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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사퇴' 김남일, 떠나는 순간까지 성남을 생각했다

주간관리자 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빠따(몽둥이)'가 아니라 '버터'로 하겠다."

2019년 12월, 제주로 떠난 남기일 감독 후임으로 성남FC 지휘봉을 잡은 '초보감독' 김남일(45)이 남긴 취임 일성이다. 현역시절 강성 이미지를 버리고 버터처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겠다는 선언이었다.

김 감독은 2년 8개월간 적어도 그 말을 지켰다. 선수들 입에서 '감독님이 더 적극적으로 팀을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순한 맛'을 유지했다. 현역시절 경험한 일부 대선배 지도자들과는 다른 지도 방식으로 팀을 이끌려 했다.

흔히 '페로몬'이라고 일컬어지는, 선수를 향한 진심으로 '국대급' 나상호 권경원 권완규 김민혁 등을 영입하는데 앞장섰다. 2022시즌을 앞두고 FA로 풀린 마상훈과 재계약을 맺기 위해 마상훈의 결혼식에 직접 찾아가 선수의 부모를 설득하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선수 한 명 한 명을 모아 어렵게 스쿼드를 꾸려 시즌에 나섰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지난 두 시즌 성남은 선수단 사정에 맞는 실리축구로 강등 위기를 이겨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특유의 끈끈함이 사라졌다.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거라고 기대를 모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부진한 여파도 컸다. 시즌 초부터 연패를 거듭했다. 줄곧 최하위에 처졌다. '강등 1순위'란 평가가 성남을 따라다녔다.

김 감독은 지난 4월 김천에 0대3으로 대패한 뒤,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책임지겠다"고 했다. 김 감독을 잘 아는 축구인들은 "남일이가 얼굴이 반쪽이 됐다" "정말 힘들어보인다"고 걱정했다. 어두워진 안색을 보며 건강을 걱정하는 축구인도 있었다.

당시 박창훈 대표이사의 만류에 철회를 하긴 했지만,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반짝'한 적은 있다. 스리백에서 포백 전술로 변화,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미드필더 밀로스의 합류, 코치진과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회식, 메모장을 들고 그라운드 '기술지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김 감독의 태도 변화 등이 맞물려 세 번이나 연패를 끊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제주와 인천을 상대로 연승을 거두며 잠시나마 최하위 탈출의 희망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달 들어 김천전과 수원전에서 연속해서 1대4로 대패하며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지난 21일 서울 원정 경기는 김 감독이 사퇴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다. 주축 선수들까지 대거 제외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결과는 0대2 패배였다. 시즌 중에 할 수 있는 마지막 반전 수단이 감독의 퇴진이라고 스스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성남FC 매각설'도 김 감독의 결정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서울전 전날 언론 보도로 불붙은 매각설은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단의 분위기를 흔들었다. 성남시가 성남FC를 매각 또는 해체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김 감독이 모를 리 없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우리(선수단)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라고 힘없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 말은 "성남시에서 조금 더 성남FC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였다. 결국 이 말은 김 감독이 성남 지도자로 남긴 마지막 멘트로 남았다. 김 감독은 끝내 '빠따'를 들지 않았지만, 성적과 매각이라는 이름의 '빠따'가 김 감독을 때렸다. 그는 24일 박창환 성남 대표이사를 찾아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번엔 사표가 수용됐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떠나는 순간까지 성남을 생각했다. 2년8개월간 동고동락한 정경호 수석코치가 '감독님과 같이 떠나겠다'고 하자, '정 코치라도 남아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거듭 대행직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성남은 남은 시즌 정경호 대행 체제로 반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성남은 28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를 상대로 23라운드를 통해 연패 탈출에 나선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윤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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