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리했나' 이정후 햄스트링 통증, 갑자기 왜?…美매체 "지금은 스프링캠프 기간이라…"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했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com의 샌프란시스코 담당 마리아 과르다도 기자는 16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정후가 왼쪽 햄스트링에 긴장 증세를 보였고, 2~3일 정도 출전이 제한 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상태가 더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 이정후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 건강한 모습을 꾸준히 유지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신인' 자격으로 맞이하는 첫 스프링캠프에서는 몸에 이상을 느끼는 날이 종종 있다.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0억원) 대형 계약을 맺은 이정후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듯했다. 베이스러닝도 더 적극적으로 임했고, 수비할 때도 더 많은 범위를 커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는 베이스에서 조금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정후는 분명히 스피드를 갖춘 선수다. 발목 부상이 있었고,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는 이정후가 조금 더 조심하길 원했던 것 같다. 우리가 직접 지켜본 바로는 이정후는 발이 빠르다"며 이정후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소 무리했던 탓일까. 이정후는 쉬어가는 시간을 갖게 됐다. 미국 매체 '맥코비 크로니클스'는 "이정후가 햄스트링 문제로 며칠간 결장하게 됐다. 우리는 발이 빠른 선수들이 햄스트링 문제를 겪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또 커리어 내내 만성적인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걸 봐왔다. 하지만 지금은 스프링캠프 기간이다.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다. 핵심 선수인 이정후가 며칠 이상 쉬는 건 중요하지 않다"며 이정후의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전했다.

부상 정도가 심하진 않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몸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이정후는 두 타석만 소화하고 교체됐다. 첫 타석에서는 볼넷,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를 때려내며 멀티 출루를 완성시켰지만, 대타 루이스 마토스와 교체됐다.

이유가 있었다.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다리 뒤쪽이 약간 당긴다고 했다"며 이정후가 일찍 경기에서 물러난 배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큰 문제는 아니다. 휴식일이 있다. 이정후를 무리하게 기용하고 싶지 않다"며 이정후에게 충분히 휴식할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핵심 자원으로 분류됐다. 아직 메이저리그에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이지만, 미국 현지 언론은 입단 당시부터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정후가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스타성까지 갖췄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라운드에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시범경기 9경기에서 1홈런 3타점 4득점 1도루 타율 0.348(23타수 8안타) 출루율 0.423 장타율 0.522 OPS(출루율+장타율) 0.954를 기록했다. 특히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들과 맞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왼손 투수를 상대로도 안타를 때려내는 등 예상보다 빨리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의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매체 '야후 스포츠'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될 것이라 점쳤다. 매체는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매력적인 미스터리 박스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훌륭한 7년을 보냈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이정후는 공을 맞히는 기술이 탁월하다. 중견수 골드글러브를 받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이정후를 평가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아시아 선수는 스즈키 이치로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다. 이치로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했던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리고 2023년 김하성이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따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황금장갑을 품에 안은 김하성이다.

 

이정후는 수비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는 꾸준한 타격 능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수비도 훌륭하다. 이정후가 수비하는 모습을 보면 흠 잡을 데가 없다. 나도 중견수로 뛰어봤지만, 이정후는 정말 훌륭한 중견수다"며 이정후를 추켜세웠다.

시범경기 활약을 바탕으로 이정후가 정규시즌 때도 좋은 타격을 선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야후 스포츠'는 이정후가 3할 이상 타율을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또한 충분히 장타도 때려낼 것이라 기대감을 드러냈다. 매체는 "3월 시범경기 성적이 확실한 답이 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친 타구속도 109.7마일짜리 홈런은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파워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들게 만든다"고 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게 된 이정후다.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한다면,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정후는 1번 타자 중견수로 기용될 전망이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 입단 때부터 줄곧 "이정후는 개막전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나선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모든 경우에서 이정후는 리드오프였다"며 이정후를 1번 타자 중견수로 못 박았다. 그리고 시범경기 내내 1번 타자로 기용하면서 이정후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타격 천재'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7년 1차 지명으로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정후는 7년 동안 통산 타율 0.340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을 기록하며 KBO리그를 평정했다. 2022년에는 기량이 절정에 이르렀다. 타율(0.349) 출루율(0.421) 장타율(0.575) 안타(193개) 타점(515개) 등 타격 5관왕을 차지했고 MVP까지 석권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