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안희수]
공격력만큼 뛰어난 수비력은 김연경(34·흥국생명)을 '배구 여제'로 만든 힘이다. 큰 키(1m92㎝)에도 안정감 있는 서브 리시브 능력을 갖췄고, 리베로처럼 날랜 움직임으로 상대 스파이크를 걷어낸다.
김연경은 배구를 처음 시작했던 초등학교 시절 키가 작은 편이었고, 경기에 나서기 위해 수비력 향상에 매진했다고 한다. 잘 다진 기본기가 고교 시절 주전 공격수로 올라선 뒤 함께 발휘되며 남다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어느덧 30대 중반 나이가 됐지만, 김연경의 수비 능력은 여전히 뛰어나다. 2022~23시즌 두 번째 출전이었던 29일 대전 KGC인삼공사전(인삼공사)에서는 상대 주포 이소영의 오픈 공격을 수차례 막아내는 등 디그(스파이크·백어택 등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내는 기술) 10개를 기록하며 철벽 수비를 선보였다. 세터 머리 위로 정확하게 보내는 서브 리시브도 돋보였다. 김연경은 지난 25일 치른 페퍼저축은행전에서도 리시브 효율 25%·디그 12개를 해냈다.
공격력도 변함없이 날카롭다. 인삼공사전에선 14득점·공격 성공률 54.55%, 페퍼저축은행전에선 18득점·공격 성공률 71.43%를 기록했다.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오픈 공격이 위력적이었고, 넓은 시야로 빈 위치를 공략하는 연타 공격에선 노련미도 돋보였다. 김연경은 7개 구단 모두 두 경기씩 치른 29일 기준으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60%가 넘는 공격 성공률(62.78%)을 남겼다.
김연경은 전방위 맹활약을 보여주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그에게 빈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숙제를 확인했다. 김연경·옐레나에 이어 세 번째 공격 옵션으로 기대받는 아포짓 스파이커 김다은(21)이 리시브 난조로 흔들렸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열린 KOVO컵에서 한층 나아진 기량을 보여준 김다은은 V리그 홈 개막전이었던 25일 페퍼저축은행전에 선발 출전, 김연경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14점)을 해내며 활약을 예고했다. 그러나 29일 인삼공사전에선 2세트 초반 교체된 뒤 다시 코트를 밟지 못했다. 1·2세트 모두 수비가 불안했다. 특히 2세트 초반 흥국생명이 7실점을 하는 동안 서브 리시브를 세 번이나 실패했다. 두 번은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판단하지 못해 손조차 뻗지 못했다.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은 페퍼저축은행전을 마친 뒤 14점을 올린 김다은의 경기력에 대해 "상대가 감다은에게 목적타(특정 선수를 겨냥해 서브를 보내는 전략)를 넣더라. 김다은의 서브 리시브는 아직 부족하다. 자신감도 더 생겨야 한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김다은은 "언니(선배)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잘 버텨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불과 두 경기 만에 약점이 드러났다.
상대는 리시브 능력이 좋은 김연경에게 가급적 서브와 스파이크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리베로 김해란이 코트 곳곳을 커버할 수도 없다. 김다은은 흥국생명 다른 아포짓 스파이커·아웃사이드 히터들보다 공격력은 훨씬 좋은 선수다. 큰 키(1m80㎝) 덕분에 블로커 벽을 만드는 등 제공권 싸움에도 도움이 된다. 결국 흥국생명 경기력 향상은 김다은의 성장에 달렸다.
안희수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
안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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