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비시즌을 보내려고 했어요."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최근 필리핀 대학, U-18 대표팀 등과 연습경기를 가지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모비스 비시즌 훈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김준일이다. 10kg 넘게 감량한 몸과 함께 보람찬 여름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FA로 현대모비스에 합류한 김준일은 데뷔 이래 가장 적은 출전 시간과 평균 득점을 기록하며 아쉬운 시기를 보냈다. 부상 때문에 비시즌 몸 상태를 만드는 것부터 난항이었고, 조동현 감독이 강조하는 활동량을 맞추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어찌보면 많은 시간 뛰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김준일 본인도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비시즌에 들어가기 전 조동현 감독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 연세대 3학년 시절 체중까지 감량하면서 몸 상태를 잘 만들어오겠다고 선언했다.
김준일은 "작년에는 다쳐서 재활하느라 여름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시즌 끝나고 나서부터 내가 생각한 대로 준비해서 들어왔고 팀 훈련도 작년에 해봐서 계획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 작년에 비시즌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보내지 못해서 그게 가장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비시즌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연습 경기에 많이 뛰면 95~96kg 정도 되고 최대한 98kg에 맞추려고 한다. 프로에 와서 106~108 정도가 평균이었는데 10kg 정도를 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몸이 가장 좋은 선수를 묻자 조동현 감독은 큰 고민 없이 "당연히 (김)준일이다. 나도 현역 때 10kg 가까이 빼 본적이 있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답했다. 새벽 훈련까지 쉬지 않고 몸을 만든 김준일을 치켜세웠다.
김준일은 "감독님과의 면담에서 부상을 당하고 와서 제대로 비시즌을 보내지 못한 것 같아서 비시즌에 몸을 잘 만들어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감독님 표정이 '네가?' 하는 표정이셨다.(웃음) 그래서 자극을 더 많이 받았고 프로 와서 비시즌을 가장 힘들게 보냈다. 목표했던 게 현대모비스가 여름 휴가 전까지 체력 운동인데 6주 정도 하는 동안 무조건 새벽 운동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다 짜가지고 했다. 새벽에 처음 나왔을 때도 감독님께서 '쟤가?'하는 표정이셨는데 꾸준히 나오는 걸 보고 인식하시고 달라진 걸 느껴주시는 것 같다. (신)민석이, (전)준우, (이)승우도 같이 하고 있는데 이번 시즌은 그래도 기대가 되고 내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더불어 "감독님께서 활동량이나 어린 선수들을 많이 도와주는 걸 원하셨고 그거에 맞추려고 준비해왔다. 이렇게 많이 체중이 빠진 상태에서 농구는 처음 해보는데 힘들긴 하지만 최대한 재밌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료들이 농담 삼아 (이)우석이보다 얇아진 것 같다고 하기도 한다.(웃음) 나는 몸이 빨라진 건 못 느끼는데 주변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그래도 빨라졌다고 말을 많이 해준다"는 말도 남겼다.
장신 선수에게도 많은 활동량과 스피드가 요구되는 농구 트렌드다. 이에 따라 체중 감량을 통해 변화를 주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지난 시즌 강상재가 혹독한 감량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드래프트 동기이자 절친인 김준일과 이승현도 약속이나 한 듯 한층 날렵해진 몸으로 비시즌 훈련에 나타났다.
김준일은 "(이)승현이가 육아하면서 다이어트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웃음) 다이어트한다고 못 들었는데 살을 많이 뺐다고 들었다. 다이어트가 대세화된 느낌인데 그래도 승현이가 육아하면서 관리까지 잘한 것 같아서 동기로서 뿌듯하다"며 웃었다.
몸이 날렵해지면서 파워는 줄어들 수 있어도 수비에서의 활동량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김준일 또한 뚫리더라도 최대한 따라다니면서 팀 수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언급했다.
김준일은 "살을 뺀다고 안 되던 수비가 갑자기 잘 되지는 않지 않나. 그래도 양동근 코치님이나 김도수 코치님께서 스텝 넣는 거나 수비할 때 상황 보는 걸 잘 지도해주셔서 최대한 잘 맞춰서 따라가려고 하고 있다. 내 목표는 '무조건 이 선수를 막아야지'가 아니라 현대모비스가 팀 수비를 많이 하는 팀이니까 최대한 막아보고 뚫리더라도 팀이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방향으로 뚫리거나 최대한 따라다니려고 하는 몸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부지런히 해봐야 될 것 같다"고 짚었다.
KBL 유재학 신임 경기본부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잦은 휘슬보다는 몸싸움에 파울콜을 더욱 관대하게 적용하면서 경기의 흥미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달라질 기준에 대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김준일은 "나는 원래 몸싸움을 즐겨했던 선수다. 체중이 빠지면서 필리핀 대학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바뀐 콜에 적응하려고 하고 있고 선수들이 이전에는 나왔어야 하는 콜이 나오지 않아 당황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4~5경기 치르면서 조금은 적응된 것 같고 그런 부분에서 단점도 있겠지만 장점을 활용하고 더 거칠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즌 목표를 묻자 그는 "아직 많이 뛸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떳떳하다고 자부할 정도로 비시즌을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경기 뛸 때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뛰고 어린 선수들을 많이 도와주면서 현대모비스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끝으로 김준일은 팬들에게 "첫 시즌에 현대모비스 농구에 많이 맞추지 못한 것 같아서 두 번째 시즌은 맞추려고 몸 만드는 데 노력을 많이 했고 선수들이랑도 잘 이야기해서 전지훈련 잘 다녀오겠다. 선수들 체력 훈련하느라 고생했으니까 조금만 잘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사진 = KBL 제공
용인, 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