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돌풍의 팀에서 2년 만에 논란 제조기로...5월 한 달간 사과만 두 번째
광주 FC의 경기 장면(사진=광주 FC SNS)
[스포츠춘추]
2023년 한국 프로축구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던 광주FC가 2년 만에 정반대의 이유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 달에만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광주FC 주변에는 유독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광주FC의 각종 실책이 한 구단을 넘어 한국 축구 전체에 부정적 파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FC는 5월 29일 또 다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번엔 재정 건전화 규정 위반 때문이다.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재정 건전화 규정을 준수하지 못한 데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축구를 사랑해주시는 팬·관계기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사과문의 댓글 기능은 막아놓은 상태였다.
발표에 따르면 광주FC는 지난해 약 23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진출로 선수단 규모가 확대되고 인건비가 상승했지만 상응하는 수입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수입이 2023년 150억원에서 2024년 214억원으로 64억원 증가했음에도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재무위원회는 27일 광주가 손익분기점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상벌위원회 회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상벌위에 회부될 경우 벌금 부과, 선수 영입 금지, 승점 삭감, 최악의 경우 2부 리그 강등까지 가능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광주가 2년 연속 재정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작년에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선수 이적료를 기재해 수입을 과대 계상했다가 '선수 추가 영입 금지' 제재를 받았다. 재정건전화 제도는 구단의 무분별한 지출을 막고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인데, 광주의 반복적인 위반은 이러한 제도 취지를 고의적으로 무시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이에 앞서 축구계를 뒤흔든 FIFA 연대기여금 미납 파문도 광주FC가 진원지였다. 광주FC는 2023년 아사니 영입 과정에서 발생한 연대기여금 3000달러(약 420만원)를 행정 착오로 미납해 FIFA로부터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받았다.
광주는 담당자가 육아휴직을 떠나면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시간을 보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겨울 이적시장에서 광주 선수 10명을 정상 등록했다. 결국 '무자격 선수'들이 시즌 내내 그라운드를 누빈 셈이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FIFA는 광주FC에 징계를 내렸고, 더 나아가 대한축구협회에까지 경고를 보냈다. 결정문에는 "대한축구협회는 등록 금지 조치 이행 증거를 FIFA에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잠재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FIFA는 제재 예시로 'FIFA 대회에서 제외'를 언급했는데, 이는 월드컵과 AFC 주관 대회를 모두 포함한다.
실제로 2011년 스위스 구단 시옹이 유사한 사안으로 리그 승점 36점을 삭감당한 전례가 있다. 단돈 420만원의 행정 실수가 한국 대표팀의 국제무대 출전, 최악의 경우 월드컵 출전까지 위협하는 중대 사안으로 비화되면서 축구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광주FC는 문제 소지가 있는 선수들의 출전을 강행했다. 최근 포항전에서도 헤이스를 선발로 출전시키고 주세종을 교체 명단에 올렸다. 이에 상대팀 포항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공식 이의를 제기했고, 해당 경기가 몰수패 처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는 지난 5월 22일 FIFA 사건과 관련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철저한 원인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밝히겠다"고 사과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도 개선하지 않고 선수 출전을 강행하는 태도는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댓글 기능은 막아놓은 광주 FC의 사과문(사진=광주 FC SNS)
이정효 감독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 감독은 최근 김은중 감독과 함께 징계 대상에 올랐다. 28일 울산 HD와의 경기 후 주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판정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9일 경기 감독관 회의에서 징계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앞서 5월 5일에도 어린이날 경기에서 오후성을 그라운드에서 강하게 질책하며 밀치는 장면이 생중계돼 큰 논란을 일으켰다. 많은 어린이들이 경기장을 찾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비난이 더욱 거셌다. 3월에는 포항전에서 조성권이 머리부터 떨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을 때 반칙이 나오지 않자 강하게 항의해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광주FC의 현재 모습은 2023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당시 광주는 구단 역사상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명문 구단들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한국 축구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이정효 감독의 독특한 카리스마와 지도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고, 프로축구에 새로운 명장이 탄생했다는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광주FC는 정반대의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행정 미숙, 재정 관리 부실, 리더십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면서 구단 이미지가 실추된 것은 물론, 한국 프로축구의 리그 이미지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2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는 "프런트의 정신도 휴직 중", "팬은 노심초사, 구단은 동상이몽, 실수는 일파만파"라는 항의 현수막이 걸렸다. 커뮤니티와 SNS에선 왜 광주FC의 잘못으로 인한 부끄러움을 팬들이 감당해야 하는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5월 한 달 동안 사과만 세 번 하고 온갖 논란으로 점철된 모습은 일반적인 프로축구팀의 모습이 아니다. 더 이상 형식적인 사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2023년 한국 축구에 선사했던 감동만큼,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로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다. 말뿐인 사과가 아닌 행동으로 변화를 증명해야 할 순간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