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옷깃만 스쳐도 한 베이스가 주어진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또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큰 깨달음의 시간을 가졌다. 김도영은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0-3으로 뒤진 3회말 1사 1,2루서 결정적 수비 실수를 범했다. 데이비드 맥키넌이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고, 1루 주자 강민호와 2루 주자 구자욱이 동시에 진루를 시도했다.
여기서 KIA 포수 김태군이 3루수 김도영에게 공을 뿌렸다. 공을 잡은 김도영은 자연스럽게 구자욱을 겨냥해 2루 방면으로 달렸다. 구자욱은 당연히 뒷걸음했다. 그런데 김도영은 여기서 의외의 선택을 한다. 1루에서 거의 2루에 도달한 강민호를 겨냥, 1루수 서건창에게 공을 던졌다.
구자욱으로선 ‘땡큐’였다. 죽다 살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건창이 공을 잡고 순간적으로 미트에서 공을 떨어뜨렸다. 이후 서건창이 2루수 김선빈에게 공을 뿌렸고, 김선빈은 구자욱이 3루를 밟고 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식, 포수 김태군에게 공을 던졌다. 투수 제임스 네일은 3루 방면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결국 구자욱이 3루와 홈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렸다. 김태군은 직접 3루 방면으로 뛰었고, 이 과정에서 네일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했다. 구자욱은 네일의 몸에 자신을 들이받았고, 주루방해 판정을 이끌어냈다. 수비와 무관한 상황서 주자와 수비수가 부딪히면 주루방해다. 당시 네일이 수비에 가담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1루 덕아웃의 KIA 이범호 감독은 4회초 김도영이 홈런을 친 뒤에도 아쉬워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박기남 수비코치와 뭔가 얘기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애당초 김도영이 구자욱을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었으나 1루로 공을 던져 살려준 게 실수였다. 수비수들은 선행주자를 잡을 수 있으면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경기를 중계한 SPOTV 이대형 해설위원은 “선택이 1차적으로 잘못된 게, 1루 주자를 선택하면 안 된다. 구자욱을 끝까지 겨냥해야 했는데, 1루 쪽으로 공이 넘어가면서 지금 같은 위기가 왔다. 김도영의 판단 미스다. 구자욱과 1루 주자(강민호)가 같이 걸렸는데 여기서 김도영이 강민호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깔끔한 정리다.
주루방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대형 해설위원은 “그렇다 보니까 3루 주자가 홈에서 걸렸다. 런다운 플레이를 할 때 네일과 충돌했다. 이런 큰 충돌이 안 나오고 옷깃만 스쳐도 한 베이스 주어진다. 그래서 런다운 플레이를 할 때 주자들은 수비수들을 보고 연습한다. 그냥 피하지 않잖아요. 사실 바깥쪽으로 가면 피할 수 있는데 피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했다.
김도영의 실수에 구자욱은 센스를 발휘한 것이다. 이대형 해설위원은 “김도영이 1루 주자를 선택하면서 구자욱이 그냥 네일을 보고 들어가 버리잖아요. 이건 비신사적 플레이가 아니라 정확한 플레이다. 주자들은 런다운에 걸리면 어떻게 해서든지 한번 (수비수와)부딪혀보려고 손을 옆으로 뻗기도 하고 뭐 그런 동작까지 한다”라고 했다.
김도영은 이어진 4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등장, 속죄의 솔로포를 터트렸다. 그러나 4회말 시작과 함께 변우혁으로 교체됐다. 4회초 공격시작과 함께 바로 교체했다면 문책성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 템포 늦게 교체했다는 점에서 100% 문책성 교체로 해석하기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어쨌든 김도영으로선 큰 깨달음을 얻은 하루였다. 같은 날 타 구단 3루수, 송성문(키움 히어로즈)은 “김도영 정도 치면 실책 19개 해도 상관없지 않나요?”라고 했다. 그러나 KIA와 김도영으로선 실책과 실수를 또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김도영이 값비싼 수업료를 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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