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도 실소 자아낸 168.5㎞/h 몸쪽 싱커...'동상 세리머니' 채프먼, PIT 마무리 맡을까

에이징 커브를 의심받았던 '쿠바 미사일' 아롤디스 채프먼(36)은 여전히 리그 최고의 강속구를 뿌린다.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리 2024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피츠버그가 6-5으로 앞선 8회 초 마운드에 오른 채프먼은 상대 주축 타자 라인을 상대해 실점 없이 리드를 지켜냈다. 2사 뒤 루이스 아레에스에게 사구, 후속 타자 김하성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젠더 보가츠와 매니 마차도 2억 달러 이상 몸값을 받는 슈퍼스타들을 차례로 삼진 처리했다. 

마차도와의 승부가 압권이었다. 초구 100.5마일(161.7㎞/h) 포심 패스트볼(직구)로 헛스윙, 2구째 101.8마일(163.8㎞/h) 싱커로 루킹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이끌어냈다. 이후에도 102마일이 넘는 싱커 2개를 연달아 꽂았다. 마차도는 커트에 급급했다. 채프먼은 5구째 이 승부에서 가장 빠른 105.1마일(169 .1㎞/h) 싱커를 마차도 몸쪽(우타자 기준) 낮은 코스에 붙였다. 판정은 볼. 그리고 이어진 6구째로 영점을 조금 높게 잡은 168.5㎞/h 싱커를 몸쪽 낮은 코스 스트라이크존에 넣어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마차도는 헛웃음을 했고, 채프먼은 강속구를 뿌린 뒤 미동도 하지 않고 미트를 응시하는 특유의 '동상'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만족감을 감출 수 없었을까. 결국 코를 찡긋하며 웃음을 지었다. 

2010년 데뷔한 채프먼은 신시내티 레즈 마무리 투수를 거쳐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까지 입성했다. 이 시대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인정받았다. 세이브도 지난해까지 321개를 기록했다. 지금은 조안 듀란(미네소타 트윈스) 벤 조이스(LA 에인절스) 매이슨 밀러(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등 신성 파이어볼러의 존재감에 조금 가렸지만, 30대 후반에 다가선 나이에도 여전히 채프먼의 공은 로켓이다. 이 경기에서 상대한 마차도는 MLB 최고의 3루수다. 

피츠버그는 8일 샌디에이고전에 이어 9일 경기도 마무리 투수 데이비드 베드너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2연패 했다. 채프먼은 올 시즌 18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 중이다. 그가 다시 마무리 투수를 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