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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미국 직행…그 엄격해야 할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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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 10년 전 일이다. 10월이면 삿포로는 초겨울이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움츠러든다. 게다가 긴장감도 팽팽하다. 드래프트를 며칠 앞둔 탓이다. 당연한 1지명이 눈 앞에 있다. 그런데 그가 속을 썩인다. “저 찍지 마세요. 무조건 미국 갈 거예요.” 당돌하게도 이미 공언했다. 여론의 지지도 절대적이다. 18세의 도전을 압도적으로 응원한다. 앞길을 막았다가 욕 먹을 게 뻔하다.

하나마키히가시 고등학교 3학년 오타니 쇼헤이, 그리고 니혼햄 파이터즈의 얘기다.

야마다 마사오 GM(단장)이 결단을 내린다. “돌아가는 법은 없다. 좋은 선수가 있으면 지명해야 한다. 교섭은 그 다음 일이다.” 드래프트 이틀 전이다. 내부 결정은 내려졌다. “단장님 괜찮으시겠어요?” 직원들이 한걱정이다. 작년 실패 때문이다. 스가노 도모유키의 거부로 지명권 1번을 날렸다. (스가노는 1년 재수 후 원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입단했다.)

구단의 발표는 사과문이나 다름없다. “오타니 군에게는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지명은 강행됐다. 당사자의 답은 싸늘하다. “약간 놀랐습니다. 그러나 달라질 건 없습니다. 평가는 감사하지만, 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후는 고달픈 짝사랑이다. 먼저 학교를 찾아갔다. 70을 바라보는 야마다 GM이 고개를 조아린다. 교장과 야구 감독이 멋쩍게 맞는다. 당사자가 몸을 피했기 때문이다. 별 수 없이 집까지 찾아갔다. 차 한 잔을 놓고 부모와 인사했다. 지명한 지 일주일 만이다. “설명이라도 할 기회를 주십시요.” 간곡한 청에 자리가 마련됐다.



[OSEN=목동,민경훈 기자] 8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 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5-6위 전에서 일본 선발 오타니가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이 때부터다. 구단 프런트에 비상이 걸렸다. 전 직원이 매달렸다. 며칠의 밤샘 작업이 이어졌다. 30페이지짜리 PPT가 완성됐다. 제목이 서정적이다. ‘오타니 쇼헤이 군의 꿈에 대한 이정표(大谷翔平君 夢への道しるべ~). 훗날 극찬을 받은 파일이다. 가능성 제로를 바꾼 프레젠테이션이었다. 한동안 구단 홈페이지에 전문이 공개됐다.

전개되는 논리는 이렇다. ‘우리 구단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오타니 군의 꿈을 지지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한 지 함께 고민하겠다.’ 그런 내용들이다. 고려할 요소들로는 ▶리그의 경기력 ▶육성 시스템 ▶코치, 훈련장 등 인프라 구성 등이다. 즉 일본의 1,2군 시스템이 미국의 복잡한 마이너리그 시스템에 비해 생존에 유리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하지만 그 정도야 각오하지 않았겠나. 이역만리 낯선 곳의 고생 쯤이야. 피 끓는 열정이 멈출 리 없다. 그런데 그 다음이 결정적이다. 훗날 당사자의 고백이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공교롭게도 11번째 페이지다. 그가 달고 싶어했던 등번호와 같은 숫자다. 롤모델로 여기던 다르빗슈의 백넘버다. (실제 입단 후 11번을 받았다.)



니혼햄 화이터스 <오타니 꿈에 대한 이정표> 중에서

 



11페이지는 이런 항목이다. ‘챕터 2, 7부 – 한국과 일본 야구 메이저(리그)에 대한 활약상황 중점 정리.’ 그러니까 그 때까지 두 나라에서 건너간 야구 선수들의 통계를 요약한 내용이다. 표 하나로 깔끔하게 해결된다.

①     (일본) 프로 출신 ML 진출 : 42명 중 29명 = 69.0%

②     (한ㆍ일) 비프로 출신 ML 진출 : 108명 중 6명 = 5.6%

비프로 출신에 대한(2번 항목) 구체적인 설명이 추가된다. 한국은 48명 중 5명(10.4%), 일본은 60명 중 1명(1.7%)이 메이저리그에 올라갔다. 유일한 1명은 매리너스에서 잠시 뛴 투수 맥 스즈키였다.

게다가 이 무렵은 류현진의 포스팅, 다저스 계약이 이뤄진 시점이다.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실제로 등장한 것이다.

“의욕이 너무 앞선 것 같습니다. 혼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첫 해부터 활약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잔류 선언이 나온 날은 2012년 12월 9일이다. 바로 류현진이 다저스와 사인한 날이다.



[OSEN=템피(美애리조나), 지형준 기자]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열린 LA에인절스 스프링캠프. 오타니 쇼헤이가 훈련에 앞서 진행된 포토데이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교 무대가 활발하다. 대어급들이 유난히 많다. 유망주들이 맹활약 중이다. 한국 야구의 희망이 쑥쑥 자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관심도 높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굵직한 뉴스들도 등장한다. ‘신분조회’ ‘세계적 에이전시와 계약’ 같은 키워드로 장식됐다. 하지만 빛나는 단어는 늘 눈을 부시게 한다. 엄격하고,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사제공 OSEN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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