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엘리트 스포츠’ 동반 성장 입증한 무대
높이뛰기 우상혁, 근대5종 전웅태 등 주말 출격
우상혁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7을 넘은 뒤 기뻐하고 있다. 생드니=서재훈 기자
‘팀 코리아’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마지막 불꽃을 터뜨린다. 축구를 비롯한 단체 구기종목의 잇단 본선행 좌절 속에 영국 슈퍼컴퓨터마저 대회 전부터 금메달 5개, 종합 18위란 한국 성적 예측을 내놓는 등 '21세기 가장 싱거운 올림픽'이 될 거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왔지만, '소수정예’ 한국 선수단은 뜻밖의 메달 릴레이로 21세기 가장 뜨거운 올림픽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8일(현지시간) 태권도 여자 57㎏급에서 김유진(울산체육회)이 세계랭킹 1, 2, 4, 5위를 모두 꺾고 정상에 오르며 이번 올림픽 13번째 금메달(은메달 8개·동메달 7개)을 기록했다. 태권도 선수단 내에서 메달 가능성이 가장 낮은 선수로 여겨졌던 '깍두기' 김유진의 유쾌한 반전이었다.
13번째 금메달은 해외에서 열린 올림픽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 선수단 기록 같다. 이날까지 종합 성적은 6위로, 런던에 이어 12년 만에 일본(7위)을 넘어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높다. 양궁의 굳건한 활약에 더해 사격과 펜싱, 태권도, 탁구, 복싱, 배드민턴 등 생활체육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종목들의 메달이 더해져 의미 또한 크다.
반전의 팀 코리아 ‘21세기 최고 성적’ 합작 도전
김유진이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폐막일인 11일까지 한국 청춘들은 ‘21세기 최고 성적’을 향해 뛴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무대서 비인기종목, 무명 선수들의 ’유쾌한 반전’을 함께 일군 근대5종 남자 개인전의 전웅태(광주시청)와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용인시청)이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전 메달 도전에 나선다.
‘진천선수촌 절친’으로 알려진 전웅태와 우상혁은 비슷한 시간에 최종 결과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경기를 펼치는 전웅태의 메달 획득 여부는 펜싱과 승마, 수영에 이은 마지막 경기 레이저 런(육상+사격)에서 갈릴 예정이다. 은메달 이상을 따낼 경우 3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종목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한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우상혁은 도쿄에서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올림픽 육상 한국 트랙·필드 종목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딴 듯 환호했다. 당시 국군체육부대 소속이었던 그로서는 ‘즉시 전역’ 문턱에서 멈춰섰음에도 밝은 표정으로 모든 순간을 즐기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 예선에선 도쿄 대회 최종성적(2m35)에는 다소 못 미친 2m27을 기록했지만, 공동 3위에 올라 첫 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서채현 메달 재도전, 홍텐은 '라스트 댄스'
서채현이 8일 프랑스 르브루제 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볼더·리드 준결승전에서 코스를 오르고 있다. 생드니=서재훈 기자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볼더링·리드) 준결선에서 8위를 기록, 결선에 턱걸이한 서채현(서울시청)은 10일 오후 5시15분 르브루제 클라이밍 경기장에서 ‘반전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 종목이 처음 올림픽에 도입됐던 2020 도쿄 대회 당시 결선 진출 선수 가운데 유일한 10대였던 서채현은, 어엿한 실업팀 선수가 돼 ‘파리 등정’에 나섰다. 비록 턱걸이 결선 진출이지만, 결선 성적은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는 걸 3년 전 도쿄 무대에서 알아차렸다. 당시 예선 2위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정작 결선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눈물을 펑펑 쏟으며 얻은 교훈을 가슴에 품고 ‘클라이밍 초크’에 손을 담근다.
불혹을 넘긴 ‘브레이킹 전설’ 홍텐(본명 김홍열·도봉구청)도 유력 메달 후보다.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는 제외됐다. 브레이킹 교과서 ‘홍텐 프리즈’가 올림픽 무대에서 선보일 마지막 기회라는 얘기다.
도쿄 올림픽 결승전 패배 후 상대였던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종주국 품격’을 보였던 태권도 이다빈(서울시청)도 이번엔 ‘금빛 발차기’를 꿈꾸고,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은 여자 역도 81㎏급에서 우리 선수단의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한다.
"취미 종목서 쏟아진 메달, 저변 확대로"
전웅태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근대5종 남자 펜싱 랭킹라운드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파리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 화려한 성적은 ‘스포츠 국위선양’ 목적이 컸던 과거에 비해 생활체육 저변 확대와 선수들의 또렷한 성취 목적 아래 달성됐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허정훈 중앙대 체육학과 교수(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국민들이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참여하는 ‘취미 종목’에서 쏟아진 메달이라 스포츠 저변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짚으면서 “메달 개수를 떠나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을 동반 발전 확인한 결과물이라 더 값지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드민턴협회와 안세영(삼성생명)의 갈등 등에서 나온 누적된 상처들을 치료할 기회로도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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