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최대한 좀 안 들어가려고 했다.”
괜히 KIA 타이거즈 대투수가 아니다. 양현종(36)은 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 18분33분부터 19시11분까지 38분간 정전사태로 중단되자 놀거나 멍 때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경기 재개 및 등판을 기다리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양현종에게도 생소한 일이었다. 2회말 최재훈에게 선제 스리런포를 맞고 이원석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상황. 후속 요나단 페라자를 상대하려고 할 때 갑자기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전광판과 조명탑, 방송 시스템 모두 먹통이 됐다. 폭염에 의한 전력공급 과부하로 순간적으로 야구장의 운영 시스템이 순식간에 올 스톱.
정전이 된 시간은 실제 4분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38분간 중단됐다. 다시 전력을 공급받고 최대치의 출력을 내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팬들이 가장 짜증났지만, 마운드의 양현종도 당황스러웠다.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철수했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시작했다.
덕아웃에 남아있던 선수들도 있었고, 시원한 라커룸으로 들어가서 대기한 선수들도 있었다는 후문. 양현종은 전자였다. 아니, 19시13분에 경기개시가 예고되자(실제 19시11분에 재개) 곧바로 3루 덕아웃 앞으로 나와 롱토스를 소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양현종은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크게 의식을 안 했다. 감독님이 30분 이상 길어지는데 바꾸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그래도 내가 던지는 경기는 최대한 내가 던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중간 투수들도 너무 고생해서 내가 최대한 컨디션을 조절해서 던지겠다고 말씀 드렸다”라고 했다.
양현종은 38분을 어떻게 보냈을까. 일단 에어컨에 나오는 라커룸을 멀리 했다. “안에 들어가면 찬바람이 나오니까. 땀이 식으면 안 된다. 날씨가 덥긴 했지만, 최대한 그 점을 감안했다. 계속 걸으려고 했다”라고 했다. 일부러 더운 라커룸에서 걸어다니면서 최대한 몸에 열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런 다음 롱토스를 했다.
결과적으로 양현종은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1볼넷 3실점(2자책)으로 시즌 8승(3패)을 따냈다. 평균자책점을 3.60으로 조금 내렸다. 그는 “초반에 실점했지만, (김)도영이 홈런으로 팀 분위기가 올라왔다. 나도 이기는 상황에는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점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날 양현종은 최고 144km 포심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잘 나가던 한화 타선을 요리했다. 결과적으로 정전 이후 경기흐름도 KIA로 넘어왔고, 양현종도 상승세를 탔다. 운도 따랐지만, 양현종도 돌발상황에 잘 대처했다.
양현종은 “연패 중에 나가서 부담도 됐는데 선수 전부 연패를 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나 또한 연패가 길어지면 순위를 유지하는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나부터 열심히 던졌다”라고 했다. 그렇게 176승, 2459⅔이닝을 마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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