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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얼굴 붉히지 않았다..." 왜 끝까지 KT는 '방출 요청' 홈런왕 박병호를 예우했나

조아라유 0
[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박병호(왼쪽). /사진=KT 위즈 제공
 
박병호. /사진=KT 위즈 제공
 
박병호. /사진=KT 위즈 제공
 
 
 
 
결국 방출까지 요청한 박병호(38)의 최종 결말은 삼성 라이온즈와 트레이드였다. 방출을 요청한 선수에게, 그래도 KT가 최선을 다하며 예우한 건, 박병호가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레전드'라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28일 경기가 끝난 뒤 나란히 "KT 박병호와 삼성 오재일이 1:1 맞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8일 오전 박병호가 KT에 방출을 직접적으로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구계가 술렁였다. KT 구단도 이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했다. KT 관계자는 "박병호가 출전 기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한 뒤 구단과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구단도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전격적으로 트레이드까지 성사됐다.

나도현 KT 단장은 트레이드 발표 직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박)병호도 본인을 더 필요로 하는 팀으로 가게 돼 잘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구단에서도 방출 등의 형태보다는 트레이드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재일의 영입 배경에 관해서는 "우리 팀에서 좌타자 중 멀리 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타자가 (강)백호 정도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1루 수비가 되는 좌타 거포를 영입했다. 라인업 구상에 있어서 옵션도 많아지고, 득점 생산력 등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부분을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사실 선수가 자신의 출전 기회가 줄어든다고 해서 방출을 요청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선수 기용 권한은 선수가 아닌, 감독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누구는 그라운드를 누비고, 또 누구는 벤치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한때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들도 이런 과정을 피할 수 없다.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다가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 젊은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게, 마치 자연의 섭리와도 같다. 선동열과 이종범, 이승엽, 이대호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도 언젠가는 유니폼을 벗었다.

박병호는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한 획을 그은 살아있는 레전드다. 지난 2005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박병호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5년에는 79경기서 3홈런(타율 0.190), 2006년에는 48경기서 5홈런(타율 0.162)을 각각 기록했다. 이어 상무서 군 복무를 한 뒤 2009년에는 68경기서 9홈런(타율 0.218), 2010년에는 78경기서 7홈런(타율 0.188)을 각각 쳐냈다. 상대적으로 넓은 잠실구장에서 박병호는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터트리지 못했다.


박병호. /사진=KT 위즈 제공
 
KT 위즈 박병호.
 
 
 
 
그랬던 박병호가 2011년 중반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이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했다. 2011시즌에는 66경기서 13개의 홈런을 치며 데뷔 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어 2012시즌에는 31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홈런왕에 등극했다. 2013시즌을 앞두고 박병호는 염경엽(현 LG 트윈스 감독)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더욱 날개를 달았다. 2013시즌 37개의 홈런과 함께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2014년 52개의 홈런을 치며 생애 첫 50홈런 고지를 밟은 뒤 2015년 53개의 홈런을 작렬, 사상 최초 2년 연속 50홈런 고지를 밟으면서 4년 연속 홈런왕에 등극했다.

박병호에게 KBO 리그 무대는 좁아 보였다. 4년 연속 홈런왕의 영광을 뒤로 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는 길을 택했다. 빅리그 첫해였던 2016시즌에는 12개(62경기)의 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2017년에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고, 결국 박병호는 2018시즌을 앞두고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박병호는 펄펄 날았다. 영웅 구단의 4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이끌었다. 2021시즌에는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7, 20홈런, 76타점, 48득점의 성적을 거뒀다.

박병호는 늘 키움 히어로즈의 최초 영구결번 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랬던 그가 2022시즌을 앞두고 영웅 군단과 작별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받아준 곳이 바로 KT 위즈였다. KT는 박병호에게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을 안기며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박병호는 KT 이적 첫해인 2022시즌 12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5(429타수 118안타) 35홈런 98타점 72득점 2루타 17개, 5도루 40볼넷 12몸에 맞는 볼 131삼진 장타율 0.559, 출루율 0.349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2023시즌 박병호는 타율 0.283(431타수 122안타) 18홈런 87타점 53득점 46볼넷 8몸에 맞는 볼 114삼진 장타율 0.443 출루율 0.357로 다소 주춤했다. 그래도 박병호는 지난해 KBO 리그 42년 역사상 최초로 만든 수비상의 1루수 부문 수상자가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2023시즌 주전 1루수로 730⅓이닝을 소화한 박병호였다.


KT 박병호.
 
KT 기장 캠프에서 만난 박병호. /사진=김우종 기자
 
 
 
 
'성실함의 대명사'로 알려진 박병호는 스프링캠프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겨울 기장 캠프 현장에서 만난 박병호는 "일단 100경기 이상 1루수로 나갈 수 있도록 몸을 만들 것이다. 나가라고 했을 때 항상 준비가 돼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감독님께서 올 시즌에는 (체력을 고려한) 지명타자 쪽으로도 더 신경을 써주시지 않을까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의 머릿속에 KT를 떠난다거나, 방출 등의 생각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2024시즌 맹활약만 바라본 박병호였다.

그러나 올 시즌 박병호의 성적은 본인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44경기에 출장해 타율 0.198(101타수 20안타) 3홈런 10타점 10득점 1도루 16볼넷 4몸에 맞는 볼 38삼진 장타율 0.307 출루율 0.331 OPS(출루율+장타율) 0.638의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은 0.139. 최근 10경기 타율이 0.150에 그친 상황에서 25일 키움전을 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당시 구단이 밝힌 말소 이유는 허리 통증이었다. 박병호를 대신해 문상철이 1루수로 중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자신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자 박병호는 구단에 방출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불필요한 감정적인 대립이나 소모는 없었다는 후문이다. 나 단장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불화설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갈등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방출 요청을 한 건 맞지만, 그 과정에서 감정적인 대립은 없었다. 감독님도 마찬가지였다. (박)병호가 더 출전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팀으로 가게 돼 잘 된 마음뿐"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KT가 박병호의 행동에 큰 거부감이 들었다면, 2군으로 보낸 뒤 아예 콜업하지 않으면 그만일 수도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베테랑이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현역 유니폼을 벗기도 한다. 하지만 KT는 이런 방법을 쓰지 않았다. 또 단순하게 방출 조치를 취하는 것 역시 모양새가 좋을 리 없었다. 오히려 KT는 선수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을 한 끝에 전격적으로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예우했던 이유는 KT가 3년 전 박병호를 영입하기 위해 기울였던 뜨거운 노력, 그리고 박병호가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레전드라는 존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KT 박병호. /사진=KT 위즈 제공
 
KT 박병호. /사진=KT 위즈 제공
 
 
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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