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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발리볼] 세자르 감독이 내놓은 16명 대표선수 명단과 사라진 존중과 소통의 길

주간관리자 0

그 나라 배구를 존중하지 않으려는 외국인감독의 미래는

 

 



 지난 6일 세자르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V리그 5개 구단 감독들의 첫 간담회가 불협화음으로 끝난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서로가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버렸다. 쉽게 회복이 힘들다. 구체적으로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고 말들이 오고 갔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V리그 감독들만 싸잡아 비난한다. 감독들은 할 말이 많지만, 확증 편향에 사로잡힌 그들에게 얘기해봐야 헛일이라며 입을 다물 뿐이다.

하여튼 세자르 감독은 자기 고집대로 대표팀을 운영할 의사를 그날 확실히 했다.

 

3년 전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 배구 사상 첫 감독에 선정됐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같은 대표팀과 프로리그의 갈등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서로가 상대를 외면하고 고집을 꺾지 않으면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것 같다.



 



6일 세자르 감독이 구상하는 16명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대표선수 명단은 감독들의 발언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세자르 감독은 그날 V리그 감독들의 재고 요청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16명을 8월 1일부터 모아서 합동훈련을 시킬 생각이다. 감독들의 취재를 통해 확인된 16명의 대표선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윙 공격수=박정아, 강소휘, 표승주, 이소영, 이선우, 정지윤, 이한비.

▲미들블로커=이다현, 이주아, 박은진, 정호영.



 



▲세터=염혜선, 안혜진, 김하경

▲리베로=한다혜, 김연견.

 

VNL 출전선수 가운데 큰 부상을 겪은 노란과 김희진, 황민경, 코로나19에 감염됐던 박혜진,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던 최정민 등이 제외됐다. 팀별로 보면 KGC인삼공사가 5명으로 가장 많고 현대건설과 GS칼텍스가 각각 3명이다. IBK기업은행은 2명, 도로공사 흥국생명 페퍼저축은행은 각각 1명이다. 눈여겨볼 팀은 이미 VNL에서 3명의 부상선수(노란, 이선수, 정호영)가 발생했던 KGC인삼공사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정호영과 이선우를 또 데려가겠다고 한다.

아직은 선수들의 몸 상태라는 변수가 있어 최종 발표까지는 더 기다려야 한다.



 


 

 KGC인삼공사는 만일 이 명단으로 대한배구협회에서 차출을 공식 요청하면 규정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V리그의 대표팀 차출과 관련해 적용할 규정은 2018년 이사회에서 만들어졌다. 이에 따르면 원활한 국가대표팀 소집과 운영을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대표팀 소집에 불응하면 제재금을 최대 500만원까지 물어야 한다. 또 상벌위원회를 통해 연맹이 주최, 주관하는 경기에 일정 기간 출전을 할 수 없다. 선수가 부상으로 대표팀 소집에 불응하거나 제외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상 진단 기간 동안, 또는 그 국제 대회에서 대표팀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연맹이 주최, 주관 경기에 출전도 금지된다.

KGC인삼공사로서는 어차피 재활이 필요한 부상 선수이고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와 대회 기간에 열리는 공식 대회는 순천 KOVO컵 뿐이기에 이들을 출전 시키지 않고 대표팀 차출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중요한 국제대회라지만 대한배구협회와 세자르 감독의 차출 요구가 부당하다고 프로 구단의 단장들이 거들 경우, 상황은 더 걷잡을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되도록 V리그와 대한배구협회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세자르 감독은 곁에서 지켜봤던 라바리니 감독의 행동에서 전혀 배운 것이 없는 듯하다. 3년 전 라바리니 감독은 대표팀을 맡자마자 김호철 당시 남자대표팀 감독에게 협조를 부탁했고 진천 선수촌에서의 국가대표 훈련 때는 당시 신치용 선수촌장을 먼저 찾아가 인사를 했다. 그 나라 배구를 상징하는 사람들에게 존중을 표시하고 함께 소통하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첫 번째 한국 방문 때 시간을 쪼개 많은 V리그 경기를 시찰했다. 김천까지 이동해 경기를 지켜본 뒤 먼 인천공항까지 이동하는 등 힘든 일정을 소화하면서 조금이라도 대한민국 배구의 시스템과 V리그를 보고 선수들을 직접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감독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세자르는 이런 부분들에 너무 무지해 보인다. 초보 감독이 할 수 있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하기에는 실망스러운 행동의 연속이다. 설상가상으로 V리그 감독은 물론이고 대한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들과의 관계도 좋지 못하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세자르 감독의 최근 행태와 대표팀에서의 행동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많다. 주변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사라지면 외국인 감독이 할 일은 많지 않다. 어차피 대표팀이 세대 교체의 와중에 있고 새 감독을 둘러싼 상황마저 점점 나빠지면 위기는 찾아온다.

 파국에 이르기 전에 누군가 나서서 세자르 감독을 자제시키고 대표팀에서 실제로 뛸 선수들을 데리고 있는 프로팀 감독들에게도 협조를 당부해야 하지만 이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이 돼 버렸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도 있다. 2023년에 한국 여자배구의 운명을 가름할 파리올림픽 예선과 관련한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2024파리올림픽 예선전에도 참가하지 못할 것으로 걱정하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다. 현재 우리 대표팀은 VNL을 마친 이후 세계랭킹 19위(랭킹포인트 162점)를 기록 중이다. VNL 시작 전 14위(랭킹포인트 226점)에서 시작했는데 12연패를 하고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면서 무려 64점을 잃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리가 상대할 B조의 팀은 도미니카공화국(9위, 267점), 튀르키에(5위, 328점), 폴란드(13위, 214점), 태국(14위, 205점), 슬로베니아(30위, 124점)다. 우리보다 랭킹이 앞서는 팀들과의 경기에서는 패해도 랭킹포인트가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는 슬로베니아에게도 지는 경우인데 그렇더라도 하루아침에 30점씩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미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한 개최국 프랑스(세계랭킹 22위)가 올림픽 예선에 불참하면 결국 세계랭킹 상위 25팀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우리는 세계랭킹 26위 밖으로만 쳐지지 않으면 되는데 공교롭게도 현재 26위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다. 랭킹포인트 132점으로 25위 크로아티아(152점)와 20점, 우리와는 딱 30점 차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의 성적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내년에 벌어질 올림픽 예선전을 위해 더 장기적으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세자르 감독은 그런 계획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날 어느 베테랑 감독이 세자르 감독에게 물었던 것도 “대표팀을 위해 어떤 장단기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였다. 물론 세자르는 대답하지 않고 간담회를 떠났다.

사진 FIVB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김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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