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이 28일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휴스턴=AP 뉴시스
“야구계가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은 아니다.”
메이저리그(MLB)에 유이한 흑인 사령탑 중 한 명인 휴스턴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73)은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1차전을 하루 앞두고 28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양 팀이 제출한 WS 엔트리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이야기였다. WS 엔트리에 아프리카계 흑인 선수가 한 명도 없는 건 1950년 이후 7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줄어드는 MLB 흑인 선수에 대한 문제 제기 최근 계속돼 왔다. 미국 플로리다의 스포츠 다양성·윤리 연구소의 리차드 랩칙 소장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이번 시즌 개막일 엔트리에 등록된 전체 선수 가운데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7.2%였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1년(당시 약 18%) 이후 3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이번 WS에 오른 양 팀 선수단에 흑인 선수가 없는 건 아니다. 휴스턴에 흑인 외야수 마이클 브랜틀리(35)가 있다. 하지만 그는 6월 오른쪽 어깨 관절 부상을 입은 후 8월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 돼 일찌감치 WS 전력에서 제외됐다. 필라델피아는 이번 시즌 63년 만에 흑인 선수 한 명도 없이 경기를 치러왔다.
베이커 감독은 “실망스런 상황이지만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되는 흑인 선수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현상에 대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양 팀은 29일 오전 9시 3분 미국 텍사스주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릴 WS 1차전 선발 투수 명단을 확정해 발표했다. 휴스턴은 노장 저스틴 벌렌더(39)를, 필라델피아는 그보다 10살 어린 에런 놀라(29)를 각각 내세웠다.
20일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저스틴 벌렌더가 1-1로 맞선 6회초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휴스턴=AP 뉴시스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벌렌더의 압승이다. 벌렌더는 이번 시즌 18승 4패로 아메리칸리그(AL) 다승 부문 1위, 평균자책점도 1.75로 AL 유일한 1점대 투수로 활약했다. 반면 놀라는 11승(13패)을 거두며 내셔널리그(NL) 다승 20위, 평균자책점도 3.25로 NL 13위 수준에 불과했다.
필라델피아의 투수 에런 놀라가 21일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 선발 투수로 출전해 1회말 공을 던지는 모습.
샌디에이고=AP 뉴시스
상반된 두 투수의 정규시즌 성적에도 놀라가 WS 1차전 선발 투수로 낙점된 건 필라델피아가 팀 1선발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투수진의 에이스는 잭 휠러(32)로 정규시즌 12승 7패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도 2.82로 팀 선발진 중 가장 낮다. 휠러는 24일 샌디에이고와의 NL 챔피언결정 5차전에 출전했고 다리 부상도 입으면서 WS 2차전 선발로 총 5일의 휴식일을 부여받게 됐다.
그렇다고 벌렌더가 놀라를 만만히 볼 수는 없는 현실이다. 단기전이자 큰 경기인 ‘가을 야구’ 성적에서 올해 만큼은 놀라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놀라는 이번 포스트시즌 총 3경기 선발 등판해 17과 3분의 1이닝 7실점(6자책점)으로 2승 1패 평균자책점 3.12를 남겼다. 2경기에 선발 등판한 벌렌더는 10이닝 만에 7실점(7자책점)하며 1승만 건지고 평균자책점 6.30에 그쳤다.
기사제공 동아일보
강동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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