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정관장 리베로 노란이 2023-2024시즌 V리그 경기 도중 리시브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그냥 하면 된다. 그것을 깨달았다.
"김연아 선수, 스트레칭할 때 어떤 생각 하세요?"-"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웃음)." 피겨 여제 김연아의 유명한 명언이다. 선수 시절 한 방송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덤덤히 했던 말이 많은 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여자프로배구 정관장 리베로 노란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노란은 "생각을 비우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2022년 아킬레스건 부상을 겪은 노란은 2023-2024시즌 주전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러나 1라운드 리시브 효율 24.18%에 그치는 등 크게 흔들렸다. 노란은 "배구가 너무 안 돼 당황스러웠다. 멘털적으로 크게 무너졌다. (부상 복귀 후 첫 풀타임 시즌이라는) 부담감에 짓눌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의 조언에 따라 명상 및 명언 듣기를 반복한 게 도움이 됐다. 여러 영상을 찾아보던 노란은 김연아의 한 마디에 꽂혔다. "그냥 해"였다. 노란은 "배구가 잘 안될 때 이런저런 생각이 너무 많았다. 부정적인 생각이 늘어 혼란스러웠다"며 "김연아의 말처럼 '그냥 해보자'고 단순히 여기자 마음이 편해지고 배구가 잘 되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에서도 '그냥 해' 마인드가 빛을 발했다. 정관장은 2016-2017시즌 이후 7년 만에, 노란은 IBK기업은행 소속이던 2017-2018시즌 이후 6년 만에 봄 배구 무대를 밟았다. 흥국생명과 맞붙은 정관장은 1차전 인천 원정에서 패했다. 노란은 "오랜만의 포스트시즌 경기라 들떴다. 어떻게든 잘해보려 하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고 밝혔다.
피겨 여제 김연아가 2019년 서울 방이동 케이스포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올댓스케이트 2019 아이스쇼에 참석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차전 대전 홈경기에선 승리했다. 노란을 비롯한 선수단 모두가 '그냥 해' 마인드를 장착했다. 노란은 "세터 (염)혜선 언니가 선수들에게 '어떤 결과를 얻든 후회 없이 하자'고 격려했다. 그 말이 선수단을 움직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진 못했지만 노란과 선수들은 긍정적이었다. 그는 "조금만 더 잘하면 우승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동기부여가 된 시즌이다"며 활짝 웃었다.
우여곡절을 딛고 한 시즌을 잘 마무리했다. 노란은 세 번째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정관장에 잔류했다. 1억8000만원(연봉 1억5000만원·옵션 3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는 "지금 이 멤버들과 다시 한번 도전한다면 보다 높은 곳을 노릴 수 있을 듯했다. 주저 없이 계약했다. 선수들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 단짝이었던 염혜선-노란-이소영 트리오에서 이소영이 빠졌다. FA가 된 이소영은 IBK기업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노란은 "한 명이 안 좋으면 다른 두 명이 먼저 다가와 '우리가 더 해줄게'라고 말하며 서로를 격려하던 사이였다. 그래서 (이)소영이가 빠진 게 조금 아쉽긴 하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그래도 혜선 언니라는 든든한 기둥이 있고, 힘이 돼줄 좋은 선수들이 많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베테랑 표승주가 새롭게 합류한 것도 큰 힘이다. 노란은 "(표)승주 언니는 고등학교(한일전산여고) 2년 선배다. 평소 함께 뛰고 싶었는데 이렇게 같은 팀이 돼 기쁘다"며 "좋은 멤버들과 재밌게 배구하면서 더 높은 곳에 도전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란 등 정관장 선수들은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국했다. 오는 20일 자카르타에 위치한 1만6000석 규모의 신축 체육관 인도네시아 아레나에서 인도네시아 프로 올스타팀과 친선경기를 펼친다.
여자프로배구 정관장 리베로 노란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정관장 제공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정관장
최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