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류현진.
류현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 공식 SNS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류현진(37·FA)을 노린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양측은 이미 만났고 안타깝게도 협상은 결렬 분위기. 이대로면 김하성(29), 고우석(26·이상 샌디에이고)과 만남은 불발될 전망이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17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의 2024시즌 개막 로스터를 예상하면서 류현진과 협상 소식을 언급했다. 매체에 따르면 올해 샌디에이고 선발 로테이션은 조 머스그로브, 다르빗슈 유, 마이클 킹, 랜디 바스케스, 페드로 아비야 등 5인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외부 요인으로 특별히 류현진을 언급했다.
디 애슬레틱은 "좌완 선발 투수가 부족한 샌디에이고는 베테랑 류현진과 이야기를 나눴다(The Padres, lacking lefty starters, have talked with veteran Hyun Jin Ryu). 하지만 두 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음에도 스캇 보라스의 고객(류현진)은 몸값을 낮출 생각이 없다(But even after a second Tommy John surgery, the Scott Boras client may not be inclined to take a discount.)"고 전했다.
이번 겨울 이정후, 고우석이 메이저리그로 향한 후 류현진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2020년 시작된 4년 8000만 달러(약 1068억 원) 계약이 마무리된 류현진은 커리어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했다.
대단한 계약이 기대되는 것은 아니었다. 2013년 LA 다저스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통산 186경기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로 성공적인 11시즌을 보내며 '코리안 몬스터'로 불렸다. LA 다저스 시절인 2019년에는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 182⅔이닝 163탈삼진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오르면서 고점도 확실하게 보여줬다.
류현진(오른쪽). /AFPBBNews=뉴스1
이후 체결한 토론토와 첫 FA 계약은 실패로 돌아갔다. 첫해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에 올라 순조롭게 적응하는 듯했으나, 이듬해부터 하락세를 겪었다. 2022년에는 커리어 두 번째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고 지난해 8월에야 복귀했다.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나쁘지 않은 복귀 시즌을 치렀으나, 고령에 구속도 시속 87~89마일(약 140~143.2㎞)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에 다년계약은 어려워 보였다.
그 탓에 류현진의 KBO리그 시절 소속팀 한화 이글스로 복귀도 꾸준히 이야기 나왔다. 최원호(51) 한화 감독은 최근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팀의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큰 선수(류현진)가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그래도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에서 계약 소식이 안 들리는 걸로 봐서 계속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계약 소식이 있어야 기대를 접을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복귀 가능성도 무시 못 했다. 베테랑이 필요한 젊은 팀이나 각 팀의 주요 선수가 부상을 당할 때마다 류현진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올해 초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류현진을 마이클 로렌젠, 션 머네아, 마이크 클레빈저, 알렉스 우드, 제임스 팩스턴과 함께 선발진의 중간급 투수(The mid-rotation options)로 분류했다. 또 다른 매체 SNY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커리어 동안 한 해 25경기 선발로 나선 것이 두 번에 불과할 정도로 약간의 부상 위험이 있다. 하지만 마운드에 있을 때 류현진은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좌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에는 메이저리그 단장 출신이자 칼럼니스트 짐 보든이 현시점 FA 시장에 남은 매물 중 매력적인 선수 톱10을 꼽으면서 류현진을 8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류현진은 건강해 보이지만, 부상 위험이 있다. 그래서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포스트시즌 비경쟁팀과 계약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하기도 했다. 보든은 류현진의 적정가로 1년 800만 달러(약 107억 원)라고 평가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마쓰이 유키.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 공식 SNS
그중에서도 샌디에이고는 류현진과 꾸준히 연결되는 팀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아시아 선수 영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팀이다. 다르빗슈와 김하성이 성공적으로 팀에 안착했고 올겨울에는 KBO 대표 우완 마무리 고우석과 일본프로야구(NPB) 올스타 클로저 마쓰이 유키를 각각 영입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A.J.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이 류현진을 선호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방송 '97.3 더 팬'에 따르면 프렐러 단장은 최근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을 만나 "특정 투수를 언급하진 않겠지만, 류현진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투수"라고 언급했다.
우완 일색인 선발 로테이션도 샌디에이고가 류현진의 영입을 고려한 이유였다. 앞서 언급된 머스그로브-다르빗슈-킹-바스케스-아비야뿐 아니라 쟈니 브리토, 맷 발드론, 하이로 아이리아테, 글렌 오토(이상 우완), 제이 그룸(좌완) 등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발 후보들도 거의 우완 투수였다.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로 로비 스넬링, 오스틴 크롭, 라이언 카펜터 등 3명의 좌완 선발을 데려오긴 했으나, 이들 역시 선발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의 어려운 재정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5월 중계 방송사인 밸리 스포츠의 소유주 다이아몬드 스포츠 그룹이 파산하면서 예정된 중계권료를 받지 못해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피터 새들러 구단주가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나면서 샌디에이고는 긴축 경영에 나섰다. 올해 1차 사치세 한도인 2억 3700만 달러(약 3163억 원)를 지키는 것을 넘어 2억 달러(약 2669억 원) 밑으로 팀 총연봉을 유지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 매체들이 예상하는 류현진의 예상 몸값은 최소 1년 1000만 달러(약 134억 원)다. 비슷한 조건의 선발 투수들도 1년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냈다. 이번 겨울 머네아가 뉴욕 메츠와 2년 2800만 달러(약 374억 원), 루이스 세베리노가 뉴욕 메츠와 1년 1300만 달러(약 174억 원), 프랭키 몬타스가 신시내티 레즈와 1년 1600만 달러(약 214억 원)를 받았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피홈런 1위(41개)의 루카스 지올리토(30)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2년 3850만 달러(약 514억 원) 계약에 합의했다. 팩스턴도 LA 다저스와 1년 1200만 달러(약 160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앞선 선발 투수들의 계약을 고려했을 때 샌디에이고는 1000만 달러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건강하다면 4~5선발로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평가받는 류현진으로서는 헐값에 계약할 이유가 없다.
김하성./AFPBBNews=뉴스1
만약 류현진이 샌디에이고에 합류한다면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 한 팀에 한국인 선수가 3명이 모이는 진풍경이 연출될 수 있었다. 일단 김하성이 주전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상황이다. 김하성은 2021년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21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첫해에는 주로 내야 백업으로 나오면서 117경기 타율 0.202, 8홈런 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22를 기록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끝에 근육량을 늘리고 수비도 기본부터 다 바꾸면서 2022시즌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5)가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손목 골절과 금지 약물 복용으로 2022시즌을 통으로 날리게 된 기회를 잘 잡았다. 2022년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로서 150경기 타율 0.251, 11홈런 59타점 58득점 12도루, OPS 0.708, 조정OPS 105(리그 평균이 100)의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생산력을 보여줬다. 또한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 3인에 들어가면서 아시아인이 메이저리그에서 내야수로는 성공할 수 없을 거란 편견을 깼다.
지난해에는 '어썸 킴'이란 샌디에이고 팬들만의 별명을 메이저리그 전체에 널리 알린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대형 FA 유격수 잰더 보가츠에게 밀려 2루로 향했으나, 내야 전방위적으로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의 뛰어난 수비로 오히려 존재감을 과시했다. 2023년 김하성은 2루수로 106경기(98선발) 856⅔이닝, 3루수로 32경기(29선발) 253⅓이닝, 유격수로 20경기(16선발) 153⅓이닝 등 총 3개 포지션에서 수비 이닝 1263⅓을 기록했다. 결국 유틸리티 부문에서 아시아 메이저리거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해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공격에서도 152경기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0.749로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대폭 경신했다(종전 기록 2010년 추신수의 22도루).
공·수·주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준 끝에 결국 1년 만에 유격수 자리를 되찾아왔다. 이날(17일) 마이클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마이클 쉴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2024시즌 김하성을 유격수, 보가츠를 2루수로 각각 기용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쉴트 감독은 "지난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유격수 포지션에서 보가츠가 뛴 것은 대단히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난 보가츠를 유격수로 기용한 것에 관해 잘못됐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보가츠는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정말 훌륭한 유격수로 활약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키미(김하성·Kimmy)라는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결코 보가츠를 위해서만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가츠는 김하성이 유격수로서 가치가 있으며, 좋은 동료라는 것을 인정했다(He recognizes Kimmy's value at Shortstop and he's a good teammate for that as well)"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고우석이 1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피오리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스프링캠프에서 캐치볼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고우석이 1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피오리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그에 반해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은 선수 본인도 놀랄 정도로 깜짝 소식이었다. 뉴스1, 뉴시스에 따르면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포스팅 마감 7분을 앞두고 계약했는데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컸다. 나는 조건보다 메이저리그에서 오퍼가 들어온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보장 계약 금액 450만 달러(약 61억 원)의 2+1년 계약은 경기 수, 경기를 마무리하는 횟수에 따라 최대 940만 달러(약 126억 원)까지 늘어나는 독특한 계약 조건으로 화제가 됐다. 고우석이 2024년, 2025년 각 시즌에 15경기, 25경기, 35경기, 45경기를 팀의 마지막 투수로 나설 경우 그때마다 12만 5000달러(약 1억 6944만 원)의 연봉을 인상한다. 세이브가 아닌 경기의 마지막 투수로 나서기만 하면 된다. 고우석에 대한 샌디에이고의 기대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고우석은 마무리 로버트 수아레스를 필두로 한 마쓰이, 톰 코스그로브, 스티븐 윌슨, 예닐 데 로스 산토스 등 불펜 투수들과 클로저 경쟁을 펼친다.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지난해 12월 포스팅을 신청한 고우석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그는 파워풀한 스터프를 가진 우완 투수다. 직구는 시속 93~95마일(약 149.7~152.9㎞)에 형성되고 있다. 최고 98마일(약 157.7㎞)을 던진다. 투구 동작에서 디셉션(숨김 동작)이 부족한 편이다. 때로는 밋밋한 직구를 던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순수한 구위만으로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예상 성적도 경쟁자들에 비해 나쁘지 않다. 미국 야구 통계 매체 팬그래프는 자체 통계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고우석의 2024년 성적은 62경기 3승3패 1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83, 62이닝 72탈삼진이었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수아레즈는 65경기 3승3패 6홀드 21세이브, 평균자책점 3.78, 65이닝 70탈삼진, 마쓰이는 64경기 3승 3패 10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3.33, 64이닝 80탈삼진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MLB.com은 고우석이 무난하게 샌디에이고 개막전 로스터에 든다고 예상했다.
류현진과 샌디에이고의 협상이 잘 진행됐다면 류현진이 선발 등판하고 그 뒤를 김하성이 지켜주며, 고우석이 선배의 승리를 지키고 세이브를 거두는 장면도 가능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빠르면 3월 20·21일 양 일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에서 볼 수 있을 뻔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합류 불발로 현재로선 김하성과 고우석의 모습만 고척돔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기사제공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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