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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오타니’ 골키퍼 한태희, ‘골 때리는’ 이중생활

조아라유 0

196㎝ 장신 서울 장훈고 수문장
주말리그선 골키퍼로, 전국대회선 공격수 겸해
올해 페널티킥골 없이 필드골만 5골
K리그1 구단과 계약 앞둬···“월드컵 출전, 유럽진출이 꿈”

 

장훈고 골키퍼 겸 공격수 한태희가 지난 9일 울산 전국체전 8강전에서 승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세훈 기자

 



한국에서 ‘진짜’ 골넣는 골키퍼가 나왔다. 공격에 가끔씩 가담하는 것을 넘어 전반 골키퍼, 후반 공격수, 심지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할 때도 있다. 올해 넣은 골은 페널티킥골 없이 필드골만 5골이다. 주인공은 서울 장훈고 장신 골키퍼 한태희(18·1m96)다.

한태희는 지난 9일 전국체전이 열린 울산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해 윤종석 감독 권유로 공격수로 가끔 뛰기 시작했다”며 “골키퍼로 전향하기 전에 미드필더로 활약한 게 공격수로서 골을 넣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태희는 1번이 찍힌 유니폼이 두벌이다. 하나는 골키퍼용, 하나는 필드 플레이용이다. 한태희는 올해 주말리그에서는 골키퍼로, 전국대회에서는 골키퍼와 공격수를 겸했다. 장훈고는 서울 동부 주말리그에서 7승1무(21득점 3실점)로 1위다. 한태희가 모든 경기에서 골문을 지켰다. 윤 감독은 “한태희는 키가 큰 데다 고2까지 필드 플레이어로 뛰어본 경험이 있다”며 “상대 공격수의 슈팅 타이밍과 각도도 잘 파악하고 체격이 좋고 밸런스까지 뛰어나 공중볼 싸움도 능하다”고 평가했다. 한태희는 지난 9일 전국체전 제주전에서 골키퍼로 선발 출전해 5-1 대승을 지켰다. 1실점은 한태희가 교체 아웃된 뒤 나왔다.



장훈고 골피커 한태희(왼쪽)가 지난 9일 제주 유나이티드 18세 이하팀과 맞붙은 전국체전 8강에서 코너킥에서 공격에 가담했다가 동료가 골을 넣자 기뻐하고 있다. 장훈고는 5-1로 이겼다. 한국축구신문 제공

 



한태희는 올해 전국대회에서 종종 공격수로 출전했다. 한태희는 지난 6월 무학기 1골, 7월 백록기 1골, 8월 왕중왕전 3경기 연속골까지 5골을 넣었다. 무학기, 백록기 골은 코너킥 찬스에 골키퍼로서 잠시 가담해 넣었다. 왕중왕전 2골은 공격수로 선발 출전 또는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꿔 기록했다.

득점 장면을 보면 깜짝 놀란다. 장신을 이용한 단순한 헤딩골만 넣는 게 아니다. 볼키핑력, 돌파력, 슈팅력은 웬만한 공격수 뺨 친다. 윤 감독은 “저글링, 리프핑도 우리 팀에서 가장 많이 한다”며 “키가 커도 상하체 밸런스와 유연성까지 좋다”고 평가했다. 윤 감독은 “야구에서 오타니가 있다면 축구에서는 한태희가 있다”며 웃었다.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는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 타자로 맹활약하며 미국 야구계를 깜짝 놀래키고 있다.

한태희는 ‘자신을 골키퍼라고 생각하느냐, 공격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단 골키퍼”라면서도 “그런데 공격수로 뛰면 진짜 공격수로 거듭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태희는 “한국 골키퍼로서 처음으로 유럽에 진출하는 것, 국가대표 골키퍼로 월드컵에 나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키가 아직도 자라고 있고 힘이 강해 파워풀한 유럽 공격수와 공중볼 싸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태희는 대한축구협회가 실시하는 ‘고등부 우수선수 국내 소집훈련’ 멤버로 선발돼 오는 17일 파주트레이닝센터에 들어간다. 한태희는 K리그1 구단과 계약도 앞두고 있다. K리그에서 골키퍼 겸 공격수로서 두각을 나타내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K리그에서 사상 최초로 골을 넣은 골키퍼 김병지(52)는 706경기를 뛰면서 3골을 넣었다. A매치 골은 없다. 전세계적으로 최다골을 넣은 골키퍼는 호제리우 세니(브라질), 루이스 칠라베르트(파라과이), 호세 캄포스(멕시코)다. 세니는 주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뛰면서 131골을 넣었다. 대부분 프리킥, 페널티킥 골이다. 칠라베르트는 A매치 8골 등 67골을 넣었고 해트트릭를 한 적도 있다. 단신(1m68) 캄포스는 46골을 넣었는데 대부분 골키퍼로 뛰다가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뀌 넣었다.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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