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절단 수술을 받은 후의 모습. 사노 시게키 SNS
[OSEN=백종인 객원기자]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오른팔을 절단한 사노 시게키(56)가 “열심히 재활 중”이라며 삶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일본 최고의 중간 투수로 활약했던 사노는 최근 SNS를 통해 “얼마 전 수술한 곳을 치료하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38세 때 당뇨병이 발병해, 8년 전부터 인슐린 주사에 의존하던 그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여러 차례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작년 12월에는 중증의 하지 허혈증으로 오른쪽 발가락 하나를 잃었고, 12월에는 역시 오른쪽 손가락 2개를 잘라내야 했다.
이후 다른 손가락에도 괴저가 생겨 결국 지난 5월 1일 오른팔 전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게다가 몇 차례 심부전으로 쓰러질 정도로 심장 기능도 정상이 아니다. 또 신장에도 문제가 있어, 인공 투석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잃지 않고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오랜 투병 생활과 심장 문제로 그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다. 조만간 또 한 번 심장 판막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그래도 잘 걷기 위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우선 균형 감각과 다리 힘을 되찾는 게 필요하다”며 팬들의 응원을 당부했다.
수술 후 병원에서 재활 중인 사노 시게키. 사노 시게키 SNS
사노 시게키는 1990년 드래프트 3번으로 긴테쓰 버팔로즈(현 오릭스 버팔로즈)에 입단했다. 첫해부터 불펜 투수로 1군에 자리 잡았다. 특히 5년 차인 1995년에는 구원으로만 10승을 올렸고, 이듬해 중간 투수로는 최초로 연봉 1억 엔(현재 환율로 약 9억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1997년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0년 주니치 드래곤즈로 옮겼으나, 신통치 못한 성적으로 끝내 방출됐다.
이후에도 질긴 생명력으로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독립리그와 마이너리그, 멕시코리그 등을 전전하다가, 2년 뒤인 2003년 테스트를 거쳐 친정 팀 긴테쓰를 합병한 오릭스에 다시 입단했다. 그해 2경기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은퇴 후에는 후진 양성과 야구 평론가로 활동했다. 무엇보다 특유의 코믹한 캐릭터를 살려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젊은 시절 콤플렉스였던 ‘훤한 헤어 스타일’을 오히려 웃음 코드로 승화시켰다.
투구 동작 때 모자가 벗겨지며, 눈부신 이마가 드러난다. 그럼 타자는 시야에 방해를 받고, 순간적으로 타격 밸런스를 잃고 만다. 그가 창시한 ‘빛나리(ピッカリ) 투구법’이다. 이것이 인기를 끌어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쇄도했다. 시구자로 초대되기도 했다.
사노 시게키 특유의 ‘빛나리 투구법’ 중계 화면, 유튜브 채널 akanamazu 캡처
그런 그의 충격적인 투병 소식에 팬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용기를 잃지 않는다. 오히려 유쾌함으로 주위를 위로한다.
지난번 팔 절단 수술을 하루 앞두고도 의연함을 보여줬다.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살기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함께 싸워준 나의 오른팔, 감동을 함께 한 오른팔, 미안하게 됐다. 내일이면 헤어지게 되는구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이것도 긴 인생의 한 부분이다.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싸우겠다. 앞으로도 56살 대머리 아저씨를 잘 부탁드린다”면서도 “걱정 마시라. 악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좌투수 전향에 도전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의 SNS 마무리 인사는 한결같다. 건강에 대한 당부다. “당뇨, 무서운 병이다. 조심하시라.”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유쾌함이 빠질 수 없다. “건강이 제일이다. 여러분, 머리카락~!”으로 마친다. 요즘은 새로운 버전도 등장했다. “겨털~!”로 끝내기도 한다.
오른팔 절단 후 왼손으로 글쓰기를 연습하고 있다. 사노 시게키 SNS
백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