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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아-김채연 영입' IBK, 'MB 왕국' 건설?

조아라유 0

[여자배구] FA-트레이드 통해 미들블로커 이주아-김채연 영입한 기업은행지난 4월 1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3-2024 시즌 V리그 여자부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FA시장이 열리면서 6명의 선수가 대거 팀을 옮겼다. 보상선수 이적까지 하면 올해 FA시장에서 10명이 넘는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는 '대이동'이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5월에는 '전력의 반'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와 2023-2024 시즌을 통해 큰 비중을 확인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가 있었다.

지난 5월 9일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이후 한동안 잠잠해졌던 비 시즌의 열기는 지난 4일 하루 동안 무려 4건의 트레이드가 동시다발적으로 성사되면서 배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10명의 선수와 3장의 신인 지명권이 오간 이번 트레이드에서는 아직 리그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신예나 백업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고은이나 신연경(이상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처럼 V리그 10년 이상의 경력과 다년의 주전경력을 가진 중견선수들도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비 시즌 동안 가장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팀은 단연 IBK기업은행 알토스다. FA시장에서 두 명의 선수를 영입한 기업은행은 4일에도 두 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특히 흥국생명에서 무려 4번이나 챔프전을 경험했던 '이동주아' 이주아를 FA로, 2017-2018 시즌 신인왕 김채연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미들블로커 라인을 강화했다. 앞으로 높이에서는 다른 팀에 밀리지 않겠다는 구단과 김호철 감독의 의지가 엿보이는 영입이었다.

팀 블로킹 2위 오르고도 3연속 봄 배구 좌절


 

▲  최정민은 프로 데뷔 4시즌 만에 미들블로커로 리그 BEST7에 선정됐다.
ⓒ IBK기업은행 알토스


 
기업은행은 2023-2024 시즌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할 예정이었던 김희진이 무릎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하면서 정규리그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아포짓 스파이커로 입단해 미들블로커로 변신한 프로 4년 차 최정민이 36경기에서 292득점과 함께 세트당 0.83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면서 양효진(현대건설, 세트당 0.77개)을 제치고 생애 첫 블로킹 여왕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블로킹 1위에 오른 최정민과 191cm의 신장을 자랑하는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블로킹 11위, 세트당 0.45개)를 보유했던 기업은행은 세트당 2.34개의 팀 블로킹으로 현대건설(세트당 2.39개)에 이어 팀 블로킹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 높이를 보유하고도 정규리그 36경기에서 17승19패로 3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게 승점 10점이 뒤지며 또 다시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됐다.

기업은행은 젊고 건강하던 시절의 김희진과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팀을 이끌었던 2012-2013 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3번의 챔프전 우승과 함께 6연속 챔프전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안나 라자레바(쿠제이보루)가 원맨쇼를 펼치며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2020-2021 시즌을 끝으로 기업은행은 최근 세 시즌 연속으로 5위 이하의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김호철 감독은 2021년 12월 기업은행 부임 후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팀을 봄 배구로 이끌지 못했음에도 지난 3월 기업은행과 2+1년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 세 시즌이 크고 작은 내홍으로 아수라장이 됐던 팀 분위기를 수습하는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를 2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던 명장다운 면모를 기업은행에서도 보여줄 차례다. 기업은행 구단 역시 김호철 감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확실한 지원사격을 해줬다.

기업은행은 지난 4월 15일 강소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함께 이번 FA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공수겸장 아웃사이드히터 이소영을 3년 총액 21억 원에 영입했다. 비록 지난 두 시즌 동안 기업은행의 토종에이스로 활약하던 표승주(정관장)를 보상선수로 내주게 됐지만 이소영이 공수에서 팀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수인지는 이미 2023-2024 시즌 7년 만에 봄 배구에 진출한 정관장의 성적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젊은 MB 콤비에 신인왕 출신 김채연 영입 

 

▲  김호철 감독은 기업은행과 재계약하자마자 이주아,김채연 등 미들블로커 자원들을 수혈 받았다.
ⓒ IBK기업은행 알토스


 
기업은행은 최정민이 2023-2024 시즌을 통해 리그 최고 수준의 미들블로커로 성장했지만 김희진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면서 시즌 내내 최정민의 마땅한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최정민이 후위로 물러날 때는 기업은행의 높이가 급격히 낮아지는 약점이 있었다. 기업은행은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정민의 파트너로 리그에서 가장 이동공격을 잘하는 미들블로커 이주아와 3년 총액 12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원곡고 시절부터 빠른 발을 이용한 이동공격이 장점이었던 이주아는 프로 입단 후 블로킹 능력까지 향상되면서 FA를 앞두고 자신의 가치를 부쩍 끌어 올렸다. 이로써 기업은행은 2023-2024 시즌 블로킹 1위 최정민과 4위(세트당 0.62개) 이주아가 번갈아 가면서 팀의 전위를 지키게 된다. 네트 위에서의 위압감만 보면 현대건설의 양효진-이다현 콤비에게도 뒤지지 않을 젊고 강력한 미들블로커 콤비가 탄생한 것이다.

기업은행의 높이 보강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4일 흥국생명에 팀의 주장이자 주전 리베로 신연경을 보내고 2017-2018 시즌 신인상을 받았던 184cm의 미들블로커 김채연을 영입했다. 김채연은 잦은 부상으로 2022-2023 시즌 7경기, 2023-2024 시즌 4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33경기에 출전했던 2021-2022 시즌엔 세트당 0.41개의 블로킹을 기록하기도 했다. 건강만 회복한다면 백업으로 쓰기 아까운 좋은 미들블로커 자원이라는 뜻이다.

기업은행은 김채원 리베로의 성장으로 신연경을 통해 김채연을 데려올 수 있었고 김채연을 데려 오면서 김현정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도로공사로부터 181cm의 아웃사이드히터 고의정을 영입할 수 있었다. 표승주가 보상선수로 팀을 떠나면서 신장이 크지 않은 176cm의 이소영과 174cm의 황민경이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게 될 기업은행에서 신장이 좋은 아웃사이드히터 고의정은 활용가치가 높은 선수다.

2023-2024 시즌의 부진과 최정민의 비약적인 성장, 이주아, 김채연의 가세로 존재감이 다소 작아졌지만 기업은행에는 팀의 창단멤버이자 구단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프랜차이즈 스타 김희진도 있다. 김희진이 다음 시즌 건강을 회복해 팀 전력에 본격적으로 가세한다면 어떤 포지션을 소화하든 기업은행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어쩌면 2024-2025 시즌 배구팬들은 V리그에서 기업은행이 높이를 지배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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