손가락이 건조해지면서 끝이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공을 던지면 물집이 생긴다. 습한 날씨에 물집이 더 잘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손가락 끝으로 강하게 채서 던지는 동작도 물집을 부른다. 투수 출신 야구 관계자는 "공을 채는 방식에 따라 손에 물집이 잘 생기는 스타일이 있다. 또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억지로 공을 뿌릴 때도 물집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택형의 경우 높은 슬라이더 구사율이 물집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나중에 슬라이더 그립을 바뀐 뒤로는 물집 문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한 야구인은 "포스트시즌 들어 안우진이 평소보다 슬라이더를 더 강하게 던진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손가락 물집은 보통 사람에게 조금 성가신 정도의 문제지만, 투수들에겐 큰 고통이자 개인 성적과 직결되는 고민이다. 이번 안우진 같은 경우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문제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어서 더 짜증을 부른다. 일부 투수들은 손에 소변을 묻히는 방법을 사용한다. 리치 힐, 제임슨 타이욘, 신재영이 대표적인 예. 신재영은 과거 인터뷰에서 다한증 치료용 전기 치료기는 물론 땀샘 제거 수술까지 고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자에 딸려 나오는 오이 피클 국물을 애용하는 투수도 있다. 투수 출신 한 야구인은 "소속팀 투수가 손가락 끝이 자주 벗겨져 고민하던 차에, 피클 국물에 손가락을 담그고 있으면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사용하게 했다. 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의문"이라 했다.
일부 투수들은 약용 바셀린을 사용하기도 한다. 앞의 야구인은 "바셀린을 꾸준히 발라주면 효과가 있다. 손가락 끝이 부드러워지고, 항상 촉촉함을 유지해서 물집이 덜 생긴다. 기왕이면 어릴 때부터 꾸준히 발라 버릇하면 더 좋다"고 했다.
과거에는 손가락에 성냥불을 대거나 뜸을 뜨는 민간요법을 동원하는 투수도 있었다. 또 책상이나 딱딱한 콘크리트 벽에 손가락을 문질러 물집을 굳은살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안우진도 "딱딱한 벽에 손가락을 문지르는 방법을 꾸준히 쓰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처럼 손가락 피부가 벗겨진 경우에는 더 골치가 아프다. 치료하면서 살이 아물기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영화 '퍼펙트 게임'에 나오는 순간접착제는 말 그대로 영화라서 가능한 이야기. 안우진의 남은 시리즈 등판이 불투명해지면서, 키움의 한국시리즈 업셋 우승 시나리오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수도권 구단 한 트레이너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4차전까지는 투구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 트레이너는 "직접 안우진의 손 상태를 보지 못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보통 손가락 피부가 벗겨지면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다. 나흘 뒤 열리는 경기까지는 무리가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다만 6일 뒤 열리는 5차전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이 트레이너는 "과거 선수들 사례로 봐선 한 차례 정도는 추가 등판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실제 안우진의 추가 등판이 가능할지, 그리고 그 시기가 언제쯤일지에 따라 이번 한국시리즈 키움의 운명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작고 하찮은 물집 하나가 이렇게 큰 영향을 발휘한다. 야구가 이렇게 어렵다.
기사제공 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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