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광주, 윤욱재 기자]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KT와 KIA가 만났던 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는 연장 12회까지 가는 초접전이 펼쳐졌다. 특히 양팀은 연장 11회까지 0-0으로 팽팽히 맞서면서 명승부를 이어갔는데 KT가 연장 12회초 황재균의 천금 같은 적시타로 1-0 리드를 잡으면서 마침내 승기를 잡았다.
문제는 KIA의 연장 12회말 공격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었다. 이미 KT는 마무리투수인 박영현과 셋업맨 김민이라는 카드를 소진한 상태. 이들에 이어 나온 김민수도 2이닝을 막은 터라 더이상 고집하기 어려웠다.
KT의 선택은 바로 베테랑 우규민이었다. 왕년의 마무리투수가 아주 오랜만에 세이브 상황에 등장한 것. KIA는 옆구리 투수 우규민이 나오자 좌타자 서건창을 대타 카드로 내세웠다. 우규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속 133km 커터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 삼진 아웃을 잡았다. 이어 한준수에 우전 안타를 맞은 우규민은 박정우와의 대결에서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고 9구째 유격수 땅볼로 잡으며 2아웃째를 수확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상대는 박찬호였다. 우규민은 3구 만에 박찬호를 외야 뜬공으로 유도했고 우익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파울 라인 바깥에서 타구를 잡으며 경기 종료를 알렸다. KT의 1-0 승리였다.
승리투수는 김민수의 차지였고 우규민은 세이브를 따냈다. KT 이적 후 첫 세이브를 따낸 우규민은 삼성 시절이던 2022년 5월 22일 대구 KT전에서 1⅔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한 이후 무려 809일 만에 세이브를 획득하는 기쁨을 맛봤다. 개인 통산 90세이브에서 91세이브까지 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기 후 우규민은 "팽팽한 접전으로 연장전을 가다보니 우연히 기회가 왔다. 타이트한 경기였고 그 상황에서 맡겨주신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라면서 "0-0 상황에서 연장 12회초 (황)재균이가 적시타를 치면서 리드를 잡았기 때문에 꼭 지키고 싶었다. 이전에 마무리투수도 해봤기에 별다른 긴장감은 없었고 이전 등판에서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주면서 어렵게 승부해 선두타자만 잘 잡자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들어갔다. 다행히 좋은 수비들로 승리를 지킬 수 있었고 뿌듯하게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우규민은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선수다. 프로 초창기에는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면서 30세이브(2007년)를 따내기도 했고 선발투수로 변신해 10승 투수(2013~2015년) 반열에도 올랐으며 중간계투로 전환해 홀드 24개(2021년)를 적립하기도 했다. 지금껏 리그에서 개인 통산 80승 이상, 90세이브 이상, 100세이브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우규민이 유일하다. 우규민은 통산 790경기에서 1415⅓이닝을 던져 84승 91세이브 108홀드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무색하게 중간계투로 맹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올 시즌 31경기에 등판한 우규민은 32이닝을 던져 2승 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하고 있다. 원래 홈런과 사사구를 잘 허용하지 않은 투수로 유명하지만 32이닝 동안 홈런 1개만 맞고 볼넷 2개와 사구 1개만 내준 것은 경이로울 정도다.
그래서 이런 선수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등장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비록 지난 해 평균자책점 4.81로 좋지 않았지만 홀드 13개를 따내면서 나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 우규민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팀은 KT였고 지난 겨울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지명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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