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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맡은 '악바리' 감독 "2군은 2군다워야…편하게 야구해서 언제 1군 올라가겠나" [춘추 인터뷰]

조아라유 0

'악바리' 이정훈이 두산 베어스 화수분의 산실 퓨처스 감독을 맡는다.

"2군은 2군다워야 한다"는 말로 강훈련을 예고한 이정훈 감독은 "이승엽 감독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다짐했다. 

 

이정훈 두산 퓨처스 감독(사진=스포츠춘추 DB)

 



[스포츠춘추]

"신인 때부터 저를 동생처럼 아껴주신 이정훈 2군 감독님이 생각난다."

현역 시절 최고의 오른손 타자로 활약한 김태균 KBSN 해설위원은 은퇴식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를 묻는 질문에 "이정훈 2군 감독"을 제일 먼저 꼽았다. 인터뷰에서 그는 "처음 프로에 입단했을 때 이정훈 감독님과 만난 덕분에 1군에 올라가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01년 처음 한화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좀처럼 프로 레벨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김태균이다. 그는 "마무리캠프 연습경기에서 30타석 넘게 나가서 3안타 밖에 못 때렸다. 삼진을 스무번 넘게 당했다"고 돌아봤다. 몇몇 코치들끼리 '1차지명 맞나' '선수 같지도 않다'고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교 최고 타자이자 청소년대표 출신인 김태균에게는 충격이었다.

상처받은 김태균에게 당시 타격코치였던 이정훈 감독이 다가왔다. 이 감독은 김태균의 등짝을 '빡' 때리며 "야, 태균아. 너는 내가 책임진다. 나만 믿고 따라와. 우리 2군 가서 한번 죽어라 해보자"고 장담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김태균은 "이 감독님이 나를 진짜 아들처럼 챙겨주셨다. 운동 끝난 뒤에도 티볼 띄워 주시고, 배팅볼 던져주시고, 원정 경가 가서도 방에 불러 스윙 연습을 시키셨다. 날 끊임없이 긴장하게 한 분"이라고 돌아봤다.

이 감독의 열정은 김태균에게 그대로 전염됐다. 그는 "2군에서 딱 3년만 미친 듯이 해보자고 다짐했다. 이 감독님이 시키는 훈련은 하나도 뺴놓지 않고 다 했다. 배팅도 1천 개 치라고 하면 1천 개를 쳤다. 그런 마음으로 하다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1군 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데뷔시즌 88경기에서 20홈런과 0.335의 타율을 기록한 김태균은 강력한 경쟁자 박한이(삼성)를 제치고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다.

대타자 김태균의 시작을 함께한 이정훈 감독은 이후 한화 퓨처스 감독을 맡아서도 열정적으로 선수들과 함께했다. 악바리 훈련을 경험한 선수들은 일단 한번 1군에 올라오면 다시는 서산 2군에 내려가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했다. 김응용 당시 감독이 "서산에서 훈련을 어떻게 하길래 2군에서 올라온 선수마다 다 이를 악물고 야구하느냐"고 궁금해할 정도였다.

그 악바리가 이제는 두산 베어스 화수분 야구를 책임진다. 두산은 20일 이정훈 타격코치의 퓨처스 감독 선임 소식을 알렸다. 2021년 두산 퓨처스 타격코치로 부임한 이 감독은 2년간 1군 타선이 침체에 빠질 때마다 1군에 올라와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에도 8월 중순 팀이 7위로 떨어졌을 때 1군에 합류해, 가을야구 진출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함께했다.

이승엽 감독 부임과 함께 대대적인 팀 변혁을 꾀하는 두산은 '악바리' 야구가 이천 퓨처스팀에 열정과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이정훈 감독은 "프로야구 인기를 위해서라도 슈퍼스타 출신 이승엽 감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젊은 선수들을 열심히 육성해서 이승엽 감독의 성공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이정훈 퓨처스 감독과 일문일답.



이정훈 두산 퓨처스 감독(사진=두산)

 



퓨처스 감독 선임을 축하한다. 선임 배경이 궁금하다.

한화 시절 2군 감독도 해보고, 스카우트 팀장 역할도 해서 육성 분야에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구단에서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화수분 야구'로 오랜 기간 성공을 거둔 두산인데, 최근 들어 선수층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가면서, 신인드래프트 때 선수를 제일 늦게 뽑다 보니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퓨처스 코치로 있으면서 다른 팀과 경기를 해보니 확실히 표시가 나더라.

2군은 1군보다 좀 더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론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 2군은 2군다워야 한다. 물론 시대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지만, 2군은 아직 부족한 점이 있고 안되는 부분이 있기에 2군이다. 1군처럼 편안하게 해서 언제 1군 선수가 되겠나. 물론 휴식도 중요하지만 강도높은 훈련이 선수를 강하게 만들고, 두산의 미래를 밝게 한다고 믿는다.

한화 2군 감독 시절에도 매운맛 훈련으로 유명했다.

그때 훈련량이 정말 많았다. 2군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가면, 다시는 2군으로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김응용 감독님도 "2군 선수들이 어떻게 1군에서 저렇게 잘 버티냐"고 신기해하셨다. 2군에서 힘들게 해야 1군에 올라가서도 힘든 상황을 버틸 수 있는 법이다. 2군에서 대충대충 해서 어느 세월에 1군에 올라가겠나.

이천 퓨처스 구장에서 나는 곡소리가 벌써부터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안 그래도 신인드래프트 때 뒤에서 선수를 뽑다 보니 잠재력 있는 선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니까, 좋은 프로그램과 강도높은 훈련을 잘 버텨낸다면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정훈의 삼성 선수 시절(사진=삼성)

 



이승엽 1군 감독과는 어떤 관계인가.

삼성 선수 시절인 1995년 이 감독이 신인 선수로 입단했다. 당시 '이 선수는 무조건 성공한다'고 높게 평가했는데 역시나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가 되더라. 타자로서만 최고가 아니라 인성, 소프트웨어 등 모든 면에서 한국 최고로 인정받는 선수가 됐다.

이제는 1군 감독과 2군 감독으로 다시 만났다. 야구의 인연이 참 묘하다.

이제는 2군 감독으로서 열심히 도와야 한다. 2군에 내려오는 선수들 잘 케어하고, 컨디션 조절하고, 어린 선수들을 확실하게 만들어서 1군 전력에 보탬이 되게 할 것이다. 그게 2군에서 할 일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야구를 위해서라도 이승엽 감독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야구 인기를 위해서인가.

물론이다. 그동안 슈퍼스타 출신 선후배 가운데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승엽 감독은 꼭 성공해야 한다. 지금 야구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관중도 줄어드는 위기다. 이승엽 감독처럼 팬들의 성원과 기대를 한몸에 받는 슈퍼스타 출신이 성공해야, 야구판의 인기도 높아지고 프로야구에 신선한 바람이 불 거라고 본다. 우리 이승엽 감독의 성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게 나 또한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진심이 느껴진다.

이승엽 감독이 잘될 수 있게 주변에서 열심히 도와야 한다. 나도 선수들 훈련 프로답게 독하게 하고, 재미있게 운동하고, 쉴 때는 프리하게 쉬고, 경기장에선 남자답게 야구하도록 선수들을 독려하겠다.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를 이야기한다면.

일단 재활조만 잠실에서 훈련하고, 마무리훈련은 1군과 2군이 함께 이천에서 진행한다. 퓨처스 스프링캠프는 내년 2월 이천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1단계로 기초 체력과 몸부터 만들고, 3월에는 남쪽으로 내려가 실전 위주 훈련을 소화한다. 지명 순서가 뒤쪽이라 선수가 없다고 핑계 대지 않겠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땀 흘려서 두산은 2군도 1군만큼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


 

기사제공 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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