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10일 개막
-한국야구의 숨은 뿌리...역대 슈퍼스타 등용문
-김서현부터 윤영철, 김범석 등 유망주 총출동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각국 최고의 야구 유망주들이 한자리로 모이는 제3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막을 올린다.
1981년 시작해 어느덧 서른 번째 역사를 맞이하는 이번 대회는 '슈퍼스타 등용문'이라는 별명을 지닌다. 40년이 넘는 동안 전 세계의 무수한 초고교급 유망주들이 이 무대를 통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 역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와 인연이 깊다. 1981년 초대 대회를 시작으로 1994년, 2000년, 2006년, 2008년까지 통산 5회 우승으로 11차례 정상을 밟은 쿠바 다음으로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간 배출한 슈퍼스타 역시 적지 않다.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 등 여러 무대에서 활약했거나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이 바로 이 무대를 통해 등장했다. 한국야구의 숨은 뿌리가 곧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라고 불리는 이유다.
역사의 출발은 미국 오하이오주 뉴어크에서 열린 1981년 초대 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일고 김영덕 감독 이끄는 대표팀은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활약하는 수준급 선수들을 불러 모아 최정예 진용을 꾸렸다.
면면도 화려했다. 고려대 선동열을 비롯해 군산상고 조계현, 선린상고 김건우 등이 마운드를 책임졌고, 인천고 김동기와 북일고 김상국이 안방을 지켰다. 또, 야수진에는 상업은행 구천서와 대구고 강기웅, 북일고 조양근 등이 포진했다.
대표팀은 대회 내내 막강한 전력을 발휘했다. A조 예선에서 4전 전승을 기록하며 곧장 결승으로 올라섰고, 우승을 놓고 미국과 3선2선승제로 치른 맞대결에서도 1~2차전을 모두 잡으며 정상을 밟았다.
초대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이는 역시 '국보급 투수' 선동열이었다. 광주일고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선동열은 베네수엘라와 예선 첫 번째 경기에서 9이닝 2피안타 13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달성하고 6-0 승리를 이끌었다. 또, 캐나다와 2차전에서도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뺏어내면서 13-1 7회말 콜드게임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선동열의 호투를 앞세워 기세를 올린 한국은 네덜란드와 3차전에서 김건우가 한국야구사 최초의 국제대회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면서 5-0 완승을 맛봤고, 마지막 4차전에서도 스웨덴을 21-0 7회 콜드게임으로 제압해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국보급 투수의 결정적인 수훈은 미국과 최후의 결전에서 나왔다. 당시 결승전은 하루 동안 1~2차전을 펼친 뒤 여기에서 승부가 나지 않으면, 다음날 3차전을 치르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영덕 감독은 오후 1시 시작한 미국과 1차전에서 에이스 선동열을 내보냈고, 선동열은 다시 9이닝을 완투하면서 3-1 승리를 견인했다. 이어 당일 오후 8시부터 열린 2차전에선 김건우가 다시 완투승을 기록하며 3-2 승리를 책임져 우승을 확정했다.
이렇게 선동열과 김건우가 주거니 받거니 호투하며 초대 대회 챔피언이 된 한국. 역사적인 1호 MVP의 영광은 3경기 24이닝 동안 34탈삼진 1실점 위력투를 펼친 선동열에게 돌아갔다(김건우는 대회 베스트9 투수 부문 수상).
1982년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청소년 유망주들이 승전보를 알려온 한국은 그러나 이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와 멀어졌다. 재정 문제 등의 이유로 참가하는 경우가 줄어들었고, 어렵게 나간 대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20년 넘게 침묵했다.
국제무대 정상으로 다시 돌아온 때는 1994년 캐나다 브랜든에서 열린 제14회 대회였다. 당시 현대그룹이 대한야구협회를 이끌게 되면서 지원이 풍족해진 한국은 경북고 이승엽과 경남상고 김건덕, 휘문고 김선우, 부천고 최동진, 세광고 박정진, 덕수상고 김상태로 이어지는 막강한 마운드를 앞세워 다시 패권을 노렸다.
탄탄한 전력은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은 예선 풀리그에서 캐나다와 멕시코, 쿠바를 차례로 꺾으며 청신호를 밝혔다. 비록 브라질과 4차전에서 3-4로 졌지만, 미국을 6-3으로 누르며 분위기를 바꿨고, 파나마도 물리치면서 4강행과 가까워졌다.
그러나 대만전 패배로 한국은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경기 초반 수비 실수가 잇따라 나오면서 4-5로 패했다. 이제 남은 2경기에서 1패라도 더 기록한다면, 4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한국에는 훗날 '국민타자'로 자리매김하는 이승엽이 있었다. 이승엽은 호주와 8차전에서 통쾌한 홈런을 터뜨리며 9-0 완승을 이끌었다. 또, 네덜란드와 예선 최종전에서도 4회 2점홈런을 때려내면서 4-3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이렇게 4강으로 올라온 한국은 결승행 길목에서 브라질을 15-5로 물리친 뒤 미국과 결승전에서 11-10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패권을 되찾았다. 1992년 멕시코 대회에서 임선동과 박찬호, 고(故) 조성민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고도 5위로 그쳤던 한국으로선 뜻깊은 2번째 우승이었다.
한국은 이 대회 주요 트로피도 싹쓸이했다. 홈런왕과 득점왕은 이승엽의 차지가 됐고, MVP는 투타에서 모두 활약한 김건덕에게 돌아갔다. 특히 MVP는 물론 최다승과 베스트9 투수로 함께 이름을 올리면서 초고교급 에이스로 떠오른 김건덕은 한양대 진학 후 어깨 부상을 겪다가 결국 일찌감치 현역 유니폼을 벗은 뒤 한동안 고교야구 지도자로 지내다가 2016년 11월 급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다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중심으로 복귀한 한국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학생야구 강국의 위상까지 차지했다. 그 정점을 찍은 때가 바로 2000년과 2006년이었다.
먼저 2000년에는 프로야구 출범 당시 태어난 이른바 '1982년생 황금세대'가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故 조성옥 감독의 지휘 아래 부산고 추신수와 정근우, 경남고 이대호, 경기고 이동현, 대구상원고 이정호, 북일고 김태균, 인천고 정상호, 속초상고 조영훈 등 전국 최고의 유망주들이 한자리로 모였다.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이 대회 별 중의 별은 단연 추신수였다. 좌완투수 겸 외야수 이도류로 뛴 추신수는 7경기 모두 등판해 18이닝 동안 12피안타 32탈삼진 5실점 호투하고 우승을 책임졌다. 특히 마지막 미국과 결승전에선 선발투수 이동현의 뒤를 이어 마운드를 밟은 뒤 다시 외야수로 돌아갔다가 연장 11회 재등판해 13회 9-7 승리를 이끌었다.
이렇게 밀레니엄 시대의 포문을 연 한국은 2006년 대회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이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김광현이다.
당시 안산공고 에이스로 활약하던 김광현은 2006년 쿠바 대회에서 무려 4경기 내리 승리를 따냈다. 네덜란드와 예선 3차전을 시작으로 대만과 8강전, 캐나다와 준결승전, 미국과 결승전에서 모두 나와 마운드를 지켰다.
특히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투수 이재곤의 뒤를 이어 2회 등판한 김광현은 2사 만루 위기를 넘긴 뒤 4이닝 동안 3피안타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우승의 주춧돌을 놓았고, 한국은 9회 터진 광주동성고 임익준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4-3으로 이겼다.
당시 대표팀에는 광주동성고 양현종, 장충고 이용찬, 경남고 이상화 등 훗날 프로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지만, MVP는 4경기 연속 승리를 수확한 김광현에게 돌아갔다.
이어 한국은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2008년 대회에서도 MVP를 차지한 덕수고 성영훈과 광주일고 허경민, 경기고 오지환, 경북고 김상수, 유신고 정수빈, 서울고 박건우 등 1990년생 황금세대를 내세워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이처럼 2년마다 열리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지난해 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로 연기)는 세대별 최고의 선수들을 배출하는 무대로 평가받는다. 특히 대학 진학이나 프로 진출 전 마지막으로 치르는 쇼케이스라는 점에서 야구계의 관심은 더욱 크다.
실제로 초대 대회 MVP였던 선동열은 고려대 졸업 후 1985년부터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불세출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추신수는 아예 당시 대회 기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면서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어 김광현 역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발판삼아 1988년생 최고 유망주로 우뚝 선 뒤 현재까지 KBO리그를 주름잡는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또, MVP는 타지 못했지만 1994년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승엽을 비롯해 2000년과 2006년, 2008년 대회를 수놓은 황금세대는 여전히 야구계 안팎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한국에서 열린 제29회 대회에서도 현재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유신고 소형준과 허윤동, 휘문고 이민호, 경남고 최준용, 라온고 김지찬, 장충고 박주홍 등이 이름을 알렸다.
최재호 감독과 신동수~고윤성~김성현 코치가 이끄는 이번 대표팀에서도 한국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스타들이 등장을 앞두고 있다. 서울고 김서현을 필두로 충암고 윤영철과 경남고 신영우, 대전고 송영진, 대구고 김정운, 라온고 박명근, 세광고 서현원 그리고 장충고 이진하와 황준서가 마운드를 지키고, 경남고 김범석과 충암고 김동헌이 안방을 나눠 맡는다.
또, 북일고 문현빈과 휘문고 김민석, 세광고 정대선, 경기상고 김재상, 유신고 박태완이 내야를, 장충고 정준영과 경남고 김정민, 경북고 박한결, 강릉고 김영후가 외야를 책임진다.
1981년을 시작으로 통산 5차례 정상을 밟았지만, 2008년 이후 우승 명맥이 끊긴 한국. 명예회복을 위해 지난달 말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한 뒤 7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으로 떠난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10일 자정 캐나다와 A조 예선 1차전을 치른다.
이어 11일 오전 8시 미국, 12일 오전 4시 브라질, 13일 오전 4시 남아프리카공화국, 14일 자정 네덜란드와 차례로 맞닥뜨린다. 여기에서 A조 3위 안으로 들면 하루를 쉬고 16일부터 슈퍼라운드를 진행한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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