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최서진 기자] 키아나의 소감, 삼성생명의 노란 꽃, 노란 침구류 선물 배경에는 류해림 통역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2022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1라운드 1순위로 뽑힌 용인 삼성생명 키아나 스미스는 통역과 함께 무대에 섰지만 준비한 종이를 꺼내 들었다. 한국어 소감으로 한국에 대한 진심을 보인 모습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키아나가 감동을 전해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류해림 통역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키아나의 한국어 소감은 외할아버지가 도왔지만 읽기 힘든 한자어가 많았다. 이에 류해림 통역은 키아나가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단어들로 바꾸고 문장의 호흡을 줄여나갔다. 덕분에 키아나는 한국어 소감 읽기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삼성생명의 1순위 지명권이 확실히 되자 류해림 통역은 키아나 맞이 준비에 공을 들였다. 키아나가 노란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노란색 꽃을 선물했다. 숙소에는 노란색 침구류를 준비해 첫 한국살이를 축하했다.
류해림 통역은 “키아나가 한국에 올 때 환대받고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를 바랐다. 한국생활을 좀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피부와 가장 많이 닿는 침구류를 노란색으로 준비했고, 입국할 때도 기분이 좋아질 만 한 노란 꽃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약 한 달간의 시간 동안 류해림 통역은 키아나의 한국 적응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류해림 통역이 본 키아나는 어떤 사람일까?
류해림 통역은 “임근배 감독님이 강조하는 말에 딱 들어맞는다. ‘밖에서는 유하고 부드러운 사람, 코트 안에서는 불같은 사람이 되라’는 말에 적합한 사람이다. 키아나는 농구를 하면서 MBA 과정을 들었다.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만큼 본인의 것에 있어서 욕심도 있고 열정이 뛰어난 선수다. 또 스윗하고 재밌는 성격을 가졌다”고 키아나를 설명했다.
이어 “나는 농구 선수라면 승부욕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끈기와 투지가 필요한데 이번 부산 연습경기를 통해 그 투지가 많이 보였다. 코트 안팎의 모습을 보면 농구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류해림 통역은 다른 스포츠 이벤트를 하면서 만나게 된 타 구단 통역의 소개로 삼성생명에 이력서를 넣었고, 벌써 삼성생명에서 5년의 세월을 보냈다. 처음부터 농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초인 ‘리바운드’부터 친구의 도움을 받아 공부했다.
류해림 통역은 “농구를 잘 알지 못하는 채로 만난 첫 선수가 아이샤 서덜랜드였다. 아이샤가 힘들었을 거다. (웃음) 농구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서 취미로 농구하는 친구에게 밤마다 전화했다. 이 단어는 무슨 뜻인지, 어떻게 표현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 감독님이 작전 타임에 하는 말씀을 모두 받아적으며 열심히 공부했다”
농구가 미국에서 시작한 스포츠이기에 우리가 접하는 용어는 대부분 영어다. 하지만 한국에 유입되면서 콩글리시로 변화한 단어도 있고, 감독이나 팀에 따라 같은 뜻이어도 다른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패턴’이다.
이에 대해 묻자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패턴’을 외국 선수에게 설명하면 알아듣지 못한다. ‘세트 플레이’라고 설명해줘야 한다. 또 비즈니스 통역에서 ‘컷’은 자르다는 의미지만 농구에서는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표현한다. 이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올 때마다 내가 쓰는 표현과 선수가 쓰는 표현을 공유하며 맞춰간다”고 대답했다.
스포츠 통역은 단순히 ‘통역’만 해서는 안 된다. 선수의 삶에 녹아들어야 한다. 모든 생활을 관리해주고 조언해주는 매니지먼트 업무까지 담당해야 한다. 이런 스포츠 통역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구했다.
류해림 통역은 “ 5년 전 나는 농구 용어를 잘 몰랐기에 오히려 한국어 통역이 필요한 경우도 많았다. 어린 선수들에게 감독님이 무슨 말씀을 하신 거냐 되묻기도 했다. 지금도 계속 영어와 농구를 공부 중이다. 스포츠 통역을 희망한다면 영어와 스포츠 용어를 공부해야 하고 감독님마다 쓰는 표현이 다르니 다양한 표현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구단을 꿈꾸기보다는 작은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교류한 사람들을 통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또한, 통역이라는 이름 자체는 반짝거릴지 모르나 실상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선수를 전체적으로 살피는 업무다. 선수에 따라 다르지만 맞지 않아 힘든 선수들도 있다. 화려한 모습에 속아서 쉽게 발을 들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계를 만드는 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 그녀는 키아나와의 관계 속에서 꿈을 향한 한 걸음을 또 나아가고 있다.
# 사진_점프볼 DB
기사제공 점프볼
부산/최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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