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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의 '특명', 외인 의존을 줄여라

조아라유 0

[클래식 오브 V리그 ⑥] 2015-2016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시행

1997년 프로출범과 함께 드래프트를 통해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던 남자프로농구(KBL)에서는 2004년부터 각 구단이 자유롭게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더욱 수준 높은 선수들을 선보여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자유계약선발 제도의 도입은 KBL과 해외리그, 국내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한국농구연맹의 실책이었다.

드래프트라는 제도에 묶여 있던 '족쇄'가 풀리자 각 구단들은 경쟁적으로 미국 하부리그와 유럽리그에서 활동하던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NBA에 지명됐거나 실제 NBA에서 다 년간 활약했던 선수들도 있었다. 실제로 단테 존스와 네이트 존슨, 고 크리스 윌리엄스, 찰스 민렌드, 피트 마이클 등은 차원이 다른 실력으로 리그를 초토화했고 결국 KBL은 2007-2008시즌부터 다시 드래프트 제도로 회귀했다.

사실 배구는 농구 이상으로 외국인 선수의 영향력이 큰 종목이다. 실제로 남자부의 가빈 슈미트나 로버트 랜디 시몬, 여자부의 마델라이네 몬타뇨처럼 외국인 선수 한 명이 리그 판도를 뒤집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여자부에서는 201-2016 시즌, 남자부에서는 2016-2017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자유계약에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드래프트 제도로 변경해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외국인 선수 7명이 한 시즌 5000득점 돌파 

 

 

▲  폴리는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많았던 2014-2015 시즌 득점과 공격성공률,서브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 한국배구연맹

 

 

 
몬타뇨의 등장으로 본격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여자부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레이첼 밴 미터, GS칼텍스 KIXX의 베티 데라크루즈 등을 통해 일찌감치 지적되고 있었다. 몬타뇨가 V리그를 떠난 후에도 도로공사의 니콜 포셋과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알레시아 리귤릭, KGC인삼공사의 조이스 고메즈 다 실바 등이 팀 내에서 지나치게 높은 공격점유율을 책임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점점 커지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높은 비중에 문제의식을 느낀 한국배구연맹은 2015-2016 시즌 여자부즈차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아무래도 드래프트를 통해 V리그를 희망하는 외국인 선수를 모집하다 보면 유럽리그에서 이름을 날렸던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의 합류가 힘들어진다. 그렇게 외국인 선수에 대한 비중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국내 선수들의 위상도 올라갈 거라는 계산이었다.

물론 외국인 선수 영입경쟁을 위한 소모적인 경쟁에 지쳤던 일부 구단들은 드래프트 제도 도입에 찬성하기도 했지만 전력강화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막힌 구단들은 제도변화에 대해 실망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리그를 운영하는 한국배구연맹의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여자부의 6개 구단들은 자유계약제도로 진행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4-2015 시즌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마지막 축제'를 즐겼다.

2014-2015 시즌 전 시즌에 활약했던 선수와 재계약한 팀은 2013-2014 시즌 득점 1위 조이스(1009점)와 니콜(843점)을 거느린 인삼공사와 도로공사뿐이었다. 그리고 2014-2015 시즌 외국인 선수들은 득점 상위 5걸을 독식하면서 리그를 폭격했다. GS칼텍스만 중간에 외국인 선수를 사라 파반에서 헤일리 애커맨으로 교체했는데 사라와 애커맨 역시 각각 424득점과 398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랭킹 7,8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건설에서 활약한 폴리나 라히모바(카살마지오레)는 49.02%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득점(982점)과 공격성공률(45.77%), 서브(세트당 0.63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한국생활 2년 차를 맞은 조이스도 53.56%의 공격점유율로 몬타뇨의 기록을 위협했고 한국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낸 니콜도 48.25%의 점유율과 896득점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하지만 정작 2014-2015 시즌 챔프전 우승은 데스티니 후커를 보유한 기업은행이 차지했다.

드래프트 시행 후에도 외인 의존은 그대로


 

▲  헤일리는 2015-2016 시즌 확실한 토종공격수가 없던 인삼공사에서 2000회 이상의 공격을 시도하며 혹사 당했다.
ⓒ 한국배구연맹

 


 
7명의 선수가 도합 5174득점을 기록했던 2014-2015 시즌의 외국인 선수들은 '역대급'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월등히 수준이 높았다. 하지만 이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후 V리그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경 때문에 모두 한국무대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V리그 여자부는 2015년 5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사상 첫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개최했다. 트라이아웃 첫 해인 2015년에는 미국 선수로 참가를 제한했고 총 21명의 선수가 V리그에 문을 두드렸다.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인삼공사는 202cm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헤일리 스펠만을 지명했다. 이어 GS칼텍스가 캐서린 벨, 흥국생명이 '그 유명한' 테일러 심슨, 현대건설이 에밀리 하통, 기업은행이 리즈 맥마혼, 도로공사가 레즐리 시크라를 각각 선택했다. 배구팬들은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를 통해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리그가 더욱 흥미로워질 거라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확실한 토종공격수가 없었던 인삼공사는 2015-2016 시즌에도 헤일리에게 무려 44.69%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게 했고 헤일리는 득점 1위(776점)와 공격성공률 8위(35.26%)라는 상반된 기록을 올렸다. 헤일리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업은행의 맥마혼(40.62%)이나 도로공사의 시크라(37.45%) 역시 공격비중이 높았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2015-2016 시즌에는 에밀리와 황연주, 양효진이 공격을 적절히 배분했던 현대건설이 우승을 차지했다.

2015-2016 시즌에 활약했던 6명의 외국인 선수 중 절반은 훗날 다시 V리그 무대를 밟았다. 헤일리는 2019-2020 시즌 선두다툼을 하던 현대건설에서 활약했지만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또 한 번 불운을 경험했다. 2017년과 2019년 흥국생명과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던 테일러는 석연치 않은 부상으로 '여자부 최악의 외국인 선수'로 전락했다. 2022-2023 시즌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캣벨은 우승과 함께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2022-2023 시즌에도 여전히 득점순위 상위 7명 중 5명은 외국인 선수가 독차지했다. 만약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이 외국인 선수를 중도교체하지 않았다면 득점랭킹 상위권은 모두 외국인 선수의 차지가 됐을지 모른다. 외국인 선수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했지만 외국인 선수에 대한 각 구단의 의존은 여전하다는 뜻이다. 이는 리그의 흥미는 물론이고 한국 여자배구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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