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적은 처음이다. 그래서 협의가 필요하다.
연세대와 고려대, 고려대와 연세대는 1년에 한 번 대학 최고의 이벤트를 개최한다. 올해는 ‘2022 정기 연고전’으로 고려대가 행사를 주관하며 코로나19 시대 이후 무려 3년 만에 다시 문을 연다.
10월 28, 29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릴 예정인 ‘2022 정기 연고전’은 관례대로 축구,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럭비 등 5개 구기 종목을 통해 경쟁한다.
대학 최고의 축제 2022 정기 연고전이 10월 28, 29일 고양서 열린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간 열리지 못했으나 3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사진=대학농구연맹 제공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2022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는 오는 27일에 열린다. 그렇다면 이때 지명되는 연세대, 고려대 선수들은 정기전에 출전할 수 있을까?
그동안 이런 문제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왜? 2012년 전까지 드래프트는 대부분 1, 2월에 열렸기 때문에 정기전 출전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졸업 예정자들은 편히 정기전을 치르고 드래프트를 준비할 수 있었다. 2012년 10월부터 드래프트 개최 시기가 바뀌었을 때도 큰 문제는 없었다. 보통 드래프트는 최소 9월 말에서 10, 11월에 열린 만큼 정기전 개최 시기와 겹치지 않았다.
딱 한 번 드래프트 이후 정기전이 열린 적이 있었다. 2014년 당시 드래프트는 9월 17일, 정기전은 10월 10일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2014-15시즌 개막일이 10월 11일이었던 만큼 연세대와 고려대 소속 선수들은 KBL과 각 구단의 배려로 정기전 출전이 가능했다. 덕분에 이승현과 김준일, 허웅, 김지후, 최승욱 등이 각 학교 유니폼을 입은 채 마지막 맞대결을 펼쳤다(고려대의 61-58 승리).
올해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27일 드래프트 이후 한 달 뒤에 정기전이 열린다. 2014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은 2022-23시즌 개막이 10월 15일이라는 것이다. 10월 1일에는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KBL 컵대회도 있다. 즉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는 연세대, 고려대 선수들이 정기전에 출전하려면 시즌 시작 후에도 여전히 학교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2 정기 연고전을 두고 프로 지명된 선수들의 차출 여부를 두고 양교가 논의 중이다. 현재로서는 프로 선수는 제외하자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언제든지 방향은 바뀔 수 있다. 사진=대학농구연맹 제공
이에 대해선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대학농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고려대가 연세대에 공문을 보내 양교 모두 프로 지명된 얼리 엔트리, 그리고 4학년 선수 없이 정기전을 치르자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연세대 측에서 4학년 선수는 양교 합의, 출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얼리 엔트리 선수는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괴소문도 존재한다. 이미 프로에 지명되어 시즌을 치른 이원석, 김동현과 같은 선수를 정기전에 출전시키려 했다는 것. 그러나 연세대와 고려대 모두 이 부분에 대해선 부정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KBL은 어떤 입장일까. KBL 관계자는 MK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거 전국체전의 경우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을 각 학교 소속으로 뛸 수 있게 배려한 적은 있었다. 전국체전이라는 대회의 상징성을 고려한 부분이다. 그러나 정기전은 대학농구연맹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아직 정확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전국체전의 경우 KBL, WKBL 등록 선수의 출전을 제한하고 있어 시즌 개막 후 참가하는 건 불가능하다. 실제로 2014년에 문제가 되어 이승현을 비롯한 2014년 드래프트 선수들은 전국체전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정기전은 성격이 다르다. 연세대와 고려대, 고려대와 연세대가 주인공인 무대인 만큼 앞서 언급한 참가 제한 규정에 자유로운 상황이다. 다만 KBL, 그리고 대학농구연맹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시즌 개막 후 프로 선수 차출과 관련해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또 선수들을 지명한 구단들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정기전이 가지는 상징성은 대단히 크다. 한국 최고 대학으로 평가되는 연세대와 고려대, 고려대와 연세대의 자존심 대결이자 축제다. 정기전, 특히 대학 스포츠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활성화가 잘 된 농구인 만큼 선수 차출과 관련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사제공 MK스포츠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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