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매 이재영(오른쪽)과 이다영.
스포츠의 장점이자 존재 이유는 '공정'과 '깨끗함'이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그러해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과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체육계에는 여전히 폭력과 불법의 어두운 그림자가 남아 있다. 훈련 중 가혹행위, 음주운전, 그리고 학교 폭력 등이 잊을 만하면 불거져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스타뉴스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클린 스포츠'의 현주소와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스포츠국
< 특별기획 : '클린 스포츠' 어디까지 왔나 >
① '최숙현법' 그 후... "스포츠 윤리센터, 징계 권한도 가져야"
② 강정호가 남긴 교훈... "원 스트라이크 아웃 도입해야"
③ 쌍둥이 파문 그 후... "서약서만으론 사실 확인 어려워, 답답하다"
최근 몇 년 새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학교 폭력(학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7년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23)을 시작으로 배구계, 축구계 등을 휩쓸고 다시 야구계로 퍼지는 모양새다.
지난해가 가장 충격이 컸다. 배구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2월 V리그 여자부 이재영·이다영(26) 쌍둥이 자매의 과거 학교 폭력에 대한 증언과 폭로가 연속적으로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대처도 미흡했다. 쌍둥이 자매는 사태 발생 초기에는 자신들의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스스로 삭제했다. 그리고 되레 피해자들을 고소했다. 자매는 사과문을 쓴 것도 구단과 피해자의 요구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그러자 대중의 비난 여론이 폭발했다.
결국 쌍둥이 자매를 끝까지 감싸려 했던 당시 소속팀 흥국생명조차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은 둘의 선수 등록을 포기하고, 자유신분선수로 등록하면서 사실상 방출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 역시 국가대표 무기한 선발 제외라는 징계를 내렸다.
한국에서 뛸 곳이 없어지자 이재영과 이다영은 지난 시즌 그리스 리그 PAOK 테살로니키로 이적했다. 이재영은 무릎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고, 이다영은 시즌을 완주한 뒤 루마니아 리그 라피드 부쿠레슈티로 팀을 옮겼다.
이후 프로배구 남자부 박상하(36·현대캐피탈)와 송명근(29·OK금융그룹)·심경섭(31·은퇴) 등도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배구계를 휩쓴 학폭 미투는 다른 분야에도 번졌다. 프로축구 K리그의 기성용(33·FC서울)도 학폭 논란에 휩쓸렸다. 기성용은 적극 반박 중에 있다. 명예훼손으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다시 야구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2월 처음으로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졌던 두산 이영하(25)와 LG 김대현(25)이 재판을 받게 됐다. 당시 두 선수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피해자가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하면서 재점화됐다. 검찰 송치 후 불구속 기소됐고,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학폭 논란은 분야를 넘나들며 큰 영향을 끼쳤고,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 논란을 언급할 정도였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지난해 2월 '학교 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과거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피해자 중심의 사건 처리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향후 학교체육 현장에서 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예방 차원의 제도 개선과 체육계 전반의 성적지상주의 문화 개선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스포츠계도 학폭 예방에 팔을 걷어 붙였다. 이른바 '학폭 증명제'를 시행한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은 학폭 이력을 가진 선수에 대해 드래프트 참가와 구단 입단을 제한할 근거를 마련했다. 대한체육회 회원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서도 학교폭력예방법상 처분 결과에 따라 참가 제한부터 선수 자격까지 박탈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증명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일단 선수들을 믿고 '과거 학교 폭력이 없었다'는 서약서를 받지만 추후 허위로 밝혀진다면 구단도, 연맹과 협회도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KOVO는 지난 5일 열린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선수들로부터 서약서를 받았다. KOVO 관계자는 "선수 등록시 학교 폭력과 관련한 서약서를 받았다. 학교장 날인이 돼 있다"며 "하지만 연맹으로서는 공권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선수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 답답한 부분은 있지만 규정이 있기 때문에 허위 사실로 밝혀진다면 추후 상벌위원회가 열리고, 징계가 이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KBO도 마찬가지다. 오는 15일 열리는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참가 신청을 위해서는 신청서와 재학 중 징계, 부상 이력을 포함해 학교 폭력 관련 서약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본인 동의 하에 제출해야 한다.
프로야구 한 구단 관계자는 "프로 신분이면 모를까, 아마추어 소속 때 일어난 일이라 대응을 하기는 어렵다. 선수들을 믿고 지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같은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징계정보시스템이 시행되는 것으로 안다. 징계 이력이 입력되기 때문에 올해처럼 서류를 받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 스타뉴스
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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