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XX 못해!" 중학 유망주들도 보는데…'들리게' 욕하는 어긋난 팬심 [단양스케치]

2019년 서머매치 현장. 위 사진은 본문과 무관합니다. 사진제공=KOVO

[단양=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단양과 제천이 '배구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팬의 눈쌀 찌푸려지는 응원 태도도 구설에 올랐다.

단양국민체육센터에서는 단양군 프리시즌 남자 프로배구 초청매치(단양 프리시즌)가 열리고 있다. 부상자가 많아 빠진 OK금융그룹을 제외한 대한항공, KB손해보험, 우리카드, 한국전력, 삼성화재, 현대캐피탈까지 총 6개 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비시즌 연습경기이긴 하지만, 프로 경기를 치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좋은 시설이 호평이다. 무료 입장으로 매경기 수십명의 배구팬이 현장을 찾아 뜨겁게 응원한다. 특히 제천 출신 임동혁 정한용(이상 대한항공) 임성진(KB손해보험) 등이 코트에 나설 때 함성은 배로 커진다.

단양은 서울 등 주요 대도시는 물론 대전이나 천안 등 지역 대도시와도 거리가 있다. 이곳까지 배구를 보러온 사람이라면, 배구 사랑이 남다른 팬이다.

각 팀 선수들 이름을 줄줄 외고, 백업 선수들까지 얼굴만 봐도 딱딱 맞춘다. 20년 넘게 각각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팬심 대결을 벌여왔다는 60대 노부부도 있었다. 늘씬한 미남이 많은 배구계의 특성상 대형 카메라(일명 대포)를 든 여성 팬들도 눈에 띄었다.

미래의 프로 선수를 꿈꾸는 유망주들의 눈도 반짝거렸다. 제천중학교 배구 선수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신교종 코치는 "현장 학습차 왔다. 요즘 제천 출신 스타 선수들이 나오고 있어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면서 "우리 팀에 장승우(2m2)를 비롯해 1m90이 넘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이렇게 가깝게 볼 기회가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때론 지나칠 때가 있다. 선수에 대한 원망이 욕설 등으로 변질될 때다.

"아 XX 못해!" "네가 사람이냐!"

대한항공과의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는 한국전력 선수들. 김영록 기자

한국전력 빅스톰과 대한항공의 경기가 열리던 날이다. 관중석에서 거친 욕설이 울려퍼졌다. 듣기만 해도 눈살 찌푸려지는 내용이었다.

이날 한국전력은 세트스코어 0대4로 패했다. 대한항공은 통합 3연패에 도전하는 자타공인 '1강' 팀이다. 한국전력 역시 창단 이래 최고 전력을 갖춘 강력한 대항마다.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와 타이스 덜 호스트, 정지석과 박철우, 임동혁과 임성진 등 라이벌리도 만만찮다.

연습경기인 만큼 양팀 모두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하며 테스트에 초점을 맞춘 경기였다. 대한항공이 4세트 내내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를 출전시킨 반면, 한국전력의 타이스 덜 호스트는 4세트에는 휴식을 취한 차이도 있었다.

하지만 한 세트도 따지 못한 패배에 분노한 걸까. 일부 팬의 응원은 3세트에 접어들면서 욕설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들은 리베로 이지석(24)과 장지원(21), 세터 하승우(27)를 겨냥해 연신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난간을 잡고 코트 쪽으로 상체를 내밀며 수차례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주위 팬들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프로 스포츠는 팬심을 먹고 산다. 속상한 감정을 표출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주변에 불편하지 않게, 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지켜보는 중학생 유망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씁쓸한 풍경이었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김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