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사태’ 후폭풍...모든 시민구단들이 위험하다

성남FC 선수들이 지난 3일 탄천에서 수원 삼성에게 패한 뒤 침통해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단 성남FC 사태가 다른 시도민 구단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도민 구단들은 내년도 예산 감소, 후원사 급감 등을 예감하고 있다. 자금난이 당장 올해부터 감지되는 곳도 있다.

성남FC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관내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그 대가로 이 대표가 시장 위치에서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두산건설, 네이버, NH농협은행, 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6곳이 후원금 160억여 원을 냈다. 두산건설은 50억 원가량을 내고, 그룹이 소유한 성남시 정자동 병원 부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았고 검찰은 최근 몇몇 관계자를 뇌물공여, 뇌물수수 협의로 기소했다. 지금까지는 두산그룹을 제외한 5곳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성남FC는 현재 1부리그 12개팀 중 최하위다. 현재로서는 강등이 유력하다. 만일 강등된다면, 이런저런 이유로 내년 예산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게 성남FC만의 일로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현재 적잖은 시도민 구단들이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기업들은 대부분 지자체와 일하는 곳이다. 시도민 구단에 기업이 후원금을 내는 경우는 대부분 지자체가 후원을 요청하고 기업이 수락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성남FC 사태로 인해 지자체가 관내 기업에 후원을 요청하는 게 불편해졌다. 지자체와 업무 관계 때문에 후원에 응해온 기업도 후원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생겼다.

시도민 구단 재정은 절반 이상이 세금이다. 2007년 스포츠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지자체가 세금으로 프로구단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생겼다. 세금으로 마련된 지자체 교부금에 기업 후원금이 더해지는 게 시도민 구단 재정 구조다. 세금과 후원금 비율은 구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두 가지 재원이 구단 재정 절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동일하다. 특히 대부분 시도민 구단들은 지자체 금고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성남FC 후원사 NH농협은행도 성남시 금고다.

현재 K1구단 12개 중 인천, 강원, 수원FC, 대구, 성남이 시도민 구단이다. K2리그 구단 10개 중에는 절반 이상이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아마추어팀이지만 K3, K4에도 시민구단 성격인 곳이 절반이 넘는다.

한 시도민 구단 관계자는 “성남FC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가 점점 심각해질 것 같다”며 “올해 후원금을 내기를 꺼리는 곳도 생기고 있고 내년에도 후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는 시도민 구단 창단에는 신경을 쓰지만 위기에는 적극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연맹과 협회가 지자체를 상대로 축구단 후원을 계속해달라는 뜻을 전달하는 등 한국 축구 전체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