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쇼트트랙 '쌍두마차' 임효준·황대헌 "서로 경쟁하며 배워요"
임효준 "황대헌의 '패기' 배우고 싶어" 황대헌 "경기 후 제일 먼저 축하"
(영종도=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부에선 임효준(고양시청)과 황대헌(한국체대)이 결승 출발선에 나란히 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임효준이 예선에서 탈락한 500m를 제외하고 1,000m와 1,500m, 3,000m 슈퍼파이널까지 나머지 개인종목 3개에서 모두 두 선수가 함께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선 '형' 임효준이 웃었다. 임효준은 결승에 진출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황대헌은 500m를 2연패하고 1,000m 은메달을 추가하며 2위에 올랐다.
마지막 계주에선 함께 금메달을 합작한 후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두 선수는 서로와의 '선의의 경쟁'이 좋은 성적에 밑거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임효준은 "대헌이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점점 좋은 결과가 나오고 발전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서로 응원하면서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종합 우승과 다음 시즌 국가대표 자동선발의 향방이 걸린 마지막 3,000m 슈퍼파이널에서 1위로 골인한 임효준에게 가장 먼저 축하를 건넨 것도 아쉽게 실격된 황대헌이었다.
임효준은 "대헌이가 축하한다고 먼저 말해줘서 고마웠다"며 "대표 선발전에 응원 오라고 해서 꼭 가서 응원해줄 생각"이라고 했다.
황대헌은 임효준에 대해 "경기장에서는 선의의 경쟁자지만 나와서는 형, 동생 하면서 배울 점을 배우고 있다"며 "경기 후에도 서로 축하해준다"고 전했다.
송경택 대표팀 감독도 "두 선수가 선의의 경쟁을 펼친 후 나와서는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 선수가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상급 실력의 두 선수가 매번 결승에서 맞붙을 것을 예상한 송 감독은 "두 선수에게 무슨 얘기를 해줘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포인트 잃지 않는 선에서 안전하게 경쟁하라고 얘기했고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했다.
성격이 조금 다른 두 선수는 서로를 보며 배운다.
임효준은 "대헌이의 패기를 배우고 싶다"며 "난 멘털이 조금 약한 편인데 대헌이는 우다징이든 헝가리 선수든 누구와 붙어도 전혀 기죽지 않는다"고 했다.
황대헌은 세 살 형인 임효준의 경기 운영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단숨에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두 선수 모두 이제 겨우 국가대표 2년 차다. 지난 성과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더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효준은 "남자 쇼트트랙 전성기가 열렸다는 말에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하고 다음 시즌 시합이 걱정되기도 한다"면서도 "준비를 잘 해서 베이징올림픽까지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황대헌도 "지난 시즌보다 나아졌지만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실수도 잦다"며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많이 보완해서 다음 시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두 선수 모두 시즌 후 우선순위는 건강 회복이다.
임효준은 5차 월드컵에서 어깨를 다쳤고, 황대헌은 1차 대회에서 허리를 다친 후 이번 대회 500m 결승에서 우다징과 충돌해 다친 부위에 다시 통증이 왔다. 두 선수 모두 부상 투혼을 펼친 셈이다.
임효준은 "다친 부위를 제대로 치료를 못 했다. 수술 여부를 정해서 치료를 하고 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내달 대표 선발전을 치러야 하는 황대헌은 "얼른 재활 잘해서 선발전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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