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는 전력 보강을 위해 이적시장을 부지런히 누볐고, 그 전력 보강의 가장 큰 퍼즐은 단연 이정후(26)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중견수 및 팀 타선 보강을 위해 이정후에게 포스팅 금액을 합쳐 6년 총액 1억3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정후는 개막 이후 줄곧 팀의 리드오프 및 중견수를 맡으며 메이저리그에 적응 중이었다. 타율이 기대만큼 높지는 않았지만 타구 속도나 수비 등에서 기대를 걸 만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수비를 하다 다쳐 5일(한국시간) 어깨 수술을 받았고, 결국 소중한 시간을 잃게 됐다. 올해 성적과 별개로 메이저리그 적응의 지금 시간이 소중했는데 아예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의 펜스가 원흉이었다. 이정후는 5월 13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1회초 수비 도중 홈런성 타구를 잡으러 날아 올랐다가 펜스와 왼 어깨를 크게 부딪히며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어깨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결국 이정후는 시즌아웃됐다. 재활에만 6개월이 걸린다.
오라클파크는 외야 구조가 다소 독특하다. 우중간 외야 쪽은 보통의 푹신한 펜스가 아니라 그물망으로 설치되어 있다. 이유는 그쪽에 있는 원정팀 불펜 때문이다. 원정팀 불펜 선수들이 경기를 직접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인데, 정작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 펜스에 머리를 부딪힐 수도 있고, 아랫 부분은 철사로 묶어 놨기에 충돌하면 일반적인 펜스에 비해 훨씬 더 큰 충격이 걸린다.
이정후만 다친 게 아니다. 외야수 오스틴 슬레이터도 펜스에 머리를 부딪혀 뇌진탕 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바 있다. 루이스 마토스 또한 철사로 엮은 그물망 펜스에 부딪혀 무릎을 크게 다칠 뻔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는데 이정후의 큰 부상으로 문제가 공론화되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결정적으로 팀 외야수들이 불만을 털어놨다. 부상 위험도가 상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당시 슬레이터는 지역 유력 매체인 머큐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홈구장 펜스는 논의할 수 있는 문제다. 구단 수뇌부도 우려를 하고 있고, 우리한테 물어보기도 했다.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이상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잠재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그 방법이 있다면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구단에 개선을 요청했다.
이제 외야수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모양새다. USA투데이의 베테랑 기자이자 메이저리그 소식통인 밥 나이팅게일은 지난 3일 '자이언츠 외야수들이 구단 관계자와 만나 외야 펜스 교체를 논의했다'고 했다. 외야 펜스 전체를 패딩으로 교체하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후가 큰 부상을 당한 만큼 구단도 이를 전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외야 일부분이기에 공사 기간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원정팀 불펜 투수들이 다소 불편함을 겪을 수 있겠지만 다른 구장들도 비슷한 사례가 많고, 원정팀 불펜에 TV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구조물은 2020년 불펜을 좌중간과 우중간으로 보내면서 설치됐는데, 4년 동안 위험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 만큼 펜스를 재설치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가 내년에 돌아왔을 때 이런 펜스가 없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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